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 지원사업 '범부처' '전주기' 이름값 만으로 충분, 2기는?
"6년은 긴 시간...정부지원 의미 생각해야" 성과도출은 필수
고질적 문제 재등장...상급종병 진입의 어려움

6년 기간으로 진행되는 의료기기 개발 전주기 지원사업 절반이 지난 시점에서 열린 중간평가에서 업계 관계자들은 지원 기업들에게 실질적인 성과, 즉 돈을 벌어다 달라고 당부했다.

추후 이어질 2기 사업에 필요한 예비타당성조사 및 이후 지원제도의 지속성을 위해서는 기술력이나 혁신성, 보건안보 확립 등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입증방법이기 때문이다.

범부처 전주기 의료기기 연구개발사업단이 23일 개최한 '2023년 성과 보고회'에서는 지난 3년간의 사업 평가 및 앞으로의 3년 및 2기 지원사업 성공전략 구상을 위한 의료계, 산업계, 언론계 논의가 진행됐다.

(왼쪽부터)범부처 전주기 의료기기 연구개발사업단 김법민 단장(좌장),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김희찬 교수, 고려대학교 의료원 윤석준 교수, 삼성서울병원 류규하 교수, 바이오니아 박한오 대표, 브라이토닉스이미징 이재성 대표, 동아일보 이진한 기자
(왼쪽부터)범부처 전주기 의료기기 연구개발사업단 김법민 단장(좌장),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김희찬 교수, 고려대학교 의료원 윤석준 교수, 삼성서울병원 류규하 교수, 바이오니아 박한오 대표, 브라이토닉스이미징 이재성 대표, 동아일보 이진한 기자

 

1기 지원사업 '범부처' '전주기' 이름값 만으로 충분, 2기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김희찬 교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김희찬 교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김희찬 교수는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부처, 혹은 R&D, 원천기술 특허, 시제품 개발, 임상시험 등 개발단계에서 원하는 상담을 받을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사업 가치는 충분했다고 평가했다.

그간 의료기기 산업 발전에 저해요소로 언급됐던 부처별 단절, 의료기기 계획부터 출시까지 전반적인 지식의 부재를 해결하기위해 조직된 '범부처 전주기 의료기기 연구개발사업단'은 그 이름만으로 1기 역할을 달성했다는 것이다.

김희찬 교수는 "그간 의료기기 업계는 각 정부부처들의 장벽 사이에서 R&D를 시작으로 원천기술 특허, 시제품, 임상시험 등 전체 주기를 각자의 힘으로 돌파해야 했던 만큼, 필요한 때에 각 부처와 상담을 할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1기의 목적은 달성한 것"이라 설명했다.

다만 김 교수는 추후 2기 사업에서는 범부처와 전주기 지원이라는 것 만으로는 부족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장 점유율 확보, 의료비용 절감 등 구체적인 입증이 필요하다는 의미였다.

김 교수는 "2기에서는 범부처와 전주기 만으로는 통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량적인 평가 방법이나 지원기관 선정·평가·관리 기구 통합운영 등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지원기반을 꾸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3년 사업단 선정 10대 대표과제 

