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규제개선 정책과제, 신문고 민원 등 제기에도 식약처 '원안고수'
국내 조제환경에서 사실상 무용지물...개선안 찾는 제한적 시도 필요

조제용 의약품의 캡 위나 약통측면에 첨부문서들이 붙어 있거나 고무줄로 밴딩되어 있다. 100% 버려진다.
조제용 의약품의 캡 위나 약통측면에 첨부문서들이 붙어 있거나 고무줄로 밴딩되어 있다. 100% 버려진다.

“조제용 통약에라도 시범적용하면 될텐데...”

뜯자마자 쓰레기통으로 직행하는 의약품 첨부문서가 실효성 없는 자원낭비라는 지적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외면하자, 약국 조제용 통약에라도 시범적용해서 문제점을 점검해보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약사법은 제품명, 용법용량, 주의사항 등을 의무 기재사항으로 규정하고 이를 직접용기나 포장 또는 첨부문서에 반드시 기재하도록 했다. 그러나 용기나 포장의 면적이 의무기재사항을 모두 수용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첨부문서를 많이 활용한다. 업체들은 별도의 외부포장이 있는 제품은 케이스 안에 동봉하지만 병포장 등의 경우 병의 캡 또는 측면에 작게 접은 문서를 붙이거나 고무줄로 밴딩해서 출하하고 있다.

처방과 포장단위가 일치하는 일부 전문의약품이나 포장째 그대로 판매되는 일반의약품은 그나마 첨부문서가 소비자에게 전달되기라도 하지만, 약사가 조제하는 전문의약품의 경우 거의 대부분 그대로 버려지는 것이 실상이다.

따라서 첨부문서를 생략하거나 온라인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으나, 식약처는 의약품 상세정보를 온라인 등을 통해서만 제공하는 것은 환자의 안전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의약품 설명서를 온라인으로 대체하는 방안은 한국산업기술시험원이 기술규제정책포럼과 기업 간담회 등을 통해 작년 말 발굴한 51개 ‘기술규제 기업애로 개선 추진과제’로 1차 선정됐고 타당성 검토단계를 거쳐 뽑힌 최종 10개 과제 중 ‘기술기준 합리화’ 부문에 올랐다.

당시 지적된 문제점은 의약품 부작용 추가 등 허가사항 변경시 시중 유통 중인 의약품을 전량 수거해 첨부문서를 교체해야하는데 현실적 어려움이 있어 QR코드나 전자태그 등으로 대체하면 지속적 정보관리가 가능하고 기업의 연간 문서관리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현재 ‘의약품 등의 안전에 관한 규칙’ 제69조 (의약품의 표시 및 기재사항) ②항 1호에서 첨부문서 기재를 명시하고 있는데 전자문서도 첨부문서로 인정한다는 항목을 넣어 수정하면 법률적 미비점도 보완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식약처는 이 개선방안에 대해 ‘인터넷 등에 연결되지 않거나, 연결 오류가 발생될 수 있는 상태에서 의약품을 취급할 경우’ 등을 내세워 수용이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첨부문서 문제는 지난 5월 식약처 규제개혁 신문고에 민원사항으로 올라오기도 했었다. 이때 역시 식약처는 같은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식약처가 최악의 상황에서도 의약품 정보전달이 가능해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고수하는 것은 일부 이해하지만 정보전달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법을 병행하지 않는다면 면피용 행정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도 함께 나오고 있다.

의약품 외부포장 표시제도를 연구한 바 있는 연구자도 “외부포장이나 첨부문서 모두 소비자 입장에서는 효율적인 정보제공 수단이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의약품 유통분야에 종사하는 한 전문가는 “약국안에서 1회분씩 조제해서 소비자가에게 전달되는 통약의 첨부문서는 100% 버려지는 쓰레기라는 점을 식약처도 잘 알 것”이라며 “전체 적용이 어렵다면 조제용 통약에라도 시범적용해서 문제점을 개선해나가면 되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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