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경제 주체서 건강보험 수단쯤으로? 여기는 것 아닐까

히트뉴스와 약사공론이 공동 주최하는 제2회 헬스케어 정책포럼이 '허가?약가?유통…제네릭 의약품 정책의 올바른 개선방향’을 주제로 20일 오후 2시 제약바이오협회 4층 강당에서 230여명의 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자료사진)
히트뉴스와 약사공론이 공동 주최하는 제2회 헬스케어 정책포럼이 '허가•약가•유통…제네릭 의약품 정책의 올바른 개선방향’을 주제로 20일 오후 2시 제약바이오협회 4층 강당에서 230여명의 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자료사진)

제약업계의 '약가 우울증'이 또 도지고 있다. 이번에는 생뚱맞게도 발사르탄 사건으로 촉발된 제네릭 난립 방지 명분을 앞세운 당해 정부당국이 조만간 실시 예정으로 약가에 또 철퇴를 가하는 여러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는 소식 때문이다.

검토 방안은 ▲ 제네릭 계단형 약가제도 부활 ▲제네릭 최고가 기준 인하 ▲자체생산과 위탁생산 제네릭 약가 차등 그리고 업계 무마용인 재탕 인센티브책인, ▲자체 합성 원료의약품 사용 완제의약품에 대한 약가우대 등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20일, 히트뉴스와 약사공론이 공동 개최한 제2회 헬스케어정책포럼에서 주제발표자가 "이번에 약가일괄인하도 검토 대상인가요? 그렇다면 가능성은 얼마나 되나요?"라고 묻는 질문에 당국자가 "답변할 수 없다"고만 했다. 이걸 뒤집어 새겨보면, 현재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가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이젠 앞으로 별의별 일을 다 연결시키면서 툭하면 전가의 보도 휘두르듯 약가 손볼 궁리부터 하는 것 아닐까? 제약업계가 잔뜩 긴장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지난날의 약가정책(제도)을 새삼 되돌아보면, 어제와 오늘의 정책 운영 패턴이 불연속선으로 갈라지는 듯 확연히 달라져 가고 있다는 점과 인과응보(因果應報)의 준엄함에 놀라게 된다. 

1950년대에서 1980년대 중반까지는 업계 주도의 자유시장 약가 시대였다. 그 시절 약가 문제는 의약품 포장에 적혀있는 가격이 약국에서 지켜지지 않는 저가판매(난매)가 고작이었다. 정찰제를 비롯해 표시가판매제와 재판매가격유지제도 등이 대안으로 등장했고 표준소매가제도는 시행까지 됐으나 못 말리는 과열된 시장경쟁과 반규제 반독과점 기조를 견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부정적 시각 등으로 결국 모두 실패했다.

의약품 가격제도는 1977년7월1일 의료보험제도 도입과 함께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현행의 복잡다단한 약가제도는 모두 국민건강보험법령에 따른 가격제도다. 비보험 의약품은 약사법령에 의한 '판매자(약국)가격표시제'로 아주 단순해졌다.

그로부터 1981년12월31일까지 '구(舊)고시가상환제'가 시행됐다. 정부 당국이 약가 실태를 직권으로 실사한 후 그 결과를 바탕으로 보험약가를 정하는 약가제도다. 그 때는 당국이 보험약가도 인상해줬다. 1978년 7.1%, 1979년 17.7%, 1981년 2.9%였다. 그러한 일은 그때가 마지막이었다.

그런데 구고시가상환제도에 문제가 생겼다. 가격실사를 담당하는 당국의 인력과 시간 부족 그리고 그분들의 세무회계에 대한 전문성 결여 등이 그것이었다. 그에 대한 해결책으로 제약사(수입사 포함)들이 제출하는 공장도가격에 일정율의 도매마진을 가산하여 보험약가를 책정하는 '신(新)고시가상환제'가 1982년1월1일부터 1999년 11월14일까지 시행됐다.

제약사들이 제출한 공장도가격을 당국이 심사한 후 이 가격에 저가약품 5.15%(처음에는12.3%) , 고가약품 3.43%(처음 8%)의 도매마진율을 붙여 보험약가를 책정했다. 난매로 도매마진율이 하락됐다. 또한 업계가 건의한 도매 거래관행과 대량 거래의 속성을 감안해 각각 5%씩의 유통거래 여유 폭을 확대 인정하고 보험약가를 관리했다. 이들을 모두 합산하면 보험약가 대비 최대 14.17%나 된다. 이처럼 당국은 신고시가상환제를 시행하면서 제약업계와 도매유통업계(이하 '제약업계 등')에 보험약가 운용의 자율성을 가능한 최대로 융통성 있게 보장해 줬다.