[세계 최초 제품]
△바텍- 인간 지향 지능형 체어사이드 K덴탈 솔루션 개발 

[의료기기 국산화]
△브라이토닉스이미징- 퇴행성 뇌질환 극복을 위한 뇌전용 PET 시스템 및 융합분자영상 플랫폼 기술개발 

△메디인테크- 인공지능과 전동화기술 기반 소화기관용 고성능 스마트 연성 전자내시경 시스템 개발 및 상용화

[세계최초 제품]
△포항공과대학교 산학협력단- 말초미세혈관 초음파 광초음파 융합 영상기기 개발 및 사업화 

△바이오니아- 유럽체외진단 의료기기 인증을 위한 Viral Load HBV,HCV,HIV-1 체외진단시약의 유효성 평가

[수출산업화]
△이오플로우- 인슐린 의존성 당뇨인을 위한 웨어러블 인슐린 자동 주입시스템 개발 

[사회문제 해결]
△에어스메디컬- AI 기반 MRI 초고속 영상화 소프트웨어 혁신제품 개발 

△가천대학교 산학협력단- 두경부 암환자의 방사선 감수성 진단키트 개발 

△만드로- 근전전동의수를 위한 손가락·손바닥 내장형 통합 구동시스템 개발 

[보건안보]
△삼성서울병원- 역박동 제어 방식 휴대형 심폐순환보조장치 상용화

"6년은 긴 시간...정부지원 의미 생각해야" 성과도출은 필수

고려대학교의료원 유석준 교수
고려대학교의료원 유석준 교수

고려대학교 의료원 유석준 교수는 그간 정책환경과 정부 지원제도 등에 비추어 보았을 때 6년이라는 긴 시간이 갖는 의미를 생각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석준 교수는 "내가 경험했던 대한민국 정책 환경 특징은 '오래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발주 뒤 6개월이 지나면 최소한 만족도 조사라도 나와야 할만큼 짧은 정책환경에서 6년주기 사업과 3년만에 이뤄진 중간평가는 의료기기 산업 가치에 대한 중요도를 인정한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오래 기다린' 지원사업에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은 추후 이뤄질 2기 예산작업을 어렵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유 교수는 "오늘 선정한 10대 대표과제를 비롯한 지원과제에 단 하나라도 스타가 나온다면 많은 부분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김희찬 교수는 2기 사업 논의가 시작될 2023년 이후에는 1기 사업이 기획되던 당시 특수였던 코로나19라는 변수는 없을 것이라며, 1기 사업의 성과도출은 필수라고 당부했다.

김희찬 교수는 "2019년 5000억원 적자였던 우리나라 의료기기 무역수지가 코로나19로 2020년 2조원 규모로 흑자전환하고 지원 필요성이 대두되 범부처 사업이 꾸려진 것에는 코로나19라는 특수가 있었다"며 "2023년 이후 의료기기 무역수지는 향후 사업지원을 결정할 수 있는 요소인 만큼 사업의 당위성을 숫자로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고질적 문제 재등장...상급종병 진입의 어려움

스타 배출, 구체적인 성과 등이 의미하는 수익창출을 논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 의료시장 고질적인 문제인 상급종합병원 진입은 또 다시 문제시 됐다. 대학병원으로 대표되는 상급종합병원의 보수적인 의료환경은 글로벌 기업 대비 상대적으로 영세한 우리나라 기업 의료기기 진입을 어렵게 한다는 것이다.

브라이토닉스이미징 이재성 대표
브라이토닉스이미징 이재성 대표

10대 대표과제로 선정된 기업 중 PET 장비 국산화 연구를 진행하고있는 브라이토닉스이미징 이재성 대표는 향후 바라는 지원내용에 대해 상급병원 진출 시 이점이 제공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재성 대표는 "30~40억원을 호가하는 대형장비의 시장진출에 있어 중요한 요소는 각 대학병원 등 상급종합병원 진출"이라며 "여러 시도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는 있지만 그럼에도 사업단 지원 사업이 이점을 가져갈 수 있는 요소가 마련되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윤석준 교수는 스타기업 등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실질적으로 우리나라 의료기기는 하이엔드(최상위) 제품군으로 인식되기보다는 미들엔드 수준으로 인식되고 있는 만큼 이를 초월할 수 있는 신뢰도를 쌓은 단 하나의 기업이라도 탄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상급종합병원 진입이 어려운 의료기기들의 대표 사용자는 현장 의료진이고, 의사 시각에서는 안전성과 함께 해당 제품이 하이테크놀로지라는 믿음이 있어야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의료기기 인식은 그렇지 못하다"며 "세계시장에서 브랜드 파워를 가질 수 있는 기업 육성을 위한 전략을 마련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서울병원 류규하 교수는 이번 10대 대표과제 성과물들은 기술성과 경쟁력 등 여러 방면에서 다각도 평가지표로 선정된 만큼 의료시장 진입 선결과제인 수가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는 기대를 전했다.

류규하 교수는 "90개 기관이 참여한 79개 후보과제를 870개 성과지표를 토대로 35개로 압축했으며 △최초 제품 △국산 기술 △수출산업화 △의로 공공복지 △사회문제 해결 △응급의료 대응 중심으로 평가한 만큼 기술성과 경쟁력은 확보됐다며 의료기기는 대표적인 규제산업인 만큼 범부처 지원으로 수가문제를 해결해 후발과제로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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