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터뷰 | 박상훈 일리미스테라퓨틱스 대표

GAIA 플랫폼 활용해 Aβ 타깃의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
ILM01의 전임상 단계 진입 위한 최종 후보물질 도출 박차

"과거 바이오텍이 투자금을 받아 임상을 진행하고, 기술이전(L/O) 실적을 통해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는 일반적 성장 곡선이 아닌 바이오텍의 새로운 성장 모델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일리미스테라퓨틱스가 혁신의 장소로 거듭났으면 좋겠습니다. 신성장모델을 통해 기존과 다른 바이오 벤처의 성공 모델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박상훈 일리미스테라퓨틱스 대표는 포항공과대학교(POSTECH)에서 면역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아주IB투자, 파트너스인베스트먼트에서 바이오 투자심사역 경험을 쌓았다. 이후 에스엘바이젠 CBO(최고사업책임자), 아밀로이드솔루션 R&D(연구개발) 전략이사직을 역임한 바 있다. 산업계 경험이 풍부한 박상훈 대표는 2021년 8월 정원석, 김찬혁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명과학과 교수들과 함께 회사를 공동 창업했다.

일리미스테라퓨틱스는 현재 GAIA(GAS6-mediated Anti-Inflammatory Adaptor, GAS6-매개 항염증성 어댑터) 플랫폼을 활용해 아밀로이드 베타(Aβ)를 타깃으로 하는 알츠하이머병 신약 후보물질인 'ILM01(개발코드명)'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 현재 후보물질 도출을 진행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달 20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 유치를 받으며 바이오 업계의 관심을 끌었다. 2021년 시드 투자 12억원, 지난해 프리 시리즈A 80억원 등을 합해 총 292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한 바 있다. 히트뉴스는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에 나선 박상훈 대표를 만나 회사의 올해 목표를 들어봤다.

박상훈 일리미스테라퓨틱스 대표
박상훈 일리미스테라퓨틱스 대표

 

 #1. 바이오 투자심사역·벤처 C레벨 → 바이오텍 창업 

바이오 투자심사역, 바이오텍 C레벨 업무를 경험했습니다. 일리미스테라퓨틱스를 창업하게 된 배경이 뭔가요?

"바이오 업계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아왔지만, 회사를 창업해 대표를 맡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전 회사에서 알츠하이머 치료제 연구분야를 신경아교세포(Glia)까지 확장하고 싶어 정원석 교수를 만났습니다. 정원석 교수와 3년 동안 공동연구를 진행하면서 신뢰를 쌓았습니다.

정원석 교수는 2017년부터 김찬혁 교수와 GAIA 플랫폼 기술을 개발하고 있었고, 가설 검증을 완료한 2021년 초 교수님이 GAIA 플랫폼을 기반으로 바이오텍을 함께 창업하자는 제안을 건넸습니다. 여러모로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GAIA 플랫폼의 과학적 차별성과 확장성, 그리고 이 플랫폼을 이용한 아밀로이드 베타 타깃의 약물이 기존 항체의약품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글로벌 블록버스터가 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어 창업의 길에 나서게 됐습니다."

 

아주IB투자, 파트너스인베스트먼트에서 바이오 투자심사역을 경험했습니다. 바이오 심사역 경험이 창업할 때 큰 도움이 됐나요?

박상훈 대표는 아주IB투자, 파트너스인베스트먼트에서 바이오 투자심사역으로 근무한 바 있다. / 사진=일리미스테라퓨틱스
박상훈 대표는 아주IB투자, 파트너스인베스트먼트에서 바이오 투자심사역으로 근무한 바 있다. / 사진=일리미스테라퓨틱스

"많은 분들이 벤처캐피탈(VC) 경험이 있어 투자 유치가 쉬웠을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투자 유치 자체는 회사의 기술과 팀 그리고 방향성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바탕으로 진행됩니다. 다만 저의 경우 심사역 경험을 통해 투자자들의 관점을 좀 더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투자자들이 어떤 팀을 원하고, 어떤 성장 곡선을 원하는지, 그리고 투자자와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 지에 대한 방법론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점들이 창업과 투자 유치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알츠하이머 치료제는 실패 확률이 매우 높은 질환 중 하나입니다. 왜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에 도전했나요?

