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재팬-경쟁자-허가권 변경, 5년이 바꾼 운명
신뢰성 회복·직거래 판매 도움 등 과제

유통업체와 제약회사 손을 거친 후 자취를 감추는 듯 했던 '액티넘'이 곧 기지개를 켠다. 한 때 대중광고로 인지도를 높이기도 했지만 노(NO) 재팬, 경쟁제품, 품목 허가권 변경 등 악재를 만나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

최근 약업계 관계자 이야기를 종합하면 쥴릭파마코리아는 일본 아리나민제약의 비타민제인 액티넘(일본 이름 아리나민)의 국내 재출시를 본격 준비중이다. 

쥴릭 측은 작년 액티넘 시장 조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의약사 대상 주요 온라인몰에서 품절 상태지만 계약 확정 이후 공급이 진행될 예정이다. 액티넘의 재등장은 '어떤 방향'으로든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노재팬' 끝나니 경쟁자, 여기에 새 주인까지
계륵이된 '그 알갱이' 속사정은

2015년 한국다케다제약은 지오영과 백제약품, 동원약품 등 의약품 유통업체에 액티넘 유통과 판매를 맡겼다. 일본 대표적 비타민제로 이른바 '직구'까지 이뤄졌던 품목이고 회사도 배우 차승원 씨를 광고모델로 발탁하는 등 전사적으로 마케팅에 심혈을 기울였다. 매출도 점차 늘었다.

2018년 문제가 생겼다. 다케다는 판매처를 기존 유통업체에서 동화약품으로 전환했다. 동화약품은 국내 OTC 강자인데다가 약국 75%에 이르는 직거래 비중을 가졌지만 비타민제 부문에서 대표제품이 마땅치 않았던 상황에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2019년 국내 전 산업군에서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한 맞대응으로 '노 재팬' 움직임이 일었고, 처방이 필요한 처방의약품(ETC)에 비해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 OTC의 타격은 매우 컸다. 당시 업계는 노재팬 운동으로 액티넘 매출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을 것으로 추산했었다.

회사는 제형의 크기를 줄여 복약 편의성을 높이려는 시도를 했지만, 때마침 GC녹십자가 자사 비타민제 '비맥스' 시리즈에 힘을 주기 시작한데다 다른 제약회사들도 따라붙으며 1일 1정 콘셉트의 활성비타민제가 시장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액티넘은 포지셔닝이 애매해진데다 주인도 바뀌었다. 다케다 본사가 자사 제품 콘셉트를 희귀질환 등 전문의약품 강화로 잡으면서 아시아태평양 지역 내 일부 전문의약품 및 일반의약품을 셀트리온에 판매했다. 이 과정에서 알보칠 등 한국다케다 주요 품목이 이동했지만 액티넘은 해당되지 않았다.

그 사이 동화약품과 계약이 끝나며 판매사도 결국 사라졌다.

여기에 쐐기를 박은 것이 블랙스톤의 다케다 OTC 인수다. 미국계 사모펀드인 블랙스톤은 2020년 8월 2420억 엔, 당시 우리돈 약 2조 7000억 원 규모로 일본 다케다의 소비자헬스케어사업부를 인수했다.

당시 다케다는 희귀질환 치료 의약품 라인업 확장을 위해 아일랜드의 샤이어를 인수했는데 인수 이후 자금 압박에 시달리면서 기업 구조 개선 및 체질을 바꾸기 위해 소비자헬스케어 분야를 내어준 것이다.

블랙스톤 역시 앞서 류마티스 치료제 '엔브렐'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했던 아유미제약을 인수, 성장시키며 제약업계 투자에 공격적으로 나서던 때였다. ETC 분야에 이어 일본에서만 약 8조 원 이상 규모를 가진 OTC 시장의 도전에 관심이 이어졌었다.

그나마 아리나민은 블랙스톤이 소비자 헬스케어 제품을 모아 새로 만든 아리나민제약의 대표품목으로 국내 액티넘을 돌봐줄 이는 없었다.

이미 다케다 내에서도 액티넘을 담당하던 이들이 다른 곳에 있어 사정을 아는 사람이 없었다. 무엇보다 원 품목 자체가 이미 타사로 넘어가 담당을 할 수 있는 상황도 되지 못했다.

그나마 아리나민제약 측에서 새로 판매를 맡을 이를 물색 중이라는 이야기는 돌았지만 협상은 쉬이 진척되지 못했다.

업계 한 관계자 이 이야기가 나올 당시 "제품 기획 등으로 봤을 땐 좋은 품목이지만 과연 이걸 누가 팔아줄 것인지 의문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다가 지난해부터 동남아시아 등 일부 국가에서 쥴릭이 판매를 맡는다는 이야기가 돌기 시작했고 국내에도 12월 회사가 본격적으로 판매활동을 재개할 움직임이 관측되며 사실상 컴백을 위한 작업이 시작된 것이라는 게 약업계 내 반응이다.

 

직거래 대신 온라인·도도매 등 판매 가닥잡나

'도의적' 반품, 신뢰성 회복 등 과제

업계에서 쥴릭이 향후 액티넘의 유통을 비롯해 판매도 단독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지만 과제는 남아있다.

먼저 과거 다케다가 판매했던 액티넘의 재고를 어떻게 도의적으로 처리할 것이냐의 이야기다.

이미 동화약품의 경우 사업 종료 후 받은 반품 재고를 처리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유통업계와 약국 내 재고가 어느 정도 처리돼야 '혹시 약국이 팔지 못해도 사입 금액은 날리지 않는다'라는 신뢰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쥴릭 측이 2021년 사업성 악화로 약국 직거래 사업에서 철수했다는 점이다. 회사 측은 온라인, 도도매, 국내 대형 유통업체 중 하나인 경동사를 통해 제품을 공급해 왔다.

이번에도 이같은 방안으로는 어느 정도 해결이 가능하다는 주장이 뒤를 잇는다. 제휴몰을 통해 약국 사입 가격 안정성을 줄 수 있는 데다가 과거 진행했던 유통업체와의 고리 역시 어느 정도 끊어낼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한편 이와 관련 쥴릭파마 측은 액티넘의 국내 유통판매 여부, 판매시 시점, 반품 문제 등을 물었으나 명확한 답을 들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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