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직업"...식탁 안전을 책임지는 식약처 사람들

식탁에 오른 고등어를 마주할 때,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배고프다, 맛있겠다?

"한 밤중에 목이 말라 냉장고를 열어보니 한 모퉁이에 고등어가 소금에 절여져 있네..."라는 노랫말과 어머니인가요. 아니면 눈이 시리도록 푸른 등을 내보이며 헤엄쳤을 고등어의 리즈시절인가요.

경인지방식약청 수입관리과 공무원들의 눈에 비친 고등어는 아주 다른 심상을 떠오르게 하는데요, 바로 안전한가라고 합니다. 

식약처가 지난 10월 '식약처 안전'과 관련해 게시한 유튜브. 캡처한 사진은 문학진 인천항 주무관.

수입식품 안전 파수꾼 인천항 수입식품검사소 문학진 주무관

문학진 주무관은 매일 아침 8시 출근하면 민원인들이 제출한 10건 넘는 수입식품 서류검사를 합니다. 접수 업무를 보면서 신고 내용들이 규정에 따라 이뤄졌는지 꼼꼼하게 체크하는 것이죠.

민원인 서류검사 등 접수를 마치면 이젠 현장에 출동해 실제 제품을 확인합니다. 현장에서 관능검사를 하고 정밀검사 대상인 경우 시료를 채취해 봉투에 담아 분석 기관에 보냅니다. 때론 직접 맛을 보고 풍미를 확인한다고 하는데요, 수산물의 경우 소금 외 나머지 첨가물이 들어가 있는지 알아보려는 겁니다.

정신없이 현장을 돌다보니 어느 새 점심 시간. 기다리던 때지만 웬만해선 구내식당에 앉아 식사를 하지 못합니다. 오후에도 방문할 현장이 차고 넘치기 때문이죠. 시간을 아끼려 이동하는 차안에서 햄버거로 허기를 면하기 일쑵니다. 수입검사소 공무원들은 "이렇게라도 점심을 먹은 날을 대성공"이라고 한답니다.          

문 주무관은 오후 시간 이 보세창고, 저 보세창고 등 자신들이 담당하는 현장을 그야말로 날아다닙니다. 수입식품 내용물과 표시사항은 일치하는지, 수산물은 싱싱한지 눈으로, 입으로 확인합니다. 수입된 낙지가 축 늘어져 보이면 장갑을 끼고 만져보기까지 합니다.

2018년 12월에도 경인지방식약청 수입관리과 공무원들이나 전국 수입식품 안전을 담당하는 공무원들은 모두 '문학진 주무관'처럼 바쁜 일과를 수행하고, 시민들은 식탁에 앉아 '고등어'를 바라보며 생각합니다. 배고프다, 맛있겠다.

문 주무관은 소금 외 첨가물이 있는지 수산물의 맛을 보기도 한다. 이름하여 풍미 확인.(사진은 유튜브 캡처) 

돌아보면 시민곁에 있는 식약처 공무원들

"참, 험한 일이다." 자신들의 업무도 버거운 식약처 공무원들은 입을 모아 "수입식품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이 참 고생이 많다"고 말합니다.

해마다 늘어나는 수입식품 관련 접수 건수는 작년 기준으로 총 67만2275건에 이르며, 이중 40만1840건이 경인청에서 처리됩니다. 수입식품 소비가 주로 수도권에서 이뤄지는데 따라 민원인들이 부산항으로 들어온 식품들조차 경인지역에 몰려있는 보세창고로 옮기기 때문이랍니다. 전국 보세창고 50%가 경인지역에 있답니다. 참고로 경인청에서 처리한 부적합 건수는 2017년 773건으로 0.19%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경인청 수입관리과 중심으로 관할지역에 김포, 인천국제공항, 인천항, 의왕, 광주(경기도), 용인, 평택 등 7곳에 수입식품 검사소가 있다"고 수입관리과 이미순 사무관이 알려줍니다.

시민식탁의 절반이상을 차지하는 게 수입식품인데 수입관리과는 ▷김치, 과자 등 가공식품을 비롯해 ▷식육과 계란 등 축산물 ▷글루코사민 같은 건강기능식품 ▷물병 등 기구 및 용기 포장 ▷콩, 고추, 참깨, 버섯 등 농임산물 ▷활낙지, 냉장연어, 새우 등 수산물 ▷합성향료, 보존료 등 식품첨가물 ▷주방용세척제, 기저귀 등 위생용품 등을 관장합니다. 식탁과 생활 안전을 사수하는 게이트 키퍼로 할일이 태산인 겁니다.

수입식품 등 검사 흐름도

이렇게 많은 일들이 있지만 수입관리과 공무원들은 안전과 수입업자 경제활동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식품의 경우에는 서류검사는 2일, 관능검사는 3일, 정밀검사는 10일, 무작위표본검사는 5일 안에 마무리 지어야 합니다. 태풍이 몰려와도 오늘 할일을 내일로 미룰 수 없는 이유입니다. 물론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 소위 워킹데이는 길어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무작위표본검사는 5일 안에 일처리를 해야 하지만 '축산물은 18일까지 늘어나기도 합니다.

컴퓨터를 열어 민원인 제출 서류를 검토하던 이상충 수입관리과 주무관은 말합니다. "우리 업무가 안전을 담당하는 것이지만, 그래도 좀 하고 싶은 말은 있어요. 비즈니스를 하는 수입업자들의 심경은 이해하지만, 그렇더라도 더 안전하고 나은 제품을 들여와 시민들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겠다는 마음가짐을 더 가져줬으면 합니다."

인천항 수입식품검사소 문학진 주무관은 흥미로운 이야기를 했습니다. "시민들이 식품이 안전한가, 아닌가를 넘어 품질 건전성까지 따지는 시대가 됐습니다. (우리들의) 책임감이 더 커진 것이죠."

지금까지 꽤 오래 식약처를 드나들어도 히트뉴스 특성상 주로 의약품을 들여다 보았는데 '어쩌다 수입관리 업무'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의약품에서 눈을 돌려보니 울컥, 냉동창고가 일터인 공무원들 덕분에 별다른 염려없이 식사를 한다는 고마움이 듭니다. 문제가 생기면 "식약처 뭐했어? 공무원들 뭐했어?"라고 다짜고짜 말하지 않아야 겠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그들의 노력을 제대로 안다면 누구라도 그럴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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