어찌 보면 그 14.17%는 당국이 제약업계 등에 자본축적 기회를 준 것이라고도 생각된다. 그것을 요양기관에 주지 않고 제약업계 등이 취했으면 오늘의 제약업계 등은 분명 지금과는 전혀 다른 발전 단계를 거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제약업계 등은 그 14.17%를 모두 요양기관에 할인거래로 탕진했다. 그것도 모자라 고율의 추가 약가할인까지 해댔다. 가격 문란으로 굳어진 시장상황에 당국은 한발 물러나 결국 묵시적이지만 그 비율에 10%를 가산하여 24% 범위 기준으로 보험약가를 관리하는 촌극까지 빚어졌다. 그 때는 몰랐지만 지금과 비교해 생각하면 그 당시는 당국이 업계의 사정과 의견을 상당히 감안해 줬던 것 같다.

우리나라 보험약가제도는 요양기관이 보험약품을 통해 이윤추구를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는 종전의 의료보험법령(1977.7.1.~1998.9.30.)이나 현행의 국민건강보험법령(1998.10.1.~현재)에서나 변함없이 관통되는 철칙이다.

그런데 '당국이 약가할인 범위를 공식 14.17%에다 비공식 10%를 추가해 24%선에서 관리했다. 제약업계 등이 그 비율만큼 요양기관에 모두 약가를 할인해 줬다'. 도대체 이것이 무슨 의미일까. 요양기관이 실질적으로 약가마진을 고스란히 24% 취했다는 뜻이다. 예컨대 요양기관이 보험약가가 1만 원인 의약품을 24%할인 된 7천6백 원에 구입한 경우 약제대금은 1만 원을 받게 돼 2천4백 원의 수익이 생기기 때문이다. 보험약품을 통해 이윤추구를 할 수 없는데도 말이다. 또한 그 현상은 보험약가에 최소한 24%의 거품이 껴있다는 방증이기도 했다.

결국 이에 대한 정부당국 내 자체 비판과 국회 및 사회 등의 극심한 부정적 여론 등에 의해 1999년11월14일부로 문제투성이의 신고시가상환제가 폐지되고, 그 다음날 15일부터, 보건복지 당국이 고시하는 보험약가(기준약가)를 상한선으로 하여 요양기관이 의약품공급자(제약업계 등 회사)로부터 실제 구입한 가격으로 약제비를 상환하는 '실거래가상환제'가 2010년9월30일까지 시행됐다.

당국은 시장 실거래가격이 보험약가보다 평균 24% 내외로 낮으니까 실거래가상환제를 실시하면 '보험 상환약제비가'가 대폭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렇지만 그건 결과적으로 크나큰 오판이 됐다. 실거래가상환제가 시행되자마자 제약업계 등과 요양기관은 자구책인지 아니면 이심전심인지는 알 수 없으나 갑자기 표변하여 사전 사후 약가 할인이나 할증이 없는 보험약가 그대로 세금계산서를 발부하는 거래방식으로 영업활동 방법을 바꿨다. 기대했던 약제비가 감소될 리 없었다. 이를 두고 국공립연구원들의 연구자 분들은 하나같이 새로운 약가제도는 '약가를 끌어내리는 메커니즘이 없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그 실거래가상환제에서도 제약업계 등은 자본축적을 할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를 살리지 않고 날렸다. 제약업계 등이 종전보다 약가 할인을 안 하는 만큼 수익을 더 챙길 기회가 주어 겼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내부유보(이익잉여금)'로 쌓지 않고 그것을 잘 못된 시장경쟁 수단인 불법 리베이트로 흥청망청 써버렸다. 오죽 심했으면 2010년11월30일부터 '리베이트 쌍벌제'가 시행되는 초유의 사태까지 발생됐을까.

그래도 이때까지는 직접적인 극심한 약가일괄 칼질은 하지 않았다. 그사이 '참조가격제'는 검토만 됐고 2007년1월1일부터 선별등재방식인 포지티브제와 2010년10월1일 요양기관을 통한 간접적 가격통제 방식인 '시장형실거래가제(저가구매인센티브제)'만 실시됐다.

