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교수 '돌직구' 질문..."이제 받아들일 일만 남았나"

제2회 헬스케어정책포럼 키워드 '제네릭'

정부 "발사르탄 대책 아니지만 문제는 풀어야"
제약 "약가제도로 제네릭 난립 못 막아"
건약 "고가 제네릭 정책 국민에 부담만 줘"

"오늘 이 궁금증은 꼭 풀고 가고 싶다. 제네릭 약가 일괄인하 검토대상인가, 그렇다면 가능성은 얼마나되나?"

이재현 성균관대약대 교수는 송영진 복지부 보험약제과 사무관에게 이렇게 물었다. 파장 분위기로 어수선했던 토론회에 일순간 긴장감이 돌았다. 송영진 사무관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답변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의 입에 쏠렸던 230여명의 청중의 눈이 미세하게 떨렸다. 장우순 제약바이오협회 상무는 "받아들일 일만 남은건가"라고 토로했다.

히트뉴스와 약사공론은 제약산업계 최대 현안이 된 '제네릭'을 키워드로 제2회 헬스케어정책포럼을 20일 열었다. 포럼책자 200부가 동이 나 수십본을 인쇄해 청중들에게 나눠져야 했다. 그만큼 '제네릭'은 국내 제약업계에 뜨거운 이슈다. 그리고 이번 제네릭 제도 개선이 약가일괄인하 태풍으로 이어질지가 이들의 최대관심사다.

이날 포럼은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이 좌장을 맡아 토론을 이끌었다. 이재현 성균관대약대 교수가 '제네릭 의약품 정책의 올바른 개선방향'을 주제로 발표했고, 정현철 식약처 의약품정책과 사무관, 송영진 복지부 보험약제과 사무관, 이평수 차의과대 교수, 이동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활동가, 장우순 제약바이오협회 상무, 조원준 더불어민주당 보건복지전문위원 순으로 지정토론이 이어졌다.

통상 정부 패널이 마지막에 토론하는 게 관례지만 이날은 정현철 사무관과 송영진 사무관이 먼저 말문을 열었다. 각계 의견을 듣기위해 나온 자리일 뿐 현재 검토 중인 내용은 오픈할 수 없다고 포럼 시작부터 '시위 아닌 시위'를 한 것이다.

이재현 교수는 발제에서 발사르탄 사건이 제네릭 난립 이슈로 돌변하는 전개과정을 정부 보도자료와 언론보도를 인용해 보여줬다.

그는 "발사르탄 사건이 제네릭 제도 개선 논의의 트리거 역할을 했다. 그런데 제네릭 난립문제가 해소되면 발사르탄 사태 재발을 방지할 수 있을까"라고 의구심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정책을 설계할 때는 문제 원인을 분석하고 인과관계를 규명해야 수용성을 높일 수 있다"고 했다.

이재현 교수는 특히 "2012년 약가일괄인하 전후 제네릭 등재현황을 분석해 봤더니 품목수가 오히려 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제약사가 떨어진 매출을 보충하기 위해 채택한 전략으로 보인다. 언론은 이 때문에 일괄인하가 과당경쟁을 부추기고 심화시켰다고 지적했다"고 했다.

이어 "제네릭 난립은 제약계가 안고 있는 문제의 본질이 아니라 정부정책과 보건의료 시장이 빚어낸 현상으로 봐야 한다"면서 "(문제 해결을 위해) 단기적으로는 제네릭 진입기준 강화, 제네릭이 난립한 품목군에 대한 품질 및 불공정거래 행위 점검 등 드러난 현상을 완화하기 위한 대증적 접근을 우선 고려하고, 중장기적으로는 합리적인 제약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종합대책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약가일괄인하와 같은 '극약처방'이 아닌 속도조절을 주문한 것이다.

식약처와 복지부도 제네릭 제도개선은 발사르탄 대책이 아니라고 공감했다. 발사르탄 사태(또는 사건)가 촉매제가 된 건 맞지만 대안에 대한 고민은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서 검토방향에 대한 언급없이 각자 진단한 제네릭 제도의 문제점에 대해 설명했다.

정현철 사무관은 R&D기반 악화, 신뢰성 추락, 유통질서 문란 등 3가지로 문제를 압축했다. 그는 "정부는 제네릭으로 개발비용을 충당해서 개량신약, 신약개발 등으로 이어져 중소 제약기업이 큰 기업으로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로 나아가길 기대했지만 10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보면 R&D 기반을 악화시키는 구조가 됐다"고 했다.

송영진 사무관은 제네릭 등재 수 급증, 가격경쟁 부재, 사후관리 부실 등을 문제점으로 진단했다.

