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A제약사 사건이 제약업계에 미칠 악 영향들

또 불법 리베이트다. 이번에는 새로운 문젯거리까지 등장했다. 'ISO 37001'의 신뢰성 문제다. 지난달 21일, 검찰이 리베이트 혐의로 서울 영등포구 소재 연매출 1800억원대(2017년)의 중견제약사 A약품을 압수 수색해 회계 장부와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제약사는 검찰 수색 일주일 전 한국컴플라이언스인증원(KCCA, Korea Compliance Certification Assurance)으로부터 세계 최고 수준의 국제표준부패방지경영시스템인 'ISO 37001' 인증을 따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문제의 불길이 'ISO 37001'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우리나라에서 의약품 불법 리베이트 문제가 크게 부상된 것은 '보험약품 실거래가상환제도'가 시행된 후부터다. 그 제도가 시행된 1999년11월 15일부터 2010년 9월 30일까지 불법 리베이트가 의약품시장에서 만연해 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 대한 해결책으로 2010년10월 1일부터 새로운 보험약가제도인 시장형실거래가제(저가구매인센티브제)와 같은해 11월 29일부터 '리베이트 쌍벌제'가 시행됐다. 또한 제약업계가 자구책으로 'CP'는 물론 'ISO 37001'까지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또 입법 동기와 취지 등은 다르지만 2016년 9월 28일부터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김영란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의약품 불법리베이트 척결하는데 기세 좋게 가세했음에도 불구하고, 의약품 불법 리베이트는 여봐란 듯 아직까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와 올해 국감 때 국회에 제출한 불법 리베이트로 적발된 제약사들에 대한 최근 7년간의 현황 자료를 재정리해 보면, 2012년 29개사, 2013년 6개사, 2014년 7개사, 2015년 26개사, 2016년에는 무려 65개사로 정점을 찍은 후 2017년은 16개사로 대폭 감소됐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만도 7개 제약사가 불법 리베이트로 적발된 것으로 나타났다. 비록 통계 수치에 중복된 것이 있지만, 아직도 상당한 수치다.

리베이트 적발이 거의 모두 당해 회사 직원들의 검경이나 권익위 등을 통한 양심선언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적발 건수는 리베이트라는 큰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추정된다.

또한 비록 단편적이지만 모 전문지의 지난 10월 5일자 '제약·유통, 3년간 의약품 리베이트 적발 큰 폭 감소' 제목의 기사에 달린 현장의 목소리 '댓글'을 보면,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모두 하나같이 아직도 불법 리베이트가 많다는 예기들이다.

▲ 푸른산 2018.10.05 16:13:32, 저가약을 갖고 내과나 가정의학과 등에 얼마나 리베이트를 점조직처럼 하고 있는지 아시고 계신지, 참으로 돈이라면 환장 병에 걸려서 하기야 나라 돈이 눈먼 돈이지 ▲ 국민 2018.10.05 14:10:49, 처방방법을 바꿔라 잡지도 못할 리베이트 소란 좀 그만 떨고 맨입으론 처방 안 나온다 ▲ 이게 2018.10.05 09:30:16, 의미가 있나. 아직도 가격만 비싼 듣보잡 회사들의 ㄸ약들이 쭉쭉 팔리고 있는 걸로 봐서 리베이트가 줄지는 않은 것 같은데... 점점 더 음성적으로 진행되니 수사도 더 치밀하게 해야 할 듯 ▲ 영맨 2018.10.05 06:43:42, 현장 포커스,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사라지지 않을 거다.

'리베이트 쌍벌제'가 시행된지도 10년 가까이 되어 가는데 지금 상황이 이렇다. 왜 그럴까

리베이트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이 사는 곳에서는 언제나 어느 곳에서나 항상 성행했다. 이것만큼 사람 물욕을 직접 자극하고 채워주는 설득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보통사람이라면 어느 누구나 그 유혹을 쉽게 뿌리칠 수 없는 수단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러한 리베이트에 이미 의약품시장이 중독된 상태라 그런 것일까?    

제반 범법 문제가 다 그렇듯, 불법 리베이트도 수수(授受)하는 자들의 '마음과 실천의 문제'로 볼 수 있다. 주는 자든 받는 자든 어느 한 쪽 아니면 양쪽 동시에 '안 주겠다' '안 받겠다' 작심하고 실천하면 바로 해결될 일이기 때문이다. 리베이트 잡자고 만들어진, 앞서 언급한 대표적인 각종 제도적 규제나 CP 및 ISO 37001 등과 같은 업계의 자율적 수단 등은, 리베이트 수수자들이 그것을 주지도 받지도 않겠다는 속마음을 굳히도록 실천을 유도하는 '도우미'라 생각한다. 혹시 현행의 제도나 자율적 수단 등의 힘이 너무 허약해서 도우미의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기 때문에 리베이트가 아직도 판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판매목표가 미달되면 피가 바싹바싹 마르게 된다. 실적부진에 손 놓고 있을 사람들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 된다. 당장 뾰족한 방법도 없고, 그렇다고 독점적인 신약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가진 것이라고는 이전투구 해야만 하는 경쟁이 극심한 '제네릭' 밖에 없는 형편에, 남들도 눈치껏 리베이트 가지고 영업하고 있는 것을 빤히 잘 아는 데 나라고 그냥 보고만 있어서는 안 되지 않겠느냐 라는 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주는 자들은, 받는 자들이 속마음으로 아주 선호하는 판촉수단이 리베이트라고 여기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불법 리베이트가 모습을 감추는 진화를 거듭하면서, 그 틈새를 비집고 사각지대 어둠을 틈타 의약품시장을 활보하고 있는 것 아닐까?

