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락셀액 개발 17년은 불안과 성취의 연속이었다
리포락셀액 개발 17년은 불안과 성취의 연속이었다
  • 최은택
  • 승인 2018.12.03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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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선 책임연구원, 낮은 용해도·흡수율 극복 관건

[H-check] 제약R&D 활성화 제도개선 국회토론

정혜선 KIST 책임연구위원
정혜선 KIST 책임연구위원

파클리탁셀 개발 '30년의 대역사'
경구제 전환 과정도 난관의 연속

경구용 파클리탁셀은 개발초기부터 난관의 연속이었다. 이미 거대 다국적제약사들이 개발에 착수한 상태여서 성공하더라도 후발주자로 대접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컸다.

정혜선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지난 29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오제세·김세연·김승희 의원 공동주최)에서 '마시는 항암제 리포락셀(DHP107) 개발'을 [국내 개발 신약·개량신약 연구개발 사례]로 발표했다.

2일 정 책임연구원에 따르면 리포락셀은 산업자원부의 고효율 항암제 개발사업 과제로 1999년 선정돼 국내에서 처음 기술개발에 착수됐다.

정 책임연구원은 "당시 경구용 파클리탁셀 연구와 관련된 논문이 이미 엄청나게 나와 있었다. 거대 다국적제약사들이 개발에 나선 상황이어서 너무 늦은 게 아닌 지 걱정이 컸었다"고 회상했다.

리포락셀은 이후 2002년 흡수기전 및 제형 연구(복지부 과제), 2005~2007년 비임상연구, 2008년 임상시험 등을 거쳐 2016년에 위암 적응증에 식약처로부터 국내 시판 허가를 받았다. 이 약제가 혁신적인 이유는 유수의 글로벌 제약사들은 개발에 나섰다가 모두 실패했는데, 한국 연구진과 제약사(대화제약)가 세계에서 유일하게 성공을 거뒀다는 데 있다. 

정 책임연구원은 원물질인 파클리탁셀 주사약 개발과정도 경구제 개발만큼이나 어려움이 컸다고 '개발역사'를 소개했다. 스토리는 이렇다. 미국 암연구소는 1960년대 의약품 개발을 위해 매년 1000종 가량 약용식품을 스크린했다.

파클리탁셀 임상 주목껍질 9천톤 사용
민간에 기술이전 미 의회 청문회 호출

그러던 중 바클리라는 인물이 1962년 워싱턴주 주목나무 껍질에서 약효성분을 발견하면서 파클리탁셀의 역사는 시작됐다. 그는 새로운 발견을 위해 당시 4개월 간  400종이나 되는 약용식품을 스크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다음 단계에서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약효를 알아보기 위한 스크린을 위해서는 600g의 파클리탁셀이 필요했는데, 주목나무 껍질 700톤을 써야 확보할 수 있는 용량이었다. 더구나 파클리탁셀은 물에도 녹지 않았다. 이 처럼 원재료 확보부터 난관에 봉착하면서 파클리탁셀은 사장될 위기에 처했다가 새로운 작용기전이 알려지면서 가까스로 위기를 극복했다. 하지만 원재료 확보는 여전히 어려운 숙제였다. 임상시험을 위해 9천톤의 주목나무 껍질을 써야했는데, 산림훼손을 우려한 지역주민의 거센 저항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 이 기술은 1989년 비엠에스제약에 이전됐고, 우여곡절 끝에 반합성에 성공해 1993년 주사제로 시판 허가됐다. 첫 약용성분 스크린부터 개발까지 30년이 걸린 '대역사'였다. 고난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미국 의회는 공공기관이 개발한 중요기술을 민간기업에 지나치게 싸게 넘겼다는 등의 이유로 파클리탁셀을 청문회에 세웠다.

원개발 의약품의 이런 고난 탓이었을까. 경구용 전환도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경구용 파클리탁셀 개발의 첫 장애물은 '낮은 용해도'였다. 어렵게 물에 녹인 제형을 만들어도 장내에서 석출(돌)됐다. 정 책임연구원은 "다행히 거대 제약사들이 용해도를 해결한 제형에 대한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었다. 거꾸로 우리가 개발에 성공해도 시장에서 성공을 이어갈 지 의구심도 커졌었다"고 당시 고충을 설명했다.

흡수율 해결못한 다국적사들 개발실패
국내 연구진 '장흡착성 제형'으로 돌파

다음 단계는 '낮은 흡수율'이 문제가 됐다. 우리 몸의 소장에는 독성성분 흡수를 막는 'Pap'라는 단백질이 존재하는데, 많은 제약사들이 이 단백질을 극복하기 위한 'Pap 억제제' 개발을 시도했다. 하지만 이 억제제의 독성이 심해 대부분 개발이 중단됐다. 리포락셀의 혁신은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국내 연구진은 강한 점성으로 장점막에 흡착해 장시간 흡수되는 '장흡착성 제형'을 개발해 낮은 흡수율 문제를 해결했다. 동물실험과 비임상 연구결과는 만족스러웠다. 다른 연구결과와 비교해 'Pap 억제제'가 없어도 파클리탁셀의 흡수도를 현저히 높일 수 있었다. 해외에 의뢰한 독성평가에서는 '약효는 잘 발현되면서 독성은 거의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됐다.

대화제약은 이후 임상단계부터 기술을 이전받아 제품화 개발에 개입했다. 임상1상부터 임상2a까지 초기임상은 서울아산병원이 진행했다. 이어 임상3상은 서울아산병원, 고대구로병원 등 12개 임상시험기관이 전이성 또는 재발성 위암환자 238명을 대상으로 실시했고, 비열등을 확인해 위암치료 표준요법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근거를 입증했다.

탄력적인 제도 운영 기술혁신 뒷받침해야

정 책임연구원은 "리포락셀의 핵심기술은 항암주사제를 먹는 약으로 전환했다는 데 있다"고 했다. 오리지널인 탁솔은 한달 3회 정맥주사하는데 전처지가 필요하고 3시간 동안 투여한다. 에탄올과 유화제를 함께 쓰기 때문에 부작용이 있다. 반면 리포락셀은 한달에 6회 집에서 간편히 경구로 복용할 수 있다. 안전한 첨가제를 사용해 부작용이 거의 없다.

정 책임연구원은 "우리나라는 신약이나 개량신약 개발역사가 비교적 짧지만 개발환경은 매우 좋아졌다. 관련 법령이나 규정도 이렇게 변화하는 제약바이오 산업 구조에 맞춰 탄력적으로 바뀌어야 국내시장 진입과 해외진출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지난 6월 리포락셀액이 심사평가원 단계에서 조건부 비급여로 판정됐는데 단순 염변경 의약품보다 약가를 더 낮게 평가받았다는 데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고,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리포락셀액은 엄청난 난관을 헤치고 세계에서 유일하게 허가된 경구용 파클리탁셀이다. 약가이슈가 잘 해결돼 하루빨리 환자 건강회복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연구개발자로서 소망을 덧붙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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