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동민 보건복지위 법안소위원장

최근 본회의에서 문희상 국회의장은 모범 상임위원회로 보건복지위원회를 직접 거론하면 치켜세웠다. 이날 본회의에 상정된 91개 법률안 중 53개가 보건복지위 소관이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보건복지위는 20대 국회 후반기가 시작된 이후 올해 하반기 5개월여 동안 무려 330개가 넘는 법률안을 처리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일등공신은 바로 기동민 보건복지위 법안심사소위원장이다. 그는 법률안을 시급히 처리하는 게 국회의원의 본연의 자세라는 데 강한 사명감을 갖고 있다. 여기다 법안소위를 운영하고 이끌고 가는 정무적 감각이 이런 성과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또 김명연 의원, 최도자 의원 등 손발이 잘 맞고 기 의원만큼이나 사명감이 강한 야당 의원과 이명수 보건복지위원장이 있어서 더욱 힘을 받을 수 있었다.

힘들기는 해도 어느때보다 '법안 처리하기 좋은 날'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기 의원은 14일 전문기자협의회 소속 기자들과 만나 "누구보다 김명연 의원과 최도자 의원의 도움이 없었으면 불가능했다. 두 분에게 항상 감사하고 있다"고 했다.

기 의원은 정부 정책이나 잇단 규제완화 법률안 등에 대한 시민사회단체의 의료영리화, 의료산업화 우려에 대해서도 공감을 표했다.

기 의원은 "사실 걱정이다. 영리병원도 그렇지만 첨단재생의료나 첨단바이오의약품, 체외진단기기법, 의료기기산업 육성법 등등 밀어붙이니까 논의 테이블에는 올리고 있지만, 이런 규제완화 조치들이 우리 보건의료분야 안전관리체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다. 그나만 천천히 진행하면서 속도 조절하고 있는 게 이 정도"라고 했다.

보건의료계의 최근 움직임에는 긍정적인 관심과 당부를 보냈다.

기 의원은 "각 단체들이 직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건 어쩌면 너무 당연한 일이다. 각 직역단체들이 투쟁성이 강한 지도자를 선출한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본다. 절박감이 표출된 것이고, 과거와 비교해 힘들고 어려워졌다는 방증이다. 일반 국민보다 여전히 여건이 훨씬 좋은 편이지만 그들의 선배 세대와 비교하면 상황이 녹록치 않은 게 사실"이라고 했다.

이어 "상황이 이런데도 비교적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각 단체들이 대응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가장 중요한 건 직역 간 소통이다. 함께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전체 파이가 커진다. 불신이 깊어지면 서로에게 악영향만 줄 수 있다. 복지부 역할도 중요하다"고 했다.

다음은 기 의원과 일문일답

-하반기 들어 법안 처리 건수가 눈에 띠게 늘었다. 최근 본회의에 상정된 법률안은 3분의 2가 보건복지위 소관 법률안이었다. 그동안 실적은

=여당 간사를 맞고 나서 계류돼 있는 법안이 1070건이 넘는다는 말을 들었다. 국회의원의 의무이자 권리가 법률안을 심사하는 것인만큼 속도를 내보기로 했다. 처음엔 500건 처리를 목표로 했는데 실제 처리한 건 330여 건이었다. 내후년 총선이 있기 때문에 법률안을 실질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시한이 내년 6월정도가 아닐까 생각하고 더 속도를 내게 됐다.

다른 한편 저 스스로 법률안 심사를 하면서 국회가 법을 만드는 기관이라는 데 대해 진지하게 깨닫는 시간이기도 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 이해관계자들이 절실하게 법안이 처리되기를 기다리는 지, 얼마나 간절한 지 안다면 쌓여있는 법안을 방치하지 못할 것이다.

-원성과 격려가 교차한 듯 하다

=원성은 법안소위 위원님들과 보좌진들에게 나왔을 것이다.(웃음) 지난번 본회의에서 문희상 국회의장께서 모범 상임위로 보건복지위를 직접 거론하시고 격려했다. 문 의장은 국회 소위원회 활동을 중요하게 여기는 분이다. 이런 걸 계기로 보건복지위원들도 자부심을 느낄 것이라고 본다. 그날 본회의를 통과한 91개 법률안 중 53개가 보건복지위 소관이었다.

이게 가능했던 건 이명수 위원장과 김명연 의원, 최도자 의원 등 야당 간사위원들의 역할이 컸다. 특히 야당 간사위원들께서 공감하고 도와주지 않았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위원장과 두 분의 간사위원께 늘 감사하고 있다.