이렇듯, 제약업계 등은 '신고시가상환제' 시절 24%라는 약가할인 거래를 함으로써, 제1차 자본축적을 할 수 있는 자기기회를 놓쳤을 뿐만 아니라, 요양기관이 취해서는 안 되는 보험약품을 통한 이윤추구를 약가할인거래 금액만큼 요양기관에 실질적으로 제공되도록 한 잘못이 있었다. 또한 '실거래가상환제' 때는 제약업계 등이 제2차 자본축적을 할 최상의 기회였음에도 불구하고 불법 리베이트로 날리면서 그것을 의약품 시장에 만연시킨 죄를 지었다. 그뿐만 아니라 할인판매와 리베이트 제공 마케팅을 함으로써 이를 지켜보는 분들에게 그것들을 가능하게 하는 원천인 보험약가가 그만큼 부풀어 있다는 인식을 각인시켜 주는 자충수까지 뒀다.

이와 같은 인과(因果)로, 당국에 의해 제약업계가 받은 응보(應報)는 바로 2012년4월1일부터 시행된 '약가일괄인하제도'였다. 그 당시 제약업계는 쑥대밭이 됐다. 지금도 그 태풍의 영향은 알게 모르게 지속되고 있을 것임이 분명하다. 일단 한번 인하된 약가는 절대 인상되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 일괄인하 제도 시행 전 2개년(2010년~2011년)간의 제약업계 연평균 매출액총이익률은 44.8% 이었는데, 시행 후 2년(2012년~2013년)간 연평균 41.7%로, 무려 3.1%나 갑자기 추락했다. 매출액순이익률도 연평균 6.5%에서, 4.9%로, 1.6% 급락했다. 이를 의약품유통정보통계집(심평원) 자료 가지고 금액으로 환산하면, 신제도 시행 후 2년간 제약업계는 매출총이익 1조3916억 원, 순이익 7339억 원이 날아난 것으로 계산된다.

이상을 정리 분석해 보면, 당국의 제약기업을 바라보는 기업관(企業觀)이 약가일괄인하제도 전후(이하 '전' 또는‘후'로 표기)로 확연히 달라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전'에는 그래도 당국이 제약기업을 국민경제를 발전시키고 지탱해 주는 하나의 경제주체로 인식하고, 비록 국가의 사회보장사업인 국민건강보험(이하 '건보')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불가피하게 약가 통제를 하면서도, 시장거래가격을 바탕에 깔고 업계의 건의를 적절히 여과해 받아들이면서 부분적 우회적인 방식으로 약가관리를 해 왔다. 우리나라 약사법이 1953년 처음으로 제정된 이래 무려 60년 이상이나 그래 왔다.

그러나 근래 당국은 어찌된 영문인지 돌변했다. 당국의 기업관이 바뀌어서 그런 것 같다. 제약기업을 국민경제의 주체가 아니라 마치 건보를 위한 일개 수단쯤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 그 증거가 2012년4월의 '약가일괄인하제도' 시행이 아니겠는가. 그것이 아니라면 어떻게 막무가내로 무자비하게 거의 모든 보험약품에 대해 '일괄적인 약가 칼질'을 했겠는가. 제약기업에서 약가는 생명 줄이다. 그러한 무지막지한 약가 패대기를 하면서 토종 제약기업들이 어떻게 선진국 수준으로 제대로 육성되기를 바랄까.

이 변화되고 있는 당국의 제약기업에 대한 기업관은 점점 더 강하게 고착돼 가고 있는 것 같다. 소통시대임에도 벽창호 불통이 느껴지고 민주화가 만개됐다고 앞뒤 안 가리고 뭔지도 모르면서 기쁨으로만 둥둥 떠 있는 세대를 이용하는, 통제 만능의 실패한 제3의 독재가 연상되니 어인 일인가.

발사르탄 사태의 발발은 제네릭 품목수가 많아서 그리고 또 약가가 문제돼서 발생됐는가. 이젠, 사태의 인과(因果)도 정확하게 따지지 않고, 이현령비현령으로 발생되는 사건마다 무조건 약가를 죄인으로 몰아붙이는 마녀사냥식의 비논리적 세상이 돼가는 걸까. 과거를 청산하고 새롭게 재탄생하기 위해, 있는 돈 없는 돈 어렵사리 끌어 모아 나름대로 신약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국민 먹거리를 책임 질 제약바이오산업계의 미래를 약가가 완전히 초쳐서 될 일일까.

(의약품영업과마케팅관리 데일리팜, 역사와해설 국민건강보험법 심평원, 완제의약품유통정보통계집 심평원, 한국은행 ECOS 자료 등 참고)

키워드

#약가우울증
저작권자 © 히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