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트아미노펜, 어차피 지명구매…저항감 적어 가격 올려야"
"타이레놀 대비 경쟁력 갖추려면 동결·소폭 인상이 낫지 않느냐"

"대표 품목(의 가격)이 올라가면 다른 업체들 입장에서는 가격을 인상하는 데 따른 저항감이 줄어드니까 (자사 제품) 가격도 인상할 가능성이 있겠죠."

"지금 올린다고 해서 이익도 같이 올라갈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잖아요. 지명구매 비중이 워낙 높으니까 '타이레놀 없을 때 타 제품' 공식이 만들어지는 데 가격을 더 저렴하게 차별화하면 판매 시 더 이점이 있지 않겠어요?"

아세트아미노펜 시장의 대표격인 타이레놀의 공급가가 3월부터 오를 예정인 가운데 업계 내 동일 성분의 소단위 포장 제품을 파는 회사들이 고민에 빠졌다. 자사 제품의 가격을 올릴 것인지 아니면 그대로 유지할 것인지 여부다.

우선, 타이레놀의 공급가 인상 이유에서 알수 있듯이 제조원가 등의 문제가 있다. 또 정부가 작년 한시적으로 조제용 약가 상한금액을 인상하면서 자연스레 줄어든 가격 저항감을 피할 수 있다.

반면 소비자 구매 유형을 봤을 때 가격에서라도 승부를 봐야 하지 않겠냐는 쪽의 의견이 나오면서 서로 눈치를 보는 상황이다.

한국존슨앤드존슨판매는 최근 국내 주요 유통업체 등에 타이레놀 및 니코레트 일부 제품의 공급가를 인상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전달했다.

가격인상 공문 내용을 보면 회사는 △타이레놀정500mg 10정/30정 △타이레놀ER 8시간서방정650mg 6정 △타이레놀우먼스 10정 △타이레놀콜드-에스 10정 △타이레놀어린이현탁액100ml △니코레트껌2mg/4mg 30정 단위의 제품을 적게는 5%에서 많게는 20% 가까이 인상할 예정이다.

제품별로 인상률은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소비자가 느낄 약국 판매가는 적게는 500원에서 1000원까지 오를 가능성이 크다.

회사 측은 이유로 원자재 가격 인상 등에 따른 제조원가 및 유통 전반 비용의 상승을 반영했다고 전했다.

타이레놀의 공급가 인상은 업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자사 제품의 가격을 어느 정도 올릴 수 있겠냐는 이유에서다. 먼저 가격을 올리자는 쪽은 타이레놀의 공급가 인상이 조제용 의약품이 아닌 낮은 수의 포장단위에서도 가능하다는 이유를 제시한다.

실제 약국 시장 내에서 타이레놀과 동일 성분의 제제는 유사하거나 조금 낮은 수준이다. 약국 시장의 마진 등에서는 차이가 어느 정도 있지만 유사한 수준의 가격을 의도적으로 맞추는 것이 오히려 시장의 수요를 적당히 타 제품으로 돌리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리지널 제품이 인상된다면 국내 타 제품 역시 자연스레 공급가를 올려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약국 내 판매가도 유사할 가능성이 높으니 비슷한 수준으로 공급가를 인상하면 수익성이 증가한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

여기에 지난해 정부가 조제용 아세트아미노펜의 보험약가를 일시적으로나마 인상하면서 국민들이 생각하는 심리적 저항감이 줄어든 것 역시 인상 가능의 이유로 꼽힌다.

일반의약품의 경우 가격이 중요한 마케팅 요소로 작용하는 데 지금이 가격인상으로 수익성을 높이기 적합하다는 것이다.

국내 아세트아미노펜 10정 들이 제품을 생산하는 한 제약사 관계자는 "타이레놀의 인상 요인이 원재료 상승인 상황에서 국내 제약업계도 충분히 가격을 올려도 소비자가 납득할 수 있다는 데서 타사 (제품의) 공급가 인상 가능성이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최근 출시된 많은 제품이 타이레놀 오리지널 포장과 유사한 붉은 계열을 사용하는 등 '같은 성분의 약'임을 강조했으니 공급가의 인상을 문제삼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다. 

하지만 단순히 가격을 올리는 것만이 능사가 아닐 것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장기적 경쟁에서는 장점이 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먼저 약국 내 판매가격은 약국이 자의적으로 책정한 것인만큼 공급가격을 굳이 올리든 아니든 파는 약국가의 선택에 달렸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아세트아미노펜의 수급 안정성 문제에서 기인한다. 예전만큼 아세트아미노펜 품귀가 아니기 때문에 지명구매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타이레놀과 경쟁이 되려면 낮은 가격을 유지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타이레놀의 가수요 사입 현상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있다.  가격 인상이 3월 1일로 예정되면서 약국가가 사입처에서 낮은 가격에 물량을 구매할텐데 가격을 굳이 올려봤자 기존 타이레놀과 사입가가 비슷해지니 경쟁에는 더욱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또 다른 아세트아미노펜 제제 판매사 관계자는 "우리는 타이레놀과는 별도로 가격을 인상하겠다는 움직임은 아직 없다"며 "어차피 공급가를 올린다고 해도 우리가 가격 인상 요인을 주도할 생각이 없다. 오히려 공급가 인상이 경쟁을 어렵게 할 수 있어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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