리베이트 문제는 '부당하고 과도한 것'에 있다. 리베이트가 부당하고 과도하면 '불공정한 뇌물'로 변질되어 건전한 윤리 도덕 사회를 병들게 한다. 때문에 모든 국가가 자기 나라의 제도와 관습 및 국민성 등을 고려해 나름대로 '부당하고 과도한 것'의 정도(程度)를 정해 리베이트를 규제 관리하면서 뇌물이라는 괴물과 맞서 싸우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1987년부터 연방 리베이트 금지법(The Medicare and Medicaid Patient Protection Act, the 'Anti-Kickback Statute')을 시행해 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법은 의료기관이 처방 등과 관련해 부당하게 현금 혹은 그와 유사한 금품류를 직?간접적으로 받거나 지불하는 행위를 금하고 있다. 예외 조항이 있긴 하지만 여하한 유형의 보수나 사례금(remuneration : kickback, bribe, rebate를 포함) 등을 받는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만5000 달러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는 엄격한 각종 규제와 정부당국 및 업체들 간의 유기적인 협조로 불법 리베이트를 잡았다 한다. 제도적 규제로는 '부당 경품류 및 부당 표시 방지법'과 이 법률에 근거한 '의료용의약품업의 경품류 제공에 관한 고시' 그리고 '의료용의약품제조업에서의 경품류 제공 제한에 관한 공정경쟁규약' 등이 있다.

그런데, 일본이 불법 리베이트를 잡는데 기여한 일등 공신은 의외로 제도에 앞서 '국민의 준법정신'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유념케 한다. 그들은 제도를 만들면 비판이나 반발하기에 앞서 일단 그것을 우선 준수하고 본다는 것이다. 우리와는 아주 다른 면이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정리해 보면, 지금의 리베이트 문제는 여러 가지 복합된 이유로 인해 관련 법령과 자구책 등이 잘 준수되지 않아 아직도 리베이트가 엄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러한 리베이트의 주도세력은 아무래도 '받는 자' 쪽보다는 '주는 자' 쪽이다.

따라서 리베이트 주는 자 쪽에서 바라 볼 경우 2가지 방향의 해법을 찾을 수 있다.

하나는 제약업계가 더 늦기 전에 지금이라도 자진해서 불법 리베이트 영업에서 손을 완전히 씻는 것이다.

이는 오로지 오너(owner)의 의지에 달린 해법이다. 제약업계에서 오너의 명령은 권위가 하늘처럼 높다. 이러한 절대 권력자 오너가 입으로가 아닌 가슴으로 진짜 작심하면 불법 리베이트는 곧 잡힐 것으로 확신한다. CP 등을 운영하면서 회사는 리베이트 주지 말라고 관련 피관리자들에게 강력하게 지시했는데 그들이 말을 안 듣는다고 책임을 하부 조직에 미루는 것을 종종 접할 수 있는데, 설사 그런 일이 있다손 치더라도 그건 적응과정 상의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오너가 마음만 굳건히 먹으면 되는 일이다.

몇 년간 뼈를 깎는 고통이 오더라도 감내하고 마케팅 체질을 지금부터라도 개량신약 쪽으로 완전히 바꾸는 것이다. 개량신약 개발은 투자비용이 적게 들면서 궁극적으로 신약개발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 '웃기고 있네, 누가 그걸 모르냐?' 하시겠지만, 지금 정부당국과 세상의 관점이 바뀌고 있는데 언제까지 그 수많은 경쟁자가 득실대는 '제네릭' 가지고 범법까지 하면서 '리베이트'에 매달릴 수만은 없지 않겠는가. 필자가 웃기는 것보다 잘 알면서도 실천 안하는 것이 더 큰 문제가 아니겠는가.

좋은 개량신약은 의약품시장이 그 가치를 먼저 알아보고 앞장서서 찾는다. 제약사 'HM약품'이 좋은 본보기 사례라고 본다. 벤치마킹할 가치가 넘치고도 남는다. 모든 것이 하기 나름인 것 같다.

또 하나는, 제약업계가 지금쯤 인내의 한계를 느끼고 있을 정부와 국회 등에 매질 당하고 끌려가면서 결국 리베이트와 결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어쩔 수 없이 맞이하는 방법이다.

당국 등이 매를 대는 장소는 제약업계가 가장 아파하는 곳일 게다. 입장 바꿔 생각해 보면 그렇지 않겠는가. 보험약가, 제네릭, 제반 불법 리베이트 규정 등이 집힌다. 당국 등은 화풀이 하듯 감내하기 어려울 정도로 약가와 제네릭을 칼질하고 제반 리베이트 척결 규정을 매섭게 보완 정비 강화 할 것이 분명하다. 물론 제약업계가 탈출할 인센티브 정책 문호도 함께 열어 놓겠지만.

제약업계는 지금 선택의 기로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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