-상임위 예산예비심사도 막판 합의가 있었던 것 같은데

=맞다. 각 당 지도부 차원에서 풀어야 할 과제들이 섞여있어서 상임위 예비심사 합의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13개 쟁점이 최종 협의사안이었는데, 포기하고 예산결산특별위원회로 그냥 넘길까 했었다. 그런데 최도자 의원이 계속 요구하고 중재해서 협의가 이뤄졌고, 상임위 심사결과를 의결할 수 있었다. 상임위 예비심사를 거친 증액분이 최종 예산안에 많이 반영되지 않은 건 아쉽지만 의미있는 성과였다.

-대상포진 백신 NIP 추가 논란도 13개 쟁점 중 하나였나. 어떻게 정리됐나

=13개 항목에 포함돼 있었는게 맞다. 예산심사소위에서 적극적으로 주장한 의원들이 양해해 일단 내년 예산에는 포함하지 않는 걸로 정리됐다.

-최근 첨단재생의료·첨단바이오의약품법안 등에 대해 법안소위 차원에서 공청회를 열었다. 어땠나

=공청회는 나름 치열했다. 아쉬운 건 공청회 이전에 정부나 전문가, 시민사회단체 등 이해관계자들이 만나서 제대로 이야기를 해 본 적이 없었다는 점이다. 그러다보니 공청회에 나와서도 자기 이야기만 한다.

전문가그룹의 경우 오일환 가톨릭의교 교수는 처음에는 부정적이었다가 통합법안이 나오고 나서 찬성입장이 됐다.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해서 우려 점을 보완한 것이다.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때로는 설득해야 하는 데 아쉬움이 컸다.

오는 2월 임시회에서 정부에게 쟁점을 정리하고 의견을 좁힐 수 있는 안을 가져오라고 했다. 

-공청회에서 논란의 핵심은 첨단바이오의약품의 '조건부허가'였다. 의원께서 대표 발의한 혁신신약 관련 법률안에도 '조건부허가'가 있어서 같은 관점에서 시민사회단체가 반대할 것으로 보인다

=맞다. 같은 맥락이다. 일단 첨단바이오의약품 법안을 꼼꼼히 심사하고 이견을 좁혀나갈 것이다.

-혁신신약 관련 법안을 놓고 보면 이번이 모의고사 성격이겠다

=그럴수도 있겠다. 그렇다고 법안처리를 위해 무리수를 둘 생각은 없다.

-제주 영리병원 허가부터 시작해서 규제완화 관련 법률안까지 시민사회단체들의 우려가 크다

=사실 걱정이다. 영리병원도 그렇지만 첨단재생의료나 첨단바이오의약품, 체외진단기기법, 의료기기산업 육성법 등등 밀어붙이니까 논의 테이블에는 올리고 있지만, 이런 규제완화 조치들이 우리 보건의료분야 안전관리체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다. 그나만 천천히 진행하면서 속도 조절하고 있는 게 이 정도다.

-앞으로도 법안소위 차원에서 공청회를 이어갈 건지

=앞으로 제정법안은 상임위원회 차원의 공청회가 없으면 심사하지 않기로 중지를 모았다.

-최대집 의사협회장과 만났던데 어땠나

=생각보다 이야기가 잘 됐다. 적정수가는 우리 당도 지지하는 것이고 적극 지원한다는 게 기조다. 하지만 먼저 대안을 가져와야 논의를 본격적으로 할 수 있다. 지금은 의료계와 정부 간 간극이 너무 커서 좁혀지지 않은 것 같다. 국회 차원에서 논의가 가능한 수준의 대안을 가져오길 기대한다.

-보건의료계에 당부 말씀이 있다면

=각 단체들이 직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건 어쩌면 너무 당연한 일이다. 각 직역단체들이 투쟁성이 강한 지도자를 선출한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본다. 절박감이 표출된 것이고, 과거와 비교해 힘들고 어려워졌다는 방증이다. 일반 국민보다 여전히 여건이 훨씬 좋은 편이지만 그들의 선배 세대와 비교하면 상황이 녹록치 않은 게 사실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비교적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각 단체들이 대응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무리한 요구도 있었지만 적어도 판을 깨지는 않고 있으니까.

그럼에도 가장 중요한 건 직역 간 소통이라고 본다. 함께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전체 파이가 커진다. 불신이 깊어지면 서로에게 악영향만 줄 수 있다. 복지부 역할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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