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 'JPI-289' 2a상 코호트 분석, 신풍 'SP-8293' 2b 승인
셀트리온, 세브란스와 공동개발 … 차바이오텍, 줄기세포에 몰두

국내 제약사들이 연일 '뇌졸중 치료제' 임상 과정 중간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뇌졸중은 세계 사망률 2위 질환으로 연간 사망자 수가 600만명에 이르고, 고령화사회로 환자 수도 늘어나고 있지만 치료제는 드물다.

뇌졸중은 혈전이 뇌혈관을 막아 혈액 공급이 차단돼 뇌가 손상되는 '허혈성 뇌졸중(뇌경색)'과 뇌혈관이 터져 뇌 안에 피가 고여 뇌가 손상되는 '출혈성 뇌졸중(뇌출혈)'로 나뉜다. 허혈성 뇌졸중이 뇌졸중의 90%를 차지한다.

허혈성 뇌졸중 치료제는 전 세계에서 tPA(정맥투여용혈전용해제)인 독일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의 '액티라제'가 유일하다. 하지만 액티라제는 뇌졸중이 발병하고 3~4시간 안에 투약하지 않으면 약효가 떨어지고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것이 한계로 작용한다. 

더욱이 뇌졸중 치료제는 임상 성공 가능성이 낮고, 질환 자체가 환자의 상태를 급속도로 위중하게 만들기 때문에 후보 물질의 안전성·유효성·독성을 파악하기도 쉽지 않다. 

이에 글로벌 빅파마들도 후보 물질 연구를 시작했지만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 FDA에만 220개의 물질이 임상을 진행하다가 중단된 바 있다. 

제일약품 사옥 (좌측)과 신풍제약 사옥 (우측)

이런 가운데 신풍제약과 제일약품은 '뇌졸중 혁신신약' 연구 개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이들은 글로벌 빅파마들과 접촉해 기술 수출도 모색 중이다. 글로벌 빅파마들도 이들의 기술력에 관심을 갖고 라이센스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7일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글로벌 뇌졸중 치료제 규모는 연간 10조원 규모로 추정되며, 모 제약사가 개발 중인 치료제의 상용화 개발가치는 5조원에 이른다. 신풍제약도 관련 보도자료를 통해 허혈성 뇌졸중 치료제만 보면 2020년까지 약 2조 3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두 제약사 이외에도 셀트리온, 차바이오텍, 일부 바이오벤처가 허혈성 뇌졸중 치료제 개발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 신풍, 'SP-8203' 2b상 (2상 후기) 임상 돌입… '병용투여·골든타임 지속' 목표 

신풍제약은 지난 5일 식약처에게 자사 혁신신약(first-in-class) otaplimastat(오탑리마스타트, 이하 SP-8203)의 임상 2b상을 승인받았다.

신풍제약의 뇌심혈관계질환 대상 파이프라인 (출처 : 신풍제약 홈페이지)

회사 관계자는 "임상 2a에서 뇌졸중 환자 80명을 대상으로 표준치료 요법과 병용해 유효성을 개선할 가능성을 마련해, 지난 10월 식약처에 승인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어 "임상 2b는 임상 2a와 마찬가지로 투약 후 환자를 90일간 관찰하며, 투여군을 대폭 늘려 임상 2a에서 입증된 SP-8203의 유효성을 통계적으로 확인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또한 현재 치료제인 액티라제와 병용투여로 개발해, 골든타임을 6시간으로 늘리고 부작용을 줄이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SP-8203은 11년 전인 2008년 10월 지식경제부의 '바이오스타 프로젝트' 사업의 신규 과제로 선정된 이후 2011년 신물질 개발, 2013년 임상 1상, 2015년 9월 임상 2a상을 식약처에 승인받았다. 신풍제약이 오랜 기간 공들여, 자사 주력 혁신신약이자 파이프라인으로 만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2020년까지 복지부에 임상연구비를 지원받는 미래 제약바이오 10대 특화 과제로 선정되기도 했다.

