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현욱 교수 "3분 진료로는 제대로 된 데이터 수집 못 해"

“수가 문제 등으로 국내 의사들은 진료 차트에 정확한 질병, 그에 따른 처방 등도 제대로 기입하지 못 하는 것이 현실이다. 단순히 이런 정도의 데이터가 쌓여 있는 심평원과 국민건강보험 빅데이터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까? 나부터도 잘 믿지 못 하겠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한 ‘2018 바이오 혁신성장대전’이 28-29일 양일간 세종대학교에서 개최됐다. 행사를 모두 마친 뒤, 히트뉴스는 한현욱 차의과대학 교수에게 우리나라 빅데이터 현실에 대해 진단해 달라고 묻자, 한 교수는 이같이 답했다. 그는 이어 이렇게 활용할 빅데이터조차 없는 현실에서 인공지능 활용을 이야기하는 건 어불성성이라고 했다.

2018 바이오 혁신성장대전이 28-29일 양일간 세종대학교에서 개최됐다. 29일 마지막 세션으로는 '혁신 비즈니스 모델 창출방안'을 주제로 패널토론이 진행됐다. 

한 교수가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심평원 빅데이터를 신뢰하지 못 하는 이유를 설명하면 이렇다. 기본적으로 한 환자 당 약 5000원으로 산정된 의료수가 체계 하에서 현실적으로 의사가 차트에 정확한 질병과 이에 따른 약 처방을 정확히 기입할 수가 없다. 하루에 100명 이상 환자 진료를 보는 대학병원 의사들의 경우 차트를 대충 쓰거나, 애매하게 기록하는 게 다반사다. 이는 의사들 사이에서도 모두 공감하고 있는 내용이라고 했다.

대학병원뿐만 아니라, 1차 의료기관의 상황은 더 심하다. 애초에 1차 의료기관은 진료시간을 줄이기 위해, 특정 약물과 질병의 자동으로 매칭해 놓는다. 예를 들어, 특정 항생제와 편도염을 매칭시켜 놓았다고 가정해 보자. 의사가 눈병에 걸린 환자에게 이 항생제를 처방하더라도, 진료기록엔 이 환자가 편도염에 걸린 것으로 기록된다. 의사는 당연히 잘못 기록된 편도염을 눈병으로 고쳐야 하지만, 이를 수정하는 의사는 많지 않다는 것이 한 교수의 말이다. 질병을 잘못 기입했다고 진료비가 삭감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건보공단과 심평원 빅데이터를 신뢰하긴 힘들다. 나부터도 현실적으로 정확한 질병명과 약물을 기록하지 못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런 질병과 약 처방의 미스매칭(mismatching)이 얼마나 되는지, 판단이 안 설 정도”라며 “이와 같이 미스매칭이 얼마나 일어나고 있는지 연구하고 싶다”고 했다.

이런 미스매칭을 실제로 연구할 수 있는 방법이 있냐고 묻자, 그는 “특정 질환에 중점을 둬, 연구해 보고 싶다. 가령, 앞서 예시로 든 눈병으로 온 환자가 청구 시스템에서는 편도염으로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며 “실제 진료 현장에 있고, 데이터 분석에 조금이라도 관여해 본 사람이라면 현재 우리나라 헬스케어 빅데이터에 얼마나 많은 문제가 있는지 알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그는 질적 수준을 높이지 못한 빅데이터를 학습한 인공지능은 무용하다는 의견을 내 놓았다.

그는 “데이터 분석 작업을 해보면, 실제 양보다는 질이 중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체감한다”며 “빅데이터의 질적인 부분이 간과된 상황에서 인공지능이 이야기 되고 있다. 질이 떨어진 데이터를 학습한 인공지능을 과연 어디에 활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결국 인공지능 역시 데이터를 분석하는 하나의 도구에 불과한데, 비단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은 인공지능만 있는 것은 아니다”며 “데이터의 대한 정확한 이해도 없이 산업 구조만 형성됐다”고 덧붙였다.

한편, 2018 바이오 혁신성장대전에서는 바이오 빅데이터, 정밀의료, 인공지능, 마이크로바이옴, 합성생물학 등을 주제로 다양한 발표와 패널토론이 진행됐다.

29일 마지막 세션 패널토론은 ‘혁신 비즈니스 모델 창출 방안’을 주제로 진행됐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이 좌장을 맡고, 한현욱 차의과대학 교수, 유소영 울산의대 교수, 김승준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부원장, 김영학 서울아산병원 교수,가 토론에 참여했다.

김영학 서울아산병원 교수는 “병원 임상 데이터를 연결해 가치 있는 정보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며 “우리 병원 차원에서도 나름대로 데이터의 표준화에 이에 대한 기반 시설 확립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한 교수는 빅데이터 전략에서 ‘환자의 자기결정권’ 개념을 강조했다. 그는 “일반인이나 환자가 자신이 데이터를 제공해서 얻을 수 있는 이익(benefit)을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승준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부원장은 “물리, 화학 등과 비교할 때, 생명과학 분야가 유독 아날로그 문화에 머물러 있다”며 “특히 논문 데이터 등을 디지털화 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했다.

유소영 울산의대 교수는 “의료정보를 활용하는 데 있어 개인정보보호법이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많다”며 “우리 역시 EU의 개인정보보호 규정인 GDPR처럼 개인정보가 절대적 권리가 아닌, 사회적 권리와 비례한 원칙이라는 사회적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민들에게 개인 의료정보 등을 활용해 공익적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는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종준 법제연구원 박사는 “헬스케어 분야에서 이제 법 제도를 선제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며 “각 부처간, 이해 당사자 간의 이해 관계를 조율할 수 있는 법제적 측면의 지원이 필요한지 살펴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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