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알 간섭않고 함께 전략 세우고 실행 고민

부광약품 11월29일 IR 자료 중 발췌
부광약품 11월29일 IR 자료 중 발췌

"새들은 제 목소리로 울고, 기업들의 성장은 각기 보유한 핵심 역량과 전략으로부터 비롯된다"는 평범하지만 입증하기 쉽지 않은 진리를 부광약품이 실증적으로 증명해 보였다.
 
'부광약품의 2018년 가을'은 창사 이래 어느 해보다, 대한민국 어느 기업보다 눈 부셨다.
 
실적이 말 해준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1505억원 ▷영업이익은 337억원 ▷당기순이익은 347억원으로 전년도 동기와 견줘 매출(36.2%), 영업이익(206.4%), 당기순이익(201.7%)이 함께 폭발했다.

매출은 2017년 전체 매출 1500억원을 3분기 만에 넘어선 것이며,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 절대 수치로 창사이래 최고다.

호실적 배경에는 위암표적항암제 리보세라닙 판매권리 양도(400억원)를 비롯해 일라이 릴리가 인수한 북미 제약회사 오르카파마 투자이익 환수(330억), 안트로젠 40만주 처분(408억원)이 자리잡고 있다.

이로 인해 기업의 실질도 완전히 달라졌다. ▷현금 및 현금성자산(949억원)은 329% ▷자본총계(4581억원)는 102% ▷자산총계(5520억원)는 118% 늘어났다. 순이익은 거래소 3분기 상위 50개 기업 중 42위였다.

신약후보물질 라보세닙 판매권리 양도, 토지자산 재평가, 오르카파마, 안트로젠 등 투자지분 매도로 재무상태가 한층 윤택해 진 것이다.

부광약품의 비즈니스 개요

글로벌 파마를 지향하는 부광약품의 성장 전략은 '프로젝트 기업의 종합판'이라 할만하다. 발빠른 고, 노고(go, no go) 판단에 따른 R&D 전략, 충분한 현금 유동성 확보로 위험은 줄이고,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는 게 근간이다.

전문의약품 사업회사 부광약품은 산하에 콘테라파마, 다이나세라퓨틱스, 부광메디카 등 3곳의 자회사를 두고 있으며 조인트벤체로 비앤오 바이오가 있다. 수익 확보와 네트워크 강화를 위해 안트로젠, ACER테라퓨틱스 등 5개사에 투자하고 있다.

프로젝트 회사 콘테라파마는 '레보도파'라는 치료제로 파킨슨병을 치료하면서 발생하는 또 다른 이상운동증상을 치료하는 JM-010 물질을 품고 있다. 파킨슨 병 치료제 레보도파를 복용하는 환자 50%는 5년 내 이상운동증(LID; Levodopa induced dyskinesia)을 야기한다. 부광은 환자대상 PoC 임상시험에서 LID 개선효과를 확인했다. 2019년초 독일 프랑스 스페인 등에서 임상시험 개시할 예정이며, FDA에도 IND 제출을 준비하고 있다.

또다른 프로젝트 회사 다이나세라퓨틱스는 제형개발 전문 자회사인데, SOL-804라는 물질로 신제형 개량 전립선암 치료제를 개발중이다. 내년 임상 1상 시험 개시할 예정이다. 부광메디카는 OTC회사로 올해 치약 시린메드를 캐나다에 수출했다.

부광약품 R&D 파이프 라인(IR자료 중)
부광약품 R&D 파이프 라인(IR자료 중)

부광약품은 왜 프로젝트 회사를 운용할까. 유희원 대표이사는 지난달 29일 IR에서 "외국에 다니면서 보니 프로젝트 회사로 조 단위로 성장하는 케이스를 많이 보았다"며 "프로젝트 회사는 기업공개(IPO)의 가능성이 높아 투자유치가 쉽지 않은 상장회사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게 한다"고 설명했다. 프로젝트 회사의 파이프라인의 개발 단계에 따라 라이센스 아웃하거나 아예 프로젝트 회사까지 매각이 가능한데다, 리스크가 닥쳤을 때 회사에 미치는 부담을 최소할 수 있는 장점이 크다.