회사 측은 추가로 도출될 통계적 유효성을 근거로 해, 글로벌 바이오 컨퍼런스에서 글로벌 제약사 및 투자자와 라이센스, 공동연구와 투자를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SP-8203이 신약으로 허가받으면 허혈성 뇌졸중 치료제 시장규모는 커질 것으로 본다"고 기대했다.

▶ 제일, 'JPI-289' 2a 중간완료 끝... 데이터 분석 중 "세포사멸 억제 가능성 확보, 전 세계 유일"

제일약품도 뇌졸중 치료제·혁신신약 JPI-289를 개발 중이다. 2008년 자체 연구를 통해 신약 후보 물질로 정하고, 2009년 비임상 2013년 1상, 이어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의 과제로 진행돼 연구비를 지원받고 있다.

제일약품 김정민 중앙연구소장
(제3회 연구개발중심
우량 제약·바이오기업 IR 발표 당시)

회사 측에 따르면 JPI-289는 뇌 허혈로 인한 DNA 손상과 신경세포 사멸에 관여하는 PARP 효소를 저해하는 뇌졸중 치료제로, 이 기전으로는 일본 미쯔비시의 MP-124에 이어 전 세계 두 번째로 임상을 진행했다. 

제일약품 김정민 연구소장은 지난 9월 IR 설명회에서 "현재는 'MP-124' 개발 과정을 추월했다. 원숭이에게 효력 시험을 하니 더 우수한 효능을 확보했다"며 "작용 기전상 유일하게 세포사멸, 세포자멸, 염증까지 억제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김 소장은 히트뉴스와의 통화에서 "2a상 코호트 2를 끝냈고, 지난달 말부터 중간분석 결과보고서를 국내 10여 개 의료기관의 의료진들이 분석하고 있다. 이달 말에는 보고서에 대한 해석·결과를 받을 예정"이라며 "이 자료를 활용해 내년 초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 빅파마들과 미팅할 계획"으로 기술이전 가능성을 타진했다.

▶ 셀트리온도 출발, 연세대학교 의료원과 힘 합쳐 연구

셀트리온은 지난 5월 연세대학교 의료원과 허혈성 뇌졸중 후보물질인 'Fc-Saxatilin(에프씨-삭사틸린)' 공동개발 및 라이선스인(License-in)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내용에 따르면, 셀트리온과 연세대학교 의료원은 Fc-Saxatilin의 물질 최적화를 위한 공동개발을 진행하며, 이후 셀트리온은 글로벌 전용 실시권을 갖고 임상 진행 및 허가 승인, 상업화를 추진하게 된다.

셀트리온 측은 "후보 물질은 연세대학교 뇌심혈관질환 융합연구사업단 허지회 교수팀이 보건복지부 선도형특성화 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아 개발한 신규 물질로, 허혈성 뇌졸중(뇌경색증) 환자에서 기존치료제 대비 우수한 혈전용해효과 및 낮은 부작용(뇌출혈)을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바이오 신약 공동개발 및 상용화에 성공할 경우, 현재 치료제인 액티라제와 병용하거나 이를 대체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 차바이오텍 "줄기세포 이용, 안전성·유효성 확인"

차바이오텍은 탯줄 유래 줄기세포 치료제를 이용해 허혈성 뇌졸중 연구를 집중했다. 이에, 회사 측은 지난해 허혈성 뇌졸중 줄기세포 치료제 'Cordstem-ST'(코드스템-ST)에 대해 임상 1·2a상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뇌경색 발생시점으로부터 7일(168시간) 이내의 급성 뇌경색 환자 총 19명을 대상으로 치료제의 용량별 안전성과 초기 잠재적 치료효과를 평가했다.

회사 측은 "임상 결과 세포치료제 투여 환자군과 위약 환자군 간의 이상반응 결과에 대해 유의한 차이가 없어 안전성을 확인했다"며 "환자에게 Cordstem-ST를 투여한 후 24주 시점에서는 유효성 지표인 mRS(장애예후 평가지표)로 위약 환자군에 비해 세포치료제 투여 환자군 에서 차이를 발견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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