그는 "복지부가 약가 일괄인하와 함께 동일성분 동일약제제도를 도입한 건 최고가 아래서 가격경쟁이 이뤄지길 기대했기 때문인데 그렇게 되지 않았다. 제네릭의 가치는 동등한 품질의 의약품을 싼값에 쓰는데 있는데 오리지널과 비용이 같다면 굳이 많은 비용을 지출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이평수 교수는 "일반시장에서는 소비자는 왕이라고 한다. 그런데 약품시장에서는 소비자는 봉이다. 약품은 의사가 선택하지 최종 소비자인 국민은 아무런 권한이 없다. 앞으로는 소비자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제네릭 대안은 복합적이다. 품질관리, 가격의 적정성 등을 전제로 유통이 합리화돼야 한다. 그런데 모둔 문제는 질과 가격에서 유발된다"면서 "제네릭 가격이 제품마다 다른 건 문제가 있다. 동일가를 적용하고 수용하지 않으면 목록에서 제외하면 된다. 참조가격제를 활용하는 것도 대안"이라고 했다.

소비자 입장에서 제네릭의 품질관리 강화와 약가 조정을 해법으로 제안한 것이다.

이동근 건약 활동가는 약가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그는 "고가 제네릭 정책은 시장을 왜곡하고 건강보험 재정과 국민에게 부담을 주고 있다. 미국의 경우 제네릭이 많아지면 수 년내 가격이 90% 수준까지 떨어진다. 한국은 제네릭을 통한 약가 절감비율이 1% 수준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공정한 약가경쟁을 위해 입찰제도, 최저가 대체조제의무화, 제네릭 일반명 허가 등의 제도를 활용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정부가 계단형 약가인하제도 재도입 가능성을 이야기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제네릭이 등재되면 약가를 30% 인하하고, 2년 뒤 다시 85%까지 낮추는 노르웨이제도도 고려할만하다"고 했다.

유일하게 이날 제약계를 대표해 패널토론에 나선 장우순 상무는 외로운 투쟁을 벌였다.

그는 "단순히 제네릭 숫자를 줄이려는 '제네릭 대책'은 무의미하다. 제네릭의 가치와 역할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소비자, 산업, 정부(보험당국) 모두의 이해에 합치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제네릭 대책에서 약가제도는 대안이 아니다. (이재현 교수 발제에서도 확인됐듯이) 일괄인하 이후 제네릭이 늘었다. 대기업이나 중소기업 모두 마찬가지다. (부끄럽기는 해도 아직) 개량신약을 제외하면 제네릭이 국내 제약산업의 90%를 점유한다. R&D 캐시카우가 제네릭에서 나온다는 걸 무시할 수 없다. 제네릭 정책이 잘못되면 제약산업의 미래가 흔들린다"고 강조했다.

이어 "5년전 약가인하 때도 제약사들이 힘든 상황을 겪었고 이것이 개발 중이던 파이프라인을 막은 심각한 상황을 초래했었다"고 했다.

조원준 전문위원은 "약가제도나 일괄인하로 제네릭 난립을 막을 수 없다는 데 동의하지만, 이는 글자 하나의 차이다. 약가제도'만'으로는 제네릭 난립을 막을 수 없다고 해야 할 것"이라면서 "유통투명화, 다시 말해 매출할인이나 CSO 규제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돼야 한다. 아직 부처간 논의가 덜 돼 있는 것 같다. 당정협의를 통해 앞으로 종합적으로 논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고려 가능한 대안으로는 "(정부 답변처럼) 위탁생동 폐지나 축소, 제네릭 일반명 도입, 글로벌 수준의 제네릭 진입장벽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원료의약품의 경우 불순물 관리를 강화하고 품목허가 갱신과 청구실적 연계, 원료자체 합성 완제약에 대한 약가우대 등도 고려 가능하다. 위탁생산 약에 직접 생산약과 같은 가격을 주는 건 합당하지 않다"고 했다.

정부와 학계, 보건시민단체, 제약계 간 시각차는 이렇게 컸지만 이날 포럼에서 분명히 정리된 건 두 가지였다. 이번 제네릭 제도 개선논의는 발사르탄 대책이 아닌 수면아래 숨겨졌다가 급부상한 독립적인 이슈라는 점이 하나다. 또 적어도 제네릭 일반명 도입 필요성에 대해서는 모두 공감했다.

한편 청중석에서 마더스제약 관계자는 위탁생동 축소 조치가 CMO 발전을 위축시키고, 하드웨어 중복 투자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CMG제약 관계자는 위탁생동 약가 차등화가 신제품 개발노력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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