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조 밝힌 곳도 낱알·향정까지... 향후 압박 막기위한 용도 관측도

대한약사회에서 시작된 반품 사업의 데이터 입력 기한이 오는 1월 말까지 다시 한 번 연장된 가운데 최근 제약업계에서 눈에 띄는 움직임이 하나씩 보이고 있다. 반품 관련 목록을 모으는 상황에서 자사의 제품을 직접 반품하려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표면적으로는 '정기적'이라는 모양새를 띄고 있지만 실제로는 향후 반품 협상 등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기록'을 남기지 않기 위한 방안이라고 추정하기도 해 향후 흐름에 관심이 모아진다.

최근 약업계 관계자 다수의 말을 모아보면 다국적 제약사 A사는 오는 1월 말까지 자사 제품의 개봉재고의약품 반품 사업을 진행한다.

해당 제약사는 약국 등에 공문을 통해 직접 유통 제품은 직거래 도매업체를 통해 수거를 진행하고 협력사 유통제품은 협력사의 반품 정책을 준용해 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여기에는 아직 열지 않은 미개봉 의약품, 비급여 의약품, 향정신성의약품은 물론 상대적으로 반품 과정이 복합했던 액상 제품 등도 포함돼 있다.

좀 더 자세히 보면 반품 품목에는 최근 공동판매가 끝난 제품을 포함해 만성질환 1차 치료에 흔히 쓰이는 품목 등이 포진해 있다.

연말연시 제약사의 반품은 평범하게 일어나는 관례와 같은 일이다. 그렇게 흥미로울 것 없어보이는 '통상적인 일'이지만 반품을 둘러싼 시점은 자못 흥미롭다. 대한약사회가 중점사업으로 약국가 반품을 진행하는 시점 그것도 반품 희망목록의 재고를 시스템 안에 작성하는 기간 중 일어났다는 점이다.

해당 업체의 경우 이미 지난해 11월 약사회가 밝힌 반품 협조사 초기 명단에 이름을 올린 회사 중 하나다. 더욱이 협회가 반품 협조 제약사 공개 당시 마약류 등의 반품이 어렵다고 밝힌 상황에서 협조에 참여하는 곳이 역으로 자체 반품을 진행하는 것이다.

이같은 사례는 국내 제약사에서도 이미 몇 번 진행된 사례가 있다. 지난해 말 국내 중견제약사인 B사가 해당 명단에 들어있음에도 자체 반품 및 수거를 진행한 바 있으며 다국적사 C사 역시 1월 초까지 반품을 진행해 제품을 모으기도 했다.

여기에 아직 반품 사업에 협조하지 않은 회사들은 기존대로 자체 제품을 반품하고 있다.

사업을 진행해 일괄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문제를 자사 단독으로 하는 이유에 업계는 그저 통상적인 반품의 형태라고 말한다.

자체 반품을 진행한 한 제약사 관계자는 "연간 단위로 반품을 진행하는 통상적 절차"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표면적인 이유일 뿐 그 속은 조금 다를 수도 있다는 것이 약업계 인물 다수의 분석이다. 말 그대로 '데이터'를 남기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현재 약국 내 불용재고의야품 반품 사업은 약국가가 반품지원 사이트에 대상 의약품의 수량 등을 입력한 뒤 유통업체가 이를 수거해 계산하고 이에 따른 금액을 제약사가 향후 정산하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이들의 분석은 약사회가 실제 자료를 향후 이어질 반품사업에 활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데서 시작된다. 실제 대한약사회 측은 최근 반품 관련 본지 질의에 "해당 회사와 간담회를 지속 진행할 예정으로 명단 공개 등을 통해 최대한 협조를 받겠다"며 "다만 입력은 (모든 제약사의 자료를) 다 받을 예정으로 반품량을 파악하기 위함"이라고 전한 바 있다.

반품량을 통해 현재 불용 재고 데이터를 수집해 사업에 비협조적 제약사와 협상하는 기초 데이터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는 뜻이다.

제약업계 내에 있는 이들은 이같은 방침이 자사의 반품 과정 내 꼬투리가 잡힐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본다. 한 중견제약사 관계자는 "(회사가) 반품 사업에 협조할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닌 듯 하다"면서도 "회사 내부의 데이터가 밖으로 공개돼 향후 (반품 협상) 과정에서 불리하게 사용될 가능성이 있는 이상 누가 이를 남기고 싶어하겠느냐"고 털어놨다.

최근 진행되는 제약사의 자사 반품은 약을 주는 약국도, 반품을 받는 유통업체도, 정산을 해야 하는 제약사도 약사회 사업과 동일한 일을 하는 것뿐이다. 하지만 약사회가 진행하는 사업 데이터에는 이같은 목록을 남기지 않게 된다.

실제 최근 열린 서울시내 구약사회와 대한약사회 내 간담회에서 특정 회사가 전체 입력 금액의 약 4분의 1 수준을 차지한다는 내용이 소문으로 돌고 있는 상황에서 제약사가 굳이 꼬투리를 잡힐 필요는 없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반품 사업 관련 데이터가) 잘 돼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래야 (약이) 만들어져서 소비되기까지 그리고 어떻게 돌아갈 것인지의 과정과 그 흐름이 명확해지기 때문"이라면서도 "그렇다고 과연 그 쪽(제약사)이 쉽게 근거를 남기고자 하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업에서도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태로 주거래 유통업체가 넘기지 않은(판매하지 않은) 수량의 제품이 등록될까 우려하는 상황인데 자사가 확인할 수 없는 투명하지 않은 반품 재고를 협상의 대상으로 쓰이는 상황이 제약에서도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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