박상훈 대표는 면역학 전공자로서 '면역치료적 접근이 CNS(중추신경계) 질환 치료에 기여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박상훈 대표는 면역학 전공자로서 '면역치료적 접근이 CNS(중추신경계) 질환 치료에 기여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알츠하이머 신약개발의 과정은 험난한 길입니다. 어렵지만 누군가 도전해야 하는 일이고 어렵기 때문에 의미가 있는 일입니다. 이 때문에 더 능력 있는 인재들이 도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도전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얻을 수 없기에 역량 있는 젊은 인재들과 함께 즐거운 도전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글로벌 제약사들이 많은 시행착오 끝에 알츠하이머 신약개발 성공에 필요한 과학적, 약물학적, 임상적 단서들을 발견하고 있고, 그 결과 20년 만에 새로운 알츠하이머 신약들이 허가받고 있습니다.

저는 면역학 전공자로서 '면역치료적 접근이 CNS(중추신경계) 질환 치료에 기여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습니다. 1차적으로 아밀로이드 단백질을 제거하는 것과 더불어 뇌 면역 환경을 함께 개선해야 알츠하이머 환자의 인지기능 저하를 개선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효능이 뛰어난 아밀로이드 베타 타깃의 치료제가 등장해 (다른 약물과) 병용 투여하는 시기가 곧 다가올 것이고, 그때가 되면 알츠하이머병도 정복이 가능한 질병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2.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 도전…벤처캐피탈서 러브콜 받아 

GAIA-Aβ 치료제의 차별화 포인트를 설명해주세요.

일리미스테라퓨틱스는 현재 GAIA 플랫폼을 활용해 아밀로이드 베타(Aβ) 타깃의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 / 사진=일리미스테라퓨틱스 홈페이지
일리미스테라퓨틱스는 현재 GAIA 플랫폼을 활용해 아밀로이드 베타(Aβ) 타깃의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 / 사진=일리미스테라퓨틱스 홈페이지

"알츠하이머병은 치매의 주요 원인으로 아밀로이드 베타라는 단백질의 비정상적인 응집체가 뇌에 축적돼 발생합니다. 현재까지 개발된 아밀로이드 베타 타깃의 치료제는 주로 항체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항체의약품은 신경세포의 사멸을 유도하는 아밀로이드 베타를 제거하기 위해 Fc 수용체(Fc receptor)를 이용하는데, Fc 수용체를 발현하지 않는 별아교세포(Astrocyte)의 대식작용을 유도할 수 없습니다.

Fc 수용체를 발현하는 미세아교세포(Microglia) 만을 이용해 아밀로이드 베타를 제거합니다. 미세아교세포의 Fc 수용체를 매개로 대식작용을 일으켜 아밀로이드 베타를 제거할 때 원하지 않는 염증반응이 항상 동반됩니다. 일리미스테라퓨틱스의 경우 GAIA-Aβ는 독창적인 GAIA 플랫폼 기술을 활용한 융합 단백질 치료제로서 Fc 수용체가 아닌 TAM 수용체(TAM receptor)를 통해 아밀로이드 베타의 대식작용을 유도합니다.

TAM 수용체는 대식작용을 유도하는 동시에 염증반응을 억제할 수 있는 수용체로 염증 반응으로 인한 기존 항체 치료제의 부작용 위험을 줄일 수 있습니다. 또 TAM 수용체를 발현하는 미세아교세포와 별아교세포 두 가지 세포 모두의 대식작용을 유도할 수 있어 개선된 효능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회사는 기존 항체의약품의 안전성과 효력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차별화된 GAIA 플랫폼을 바탕으로 다양한 퇴행성 뇌질환 및 면역 질환 분야의 혁신신약(First-in-class) 개발에 앞장서겠습니다."

 

바이오 투자 불황기에서 전임상 단계도 아닌 후보물질을 도출 중인 바이오텍이 시리즈A 단계서 200억원 투자금을 유치했습니다. 벤처캐피탈(VC) 업계서 왜 일리미스에 주목했나요?

