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지속가능보고서 발간 한미약품 모범사례 꼽히기도

국회, 제약산업 사회적가치 제고 토론

“국내 제약사의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김장, 연탄나르기가 주를 이룬다. 이는 사회공헌을 위한 기부 프로그램의 일환일 뿐이다. 진정으로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선, 지역사회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접근법이 필요하다.”

박주원 지속가능경영재단 CSR경영센터장은 7일 국회의원회관 제6간담회의실에서 열린 ‘사회적가치 제고를 위한 토론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좌측부터) 서동철 약학대학 교수와 박주원 지속가능경영재단 CSR경영센터장

박 센터장은 “기업 입장에서는 단기적 성과에 급급해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지 못 하고, 3~5년 단위로 일부 기부프로그램만 개별적으로 이끌고 가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지역사회의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해 접근해야 한다.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것과 경제적 실현에서의 공통분모를 만들어야 하며, 이를 통해 CSR 프로그램을 설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의 CSR 환경의 고무적인 발전 양상도 함께 언급했다. 올해 국내 제약업계 최초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한 한미약품을 모범 사례로 꼽았다.

2016년 기준 우리나라에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한 기업은 약 80곳으로, 이는 국내 상장사에 약 3%에 불과하다. 반면 해외에서는 비재무적 정보를 담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을 의무사항으로 규정돼 있다. 특히, 유럽연합(EU)은 올해부터 500인 이상 기업의 CSR 정보 공개 의무화를 적용했고, 중국은 약 2500개 기업이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했다.

그는 “한미가 발간한 보고서를 보면 국내 제약사도 현재 실험 제조 시 환경과 안전, 소비자 복용의 편의성, 연구개발(R&D)를 통한 고용창출 등에 대한 고민 흔적이 엿보인다”고 평가했다.

비단 획일적인 CSR 기부프로그램은 국내 제약사만의 문제는 아니다. 국내에서 지사를 두고 있는 다국적 제약사 역시 임직원 자원봉사활동이라는 천편일률적인 형태를 보이고 있다.

이날 발제를 맡은 서동철 중앙대학교 약학대학 교수는 “한국에 있는 다국적 사 역시 국내 제약사와 별반 다르지 않은 CSR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특정한 날을 정해 임직원이 자원봉사활동을 펼치는 CSR 프로그램이 대부분이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이런 평면적인 CSR 프로그램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보다 지속가능한 CSR로 거듭날 수 있을까? 이날 패널토론을 맡은 박 센터장이 제시한 해결책을 살펴볼 만하다.

박 센터장이 예로 든 노바티스 사례는 이렇다. 노바티스는 2007년 당시 저상장 기조를 걸어 신규시장 창출이 필요한 시기였다. 노바티스가 주목한 시장은 인도시장. 이런 기대감에 노바티스가 진출한 인도는 당시 3달러의 소득 수준으로 소비자가 의약품을 구매할 수준조차 되지 않았다. 다시 말해, 당시 인도는 보건 소비자가 없었던 것이다.

노바티스는 인도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고, 신규사회 창출을 위해 ‘건강한 가족’이라는 이니셔티브롤 구성했다. 이를 통해 산후 여성을 고용해, 이들에게 의료건강에 대한 인식의 필요성 및 지식을 교육시키고, 이렇게 교육을 받은 환자들은 의료 처치를 위해 지역 병원으로 이송하는 작업까지 담당했다. 또 이러한 교육이 실제 행동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지역의 병원, 의사, NGO 등과 협력해 이들이 현대 의학을 경험할 수 있는 캠프를 운영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노바티스는 2012년 매출은 2007년과 비교해 25배 규모로 성장했다.

그는 “기업의 사회적 가치는 갑자기 참신한 아이디어나 프로젝트, 신규시장의 분석으로 획득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며 “기업 경영에 자신만의 CSR경영철학을 녹여, 자신들의 지속적인 부정적 영향(negative impact)을 줄이는 과정에서 운영적 사회적가치를 지속적으로 생산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오랜 경험과 노하우가 신규 사업, 시장과 합쳐질 때 사회적 가치가 만들어지고, 극대화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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