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디악 바이오사이언스, 파산 신청...자산 매각 돌입
코디악 사태로 인해 당분간 엑소좀 분야 투자 주춤할 듯
엑소좀, 여전히 유망한 모달리티...국내 기업들 경쟁력 보유

엑소좀 치료제 분야 선두 기업인 코디악 바이오사이언스(Codiak BioSciences)가 파산 신청에 따른 자산 매각에 돌입했다.

미국 코디악 바이오사이언스가 델라웨어주 파산법원에 챕터 11(Chapter 11)에 따른 자발적인 파산보호를 신청했으며, 회사의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자산 매각 절차를 추진한다고 지난 27일(현지시간) 밝혔다.

회사 측에 따르면, 합리적으로 실행 가능한 한 빨리 전체 사업 또는 핵심 자산의 매각을 완료할 것으로 예상된다. 창업자를 비롯한 대부분의 임원들은 4월 7일부로 퇴사할 예정이며, CTO(최고기술책임자) 등 일부 인력만 회사에 남게 된다.

더글라스 윌리엄스(Douglas E. Williams) 코디악 바이오사이언스 최고경영자(CEO)는 "이사회와 경영진은 우리의 모든 전략적 옵션을 철저히 평가했다"며 "이 구조화된 프로세스가 회사를 위한 최선의 재정적 필요와 임상 및 연구 프로그램의 단계를 고려할 때 가장 적합한 솔루션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코디악 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2015년 유명 바이오 전문 벤처캐피탈(VC)인 플래그십 파이어니어링(Flagship Pioneering)과 아치벤처파트너스(ARCH Venture Partners)가 MD앤더슨 암센터와 함께 론칭한 바이오텍이다.

회사는 지난해 간암 파이프라인(신약 후보물질) exoASO-STAT6의 임상 1상 데이터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oASO-STAT6는 회사의 파이프라인 중 세 번째로 임상 단계에 진입한 엑소좀 치료제다. 처음으로 정맥주사를 통해 전신 투여를 평가하는 후보물질이었다.

히트뉴스는 이번 코디악 바이오의 파산 신청과 관련해 국내외 바이오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코디악 바이오, 파산 신청·매각 추진..."자금난 때문에 벌어진 일"

엑소좀 기업 관계자 "위기 대비해 시나리오 플래닝 추진해야"

스펜서 남(Spencer Nam) KSV Global 대표 펀드매니저
스펜서 남(Spencer Nam) KSV Global 대표 펀드매니저

스펜서 남(Spencer Nam) KSV Global 대표 펀드매니저는 "코디악 바이오의 파산 선언 소식에 놀랐지만, 지난 1년 간 지속된 바이오 시장의 어려움을 살펴봤을 때 충분히 가능한 상황으로 분석된다"며 "현재 바이오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현금'이다. 코디악 같은 상장 기업의 경우 주가가 지난 1년 간 급속도로 하락해 유상증자를 통한 현금 확보가 불가능하게 됐다. 이 때문에 운영이 지속될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고 설명했다.

스펜서 남 펀드매니저는 "엑소좀은 잠재력이 높은 연구 분야지만 아직 임상적 입증뿐만 아니라 전임상 단계에서도 상당히 까다로운 기술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며 "이 같은 새로운 분야를 도전할 때 중요한 전략적 고려사항은 난제를 먼저 도전하는 것보다 임상적 가능성을 시사할 수 있는 증상에 적용해 성공 사례를 우선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코디악 바이오의 실패는 당연히 (엑소좀) 투자에 찬물을 끼얹는 요소가 될 수  있다. 당분간 엑소좀 투자가 주춤할 것으로 보이지만 만약 이 와중에 PoC(Proof of Concept, 개념 증명) 입증이 가능한 기술을 선보이면 투자에 대한 관심이 늘어날 것 같다"며 "(엑소점 신약개발 벤처들이) 짧은 기간 내에 약물 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무엇보다 현금 보호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엑소좀(Exosome) 

신체의 세포에 의해 방출되는 세포외 소포체(Extracellular vesicles)로 단백질, 지질, 핵산 등 다양한 세포 신호 물질들을 포함하고 세포 간 신호 전달을 위한 메신저 역할을 한다.

엑소좀 신약개발 기업 한 관계자는 "코디악이 엑소좀 분야서 가장 잘 알려진 회사였기 때문에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다만 코디악의 파산 신청은 엑소좀이라는 모달리티(Modality) 때문이 아니다"며 "코디악의 지나치게 높은 비용 구조를 현재의 경색된 글로벌 자본시장 상황에서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엑소좀 분야 뿐만 아니라 어느 바이오 기업이든지 좋은 연구개발만으로 지속가능한 사업을 영위하는 것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며 "자본시장의 상황이 좋든 나쁘든 간에 경영진은 항상 다양한 시나리오 플래닝(Scenario planning)을 통해 사업 전략을 신중하게 수립할 필요가 있다. 제한된 자원을 활용해 가장 영향력이 높은 결과물을 도출할 수 있는 방향으로 우선순위를 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 바이오 투자심사역은 "엑소좀 분야 탑티어 기업인 코디악의 파산은 국내외 엑소좀 산업에 커다란 충격을 안겼다. 엑소좀의 상용화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코디악 바이오는 지난 2019년 1월 재즈 파마슈티컬스(Jazz Pharmaceuticals)와 최대 10억 달러(약 1조3000억 원) 규모의 엑소좀 의약품 개발 및 상용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파산 절차에 돌입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 심사역은 "초기 단계 개발 후 빠른 기술이전(L/O)을 통해 막대한 비용이 필요한 후기 임상 및 글로벌 마케팅이 가능한 파트너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L/O 이외에도 사업의 영속성을 보장할 수 있는 실질적 매출이 발생하는 비즈니스 모델(BM) 구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엑소좀은 유망 모달리티...국내 엑소좀 기업 수준 높아"

엑소좀. 출처=일리아스바이오로직스 홈페이지
엑소좀. 출처=일리아스바이오로직스 홈페이지

바이오 업계 한 관계자는 "코디악의 파산이 국내 엑소좀 신약개발 벤처 투자에 악영향을 줄 수 있지만, 현재 바이오 시장 상황은 서서히 개선되고 있다고 판단된다. 글로벌 엑소좀 치료제 시장은 2020년 한 해 딜(Deal) 규모가 100억 달러(약 13조원)에 달할 정도로 거대한 시장"이라며 "향후 세포치료제를 대체 가능한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글로벌 격차가 크지 않기 때문에 국내 엑소좀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유망 분야"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국내서 엑소좀산업협의회가 35개 회원사 간 네트워킹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국내 기업의 경우 코디악이 보유한 3세대 엑소좀 기술(Indirect Drug Loading with Anchored Payload)보다 뛰어난 4세대 엑소좀 기술(Indirect Drug Loading with Free-form Payload)도 보유하고 있다"며 "CMC(제조공정)의 확립 및 상용화에 있어 유의미한 기술이전(L/O)을 진행한다면 (엑소좀은) 여전히 투자하기에 충분히 매력적인 분야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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