"전 세계적으로 신경과학(Neuroscience) 분야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바이오 분야의 대표적인 블루오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항암제(Oncology)의 뒤를 이을 큰 시장으로 신경과학 분야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있고, 작년 미국 바이오텍에 대한 투자 통계를 살펴보면 신경과학 분야가 항암제 분야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국내 투자자들도 신경과학 분야 투자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성공적인 신경과학 바이오텍의 케이스를 분석해보면, 신규 타깃보다는 어느 정도 검증된 타깃을 새로운 과학적 방법으로 조절하거나 새로운 플랫폼 기술을 통해 접근하는 바이오텍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일리미스의 경우 아밀로이드 베타와 같은 검증된 타깃을 표적하면서 기존의 항체 구조가 아닌 새로운 융합단백질 구조를 통해 조절하는 새로운 플랫폼에 접근하고 있습니다. 이미 품목허가를 받아 시장이 크게 형성되고 있는 아밀로이드 베타 타깃을 기반으로 차별화된 플랫폼을 적용했기 때문에 성공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을 수 있다는 측면을 투자자들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생각합니다. 또 회사는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아밀로이드 베타 타깃 외에 타우(Tau), 알파시누클레인(α-Syn) 등의 다른 타깃으로 치료제 개발을 시도할 수 있습니다. 큰 확장성을 가지고 다양한 파이프라인의 도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현재 각각의 타깃 혹은 질환의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글로벌 제약사 및 바이오텍과 협력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부분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지난달 200억 규모의 시리즈A 투자 유치를 받았습니다. 향후 투자금 사용 계획이 궁금합니다.

"시리즈A 투자금을 활용해 GAIA 플랫폼의 최적화 작업을 완료할 것입니다. 아밀로이드 베타 타깃의 후보물질(ILM01)을 도출해 전임상시험 단계 진입을 위한 준비를 마치겠습니다. 또한 GAIA 플랫폼을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타깃에 대한 가설 검증(Proof of concept, PoC) 및 후보물질 도출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3. 세 가지 키워드 품은 조직 문화 조성…"새로운 바이오텍 모습 보여줄 것" 

회사의 주요 인력 현황은 어떻게 되나요?

"현재 회사의 전체 인력은 26명입니다. 핵심 인력으로 △임인환 CMC(제조공정) 그룹 상무 △이재근 R&D(연구개발) 그룹 상무 △전상우 경영그룹 상무(CFO/COO) △이광훈 단백질엔지니어링팀·R&D2팀(Immunology) 이사 △김정환 사업&전략팀 이사 등이 있습니다."

 

회사의 조직 문화 이야기도 들려주세요.

일리미스테라퓨틱스의 조직 문화는 △소통 △도전정신 △선한 의지 등 세 가지 키워드를 품고 있다. / 사진=일리미스테라퓨틱스
일리미스테라퓨틱스의 조직 문화는 △소통 △도전정신 △선한 의지 등 세 가지 키워드를 품고 있다. / 사진=일리미스테라퓨틱스

"평소 직원들과 일대일 면담을 자주 진행합니다. 저희는 공식적으로 '기업 문화 간담회'를 개최해 더 나은 기업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임직원들이 생각하는 개인적 목표와 회사의 목표가 일치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조직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회사의 조직 문화는 △소통 △도전정신 △선한 의지 등 세 가지 키워드를 품고 있습니다.

저를 포함해 경영진들이 젊은 조직 문화를 추구하기 때문에 소통을 통해 결론을 도출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구성원들 모두가 창업자가 될 수 있도록 회사에서 많은 경험과 성장을 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해주는 것이 목표입니다. 일리미스는 회사의 모든 현안을 구성원들에게 공유하고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나눕니다. 마지막으로 구성원들이 선한 의지를 바탕으로 개개인의 이익보다 회사와 인류애를 우선적 가치로 생각하며, 서로 협력하고 밍글(Mingle)되어 일하는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올해 회사의 가장 중점적인 목표는 무엇인가요?

"우선 GAIA 플랫폼 최적화를 완료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입니다. 플랫폼이 최적화되면 다양한 파트너와 타깃 확장 및 공동 연구개발에 대한 논의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또 아밀로이드 베타를 타깃으로 하는 첫 번째 파이프라인 IML01의 전임상 단계 진입을 위한 최종 후보물질 도출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박상훈 일리미스테라퓨틱스 대표는 GAIA 플랫폼의 최적화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 사진=남대열 기자
박상훈 일리미스테라퓨틱스 대표는 GAIA 플랫폼의 최적화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 사진=남대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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