선두에선 부광약품 파이프라인

단언컨대, 신규 기전의 2형 당뇨병 치료 후보물질(MLR-1023). 공동 개발사는 미국 Melior Phamaceutical, Inc.로 부광약품이 한국 중국 아시아 지역 판권을 보유하고 있으며, Melior의 수익 50%를 소유하게 된다. 동물실험에선 췌장 베타세포 보호 효과를 확인한 점이다. 메트포민과 병용 투여에서 혈당 강하 시너지 효과도 확인했다. 미국과 한국에서 글로벌 임상 후기 2상을 진행중으로 내년 1분기 주요 데이터를 도출할 예정이다. 미국 임상에선 체중 감소 및 중성지방 감소 효과도 발견한 상황이다.
   
 

유희원 대표이사 사장
유희원 대표이사 사장

그 남자 김상훈 CSO, 그 여자 CEO

부광약품이 약진한 배경에는 대주주인 김상훈 CSO와 전문경영인으로 단독 대표이사인 유희원 사장의 '찰떡 케미'가 있다.

둘이 만들어낸 부광약품의 역량은 ▷소규모의 효율적인 연구조직 ▷높은 이익률과 현명한 투자 ▷견고한 네트워크 구축이다.

오픈 이노베이션과 약물 재장출(Drug Repositioning)에 방점을 둠으로써 낮은 고정비와 효율적인 예산 집행이 가능해졌다. 기존 제제중심 연구소에 투자하는 대신 그 대안으로 발굴한 전략인데, 미국과 유럽 파트너와 함께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신약연구 개발과 간염치료 신약 레보비르 성공 경험과 맞물려 지금까지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높은 이익률과 현명한 투자 결과, 원활한 현금 유동성을 확보했고, 이익 창출 및 현금 회수 가능한 투자 포트폴링오를 운영할 수 있게 됐다. 당뇨치료제 임상 총괄책임자가 세계적 명성이 높은 인물인것처럼 부광의 네트워크는 견고하다. 신약개발용 후보물질로 발굴도 파트너사 네트워킹을 이용하고 있으며, 비임상과 임상분야 주요 오피니언 리더(KOL) 등 글로벌 자문단을 운영하고 있다.

자문단의 강점은 현재 능력최고치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명망있는 인물을 회사에 영입하는 경우 고비용이 드는 것도 문제지만, 빠른 기술발전에 뒤쳐지는 경우 또다른 문제에 봉착할 수 있기 때문에 효과적이지 않다는 것이 유 대표의 판단이다.    

부광약품 R&D 성과(IR자료 중)
부광약품 R&D 성과(IR자료 중)

29일 NH투자증권에서 열린 IR 현장에는 유희원 대표(54)와 함께 한 때 대표이사였던 부광약품 대주주 김상훈 최고 전략 책임자(CSO: Chief Strategy Officer, 50)가 참석했다. 발표가 끝났을 때 유 대표는 김상훈 대주주의 동선에 구애 받지 않고 홀연히 발표장을 떠났다. 대표라도 대주주 눈치를 살피는 통상 국내 제약산업계의 눈으로 매우 이례적인 모습이었다.

CSO의 역할이란 게 CEO의 의사결정을 돕고, 사내 전략 프로젝트가 수립 단계에 의도했던 목적을 충분히 달성하도록 실행을 책임지는 사람이라는 측면에서 CEO의 조력자다. 국내 제약사 가운데 대주주가 CSO 역을 맡는 사례도 찾아보기 힘들다. 대부분 그들의 자리는 CEO 위에 있으면서 최종 의사결정자 노릇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김상훈 CSO는 "나야 하는 일도 없으니 괜찮지만 유 대표님 건강이 걱정된다, 엄청 일이 많으시다"고 염려했다. 대주주나, 소위 오너들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CEO 노고를 인정하는 모습은 보기 힘든 장면이다.

부광약품과 함께 성장해 온 유 대표는 1995년 이화여대에서 약학 박사를 취득한 후 1995년~1997년 미국 국립보건원(NIH) 박사 후 과정을 밟고  1999년 부광약품 연구소에 입사했다. 2005년 임상 담당 이사, 2009년 개발·임상 담당 상무이사, 2013년 부사장을 거쳐 2015년 김상훈 CSO와 공동 대표이사 사장, 2018년 단독 대표이사 사장을 맡고 있는 임상개발 전문가다. 신약 R&D에서 'D'분야 전문가인 까닭에 김 CSO와 지향점이 잘 맞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적 호기심이 왕성한 김 CSO는 '최신 블록체인 기술'까지 한번 꽂힌 대상은 기초부터 살핀 끝에 끝장을 볼때까지 공부해 전문가 반열에 올라서는 것을 즐기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부광약품의 오픈 이노베이션이나 프로젝트 자회사가 공연히 나온 것은 아닌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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