지난 3년 89% 맴돌아...도매, 근본대책 필요할 듯

의약품소비(요양기관)시장의 2017년 도매유통 점유율(비중)이 최근 뒤늦게 공개된 심평원의 '완제의약품유통정보통계집'에 의해 89.1%로 밝혀졌다.

이 자료가 나오기 전까지는 적어도 90%는 거뜬히 넘어 섰을 것으로 봤다. 2009년(79.8%)에서 2015년(88.7%)까지 6년간 연평균 1.5%씩 비중이 크게 확대돼 왔고, 2016년에는 2015년보다 비록 0.3%밖에 증가하지 않은 89.0%이었지만 그래도 상승 추세는 그대로 살아남아 있을 것으로 생각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브레이크'가 걸린 것 같다. 조짐이 안 좋다. 2017년 자료를 기존 것들에 추가해보니 지난 3년간 도매유통 비중이 그동안의 확대 추세를 멈추고 89% 언저리에서 맴돌고 있는 그림이 어렴풋하지만 보인다. 내년 언제쯤일지는 모르나 2018년 자료가 공개되면 보다 더 뚜렷해질 것 같다. 

도매유통 비중의 역사를 보면, 1965년 이전에는 100%였다. 그 때는 도매를 통한 완전한 유통일원화가 자율적으로 시행됐다. 그런데 그 유통경로 관행을 무너뜨린 것은 1965년 1월초부터 가동된 '모 제약사'의 자구책인 DSC라는 약국 직판조직이었다. 이 조직의 성공사례가 제약업계에 널리 퍼지면서, 제약사들이 거의 모두 그 조직을 벤치마킹해 약국 직거래 시장에 뛰어들면서 도매유통 비중이 급락하기 시작했다. 당시 DSC 조직이 탄생된 배경은 도매유통업계가 그 '모 제약사' 드링크 제품의 물류를 제대로 원활하게 감당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 후부터 2010년경까지 무려 약 45년간 도매유통업계는 줄곧 '도매를 통한 유통일원화'를 제1의 정책 과제로 삼아왔다. 도매유통 비중은 곧 도매유통업계의 밥그릇 크기를 나타내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그 부산물로, 지금은 폐지됐지만 '제약사의 종합병원 직거래 금지 규정'과 중도 해산된 실패한 '물류조합'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시행될 KGSP라는 새 제도 등이 생겨났다.

도매유통 비중이 바닥을 친 것은 1993년경이었다. 그 때는 불과 25%내외까지 주저앉았다. 그런데 그 비중이 턴어라운드(turnaround)된 계기는 1994년 7월부터 시행된 '종합병원 직거래 금지 제도'였다. 또한, 2000년 8월부터 시행된 의약분업 제도는 주된 의약품 유통경로 시스템을 '제약사→요양기관'에서 '제약사→도매유통사→요양기관' 체제로 일거에 뒤바꿔 놨다. 그러한 변화의 원인은, 의약분업에 따라 약국이 외래환자용 조제약의 원활한 확보를 위해 '다품종 소량 다빈도 배송'이 가능한 도매유통사를 통해 의약품을 구매한 덕택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와 같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도매유통 비중은 승승장구 2010년에 80.5%까지 치솟았고 그 가파른 상승세는 2015까지 이어졌지만, 최근 3년간 89% 전후에서 정체 상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예사롭지 않다.

그 원인이, 혹시 요즈음 의약품유통시장의 환경변화가 도매유통업계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예컨대 ▲CSO가 비록 리베이트로 핍박을 받고 있지만 월등한 판촉능력으로 유통시장을 알게 모르게 잠식해 들어가고 있고 ▲제약사들과 도매유통사들의 영업정책을 둘러싼 제반 갈등이 갈수록 더더욱 심각해지면서 제약사들이 도매유통사들과 거래하는 것에 피로감이 자꾸 깊게 싸여가고 있으며 ▲제약사들의 기존 '온라인 몰'이 활성화되고 확산될 조짐이 있는데다 ▲도매유통업계 스스로도 상류기능의 핵심인 판촉능력 육성과 마케팅 시스템 개선 등을 위한 투자비 지출이 미미하거나 거의 없는, 상황들의 영향을 받은 때문은 아닐까?

만약 이런 상태가 더 지속될 경우, 도매유통업계는, 1965년 물류문제로 인한 1차 위기 이래, 이번엔 상류능력 퇴보 문제와 제약업계와의 영업정책 갈등 및 CSO의 유통시장 잠식 등으로 유통비중이 다시 축소되는, 제2의 위기를 맞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도매유통업계는 미리미리 대비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렇게 한다고 손해 볼 일도 없지 않은가. 당장 고통을 느끼는 손톱 밑의 가시들 빼는 일도 필요하겠지만, 아픔은 없지만 누적되면 단번에 쓰러지는 업계의 기능과 직결되는 본질적인 문제와 그 원인을 찾고 제거하기 위한 근본적 대책의 '마스터플랜(master plan)'을 보다 일찍 마련하고, 그 실천을 서둘러야 하는 것 아닐까?

(참고자료 : ▲ 심평원, 완제의약품유통정보통계집 년 시리즈 ▲ 유통협회, 도협30년사 ▲ 필자, KGSP 교육용 PPT 자료) ▲ 의약품성실신고회원조합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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