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 급상승, 생산량 감소, 위탁시설 부족, 낮은 약가까지
'놓지 못하는' 회사들 눈치 싸움 가능성도

세팔로스포린 계열 항생제 생산 관련 이슈가 이어지는 가운데 업계서 판매 중단 사례가 나오고 있다. 약가 대비 생산단가는 높고, 생산해 줄 수탁사도 찾지 못하다 보니 제품을 내놓을 환경이 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제약업계에 따르면 국내 중견제약 D사는 전국 유통업체 등에게 공문을 보내 자사 세파클러수화물 정제의 유통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해당 제약사 공문에 따르면 현재 판매중인 회사 제품은 5월 유통업체 출하를 마지막으로 유통을 멈출 예정이다.

흥미로운 점은 생산 중단 사유다. 위탁사인 D사 측은 수탁사의 제조단가 인상과 함께 추가 생산처를 확보할 수 없어 제품을 생산할 수 없다는 내용을 공문에 적었다. 해당 제품의 제조는 또다른 중견급 제약 K사가 맡고 있다.

실제 업계는 해당 제제 생산에 필요한 원료를 비롯해 부형제 단가가, 공장 사정에 따라 다르지만 30% 이상 수준으로 증가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제약업계는 세파계 항생제를 내놓지 않는 제약사들의 선택은 수익성이라며 당연하다는 반응이다. 생산처 문제와 채산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금은 멈출 때라는 판단'은 일리 있다는 것이다.

'세파'로 더 자주불리는 세팔로스포린 계열 항생제는 인후염, 기관지염, 편도염 등에 널리 처방되는 약물이다. 처방량이 많은 편이다보니 2010년 세파계 제조시설을 별도 구획하는 '약국 및 의약품 등의 제조업·수입자·판매업의 시설기준령 시행규칙' 개정안이 시행됐을 때도 20여 개가 남아 제조를 맡아왔다.

문제는 코로나19 이후 위탁 생산 과정에서 원료 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 의약품 관련 정보사이트인 파마콤파스 내 API 참조가격을 보면 올해 1분기 한국의 수급량은 중국을 넘어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금액은 Kg당 251달러 수준으로 매우 높다. 직전 분기 270달러 선과 견줘 저렴하만 코로나 이전 170~200달러와 비교해 금액 차이가 크다. 코로나19 치료과정에서 세균성 감염이 동반돼 있는 경우 약을 투여할 수 있는 기준이 있을 만큼 기존 대비 처방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여기에 자료 생산을 위한 데이터 역시 남아있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 바 있다. 실제 최근 대웅바이오가 자사 성남공장의 세파계 항생제 생산을 중단한다는 내용이 나오는 과정에서 세파클러의 제조원 변경 과정에서 유전독성 등 자료를 갖추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무엇보다 시설 부족도 업계는 고민하는 상황이다. 375mg의 경우 생동 제품 수를 제한하는 '1+3' 규칙의 시행 이전부터 이미 제품을 채우거나 이를 넘어선 상황이어서 더 이상 생산처를 찾아볼 수가 없다.

분리된 시설이 새로 등장하는 경우가 매우 드문 상황에서 자료는 없고, 원료는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375mg 기준 600원이 안되는 약가 내에서 제품을 유지하기는 과정이 녹록치 않다는 뜻이다.

결국 회사가 제품을 포기한 이후에는 재생산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어서 업체들도 생산 중단이 무기한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아 품목을 놓을 수 없는 업체들의 속사정도 더욱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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