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늦으면 아무리 좋은 정보라도 무용지물 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이 발행하고 있는 국가승인통계 연보 중 '완제의약품유통정보통계집(이하 '약품유통정보')'은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최고의 정교한 의약품시장 통계 간행물이다. 우리 한국 의약품시장을 거시적 안목에서 입체적으로 일목요연하게 사실 그대로 조망할 수 있다. 세계에 자랑거리로 손색이 없다.

정보통계집에는 ▷공급업체(제약사와 수입사 및 도매유통사) 종별 업체수 ▷의약품 종별 품목수 ▷공급업체별 요양기관별 의약품별 유통경로별 기타 각종 분류별 판매(공급)금액 ▷생산 및 수입 금액 ▷ 유통단계별 판매금액 등 54개의 의약품 유통관련 유용한 통계 자료들이 총망라 돼 있다. 우리 한국의 의약품 유통시장에 관한 거시적 지표의 종합 판이다.

이 통계집의 정보 활용 가치가 유달리 더 높은 이유는, 여기에 실린 각종 통계 자료가 일부를 가지고 전체를 짐작하는 통계기법으로 산출된 뻥튀기 추정치가 아니라, 공권력이 동원돼 의약품 공급(판매)내역 전체가 고스란히 수집된 유통시장 실제 자료를 슈퍼급 컴퓨터가 전수(全數) 집계한, '빅데이터'이기 때문이다. 세계 어느 국가도 우리처럼 이렇게 전수 집계된 완전한 의약품 유통시장 정보를 가지고 있는 나라는 아직까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에피소드가 있다. 이 정보자료가 생산됨으로 해서, 우리 한국 의약품 유통구조의 진실이 밝혀진 것은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2010년 직전까지는 도매유통사를 통한 의약품 유통경로 비중이 분석하시는 분들에 따라 차이가 들쑥날쑥 매우 컸다. 대체로 55%~70% 범위일 것으로 봤다. 하지만 이 통계집을 통해 2010년 도매유통 비중이 80.5%나 된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 당시 도매유통업계의 '종합병원직거래금지규정 폐지 반대' 데모가 절정에 달했고 유통업계는 도매유통 비중이 80%가 될 때까지는 절대 그 규정을 폐지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었지만 결국 2011년부터 그 규정은 폐지되고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이후 도매유통업계는 별다른 반발이 없었다. 그것은 전적으로 도매유통업계의 성난 여론을 잠재운 '약품유통정보 통계의 힘'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21세기는 정보화 시대다. 그 중 핵심인 '빅데이터'는, 이미 약 150년 전 1880연대에 미국에서 만들어진 개념지만, 이제야 제 빛을 발하며 시대의 총아가 됐다. 반도체의 눈부신 발전 덕분이다. 기업이나 정부 및 포털 등이 빅테이터를 수집 분석해 미래를 예측하여 최적의 대책 방안을 강구하고 이를 수익으로 연결시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정보는 정확성과 신속성이 생명이다. 제 아무리 좋은 유용한 정보라도 활용되는 때를 맞추지 못하면 별 쓸모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저 훌륭하고 유용한 '약품유통정보'의 작년 자료가, 1년이 다 된 12월7일에서야 공개됐다. 그래도 2012년 자료는 2013년 7월에, 2013년 자료도 다음해 2014년 7월에, 2014년 자료는 2015년 8월에 나왔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2015년 자료는 2016년 11월에 그 모습을 보이더니, 2017년 자료는 2018년 12월에 발표됐다. 그동안 통계처리 노하우도 상당히 축적됐을 텐데 왜 자꾸 공개 시점이 거꾸로 지연되는 걸까.

'약품유통정보' 자료는 공급내역보고 제도에 따른 의약품 공급업체들의 물적 심적 희생의 눈물(자료)을 바탕으로 만들어진다. 따라서 정보가공 주무 부서인 '의약품관리종합정보센터(이하 '정보센터')'는 그들에게 최소한 그 대가로 '약품유통정보'를 보다 빠르게 제공할 의무가 있다.

심평원의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을 방문해 보면, '제공은 빨리, 공개는 널리, 이용은 편리'라는 운영 모토(motto)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1년이 지나가는 시점에 자료를 제공하는 것은 '제공은 빨리'가 절대 아니다.

물론 그럴만한 어떠한 사정이 있을 테고, 또한 '약품유통정보'에는 다른 정부 부서에서 집계되는 의약품 '생산실적과 수입실적'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정보공개 지연사유가 되겠지만, 심평원이 마음만 먹는 다면 전년도 실적 자료를 다음 해 상반기 내에는 충분히 공개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정보 공개는 가능한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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