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 2018년 얀센과 1조4000억 규모 L/O 체결
R&D 성과→재무적 성과...선순환 구조 구축 가능
렉라자, 이레사보다 PFS 중간값 약 2배 이상 증가

 검은 토끼의 해                             
 마음 열고, 협력하며 신나게 달리자 

개방형 혁신의 전제는 상호 협력이다. 새해 아침 히트뉴스는 협력의 가치를 품은 과거지사이자, 미래를 향한 현재 진행형인 3가지 이야기를 하려한다. 희망적 선언 대신 과거지사를 꺼내든 것은 이곳에 대한민국 제약바이오가 가야할 길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 스토리에는 감동과 탄식, 아쉬움이 혼재되어 있다.

1. 사일로 효과를 걷어찬 K-NIBRT
2. 외교부까지 도움 준 스카이코비원
3. K-오픈이노베이션의 꽃 렉라자

렉라자
렉라자

유한양행의 폐암 치료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는 K-제약바이오 오픈 이노베이션의 성공적인 결실로 평가받고 있다.

유한양행은 2015년 7월 오스코텍의 미국 자회사 제노스코서 폐암 치료제 후보물질 레이저티닙을 도입했다. 유한양행은 회사의 물질 최적화, 공정개발, 비임상 및 임상연구를 통해 렉라자의 가치를 높이는 것에 중점을 뒀다.

렉라자는 EGFR 돌연변이에 대한 선택성이 높고 강력한 항종양 활성을 나타낼 뿐만 아니라 야생형 EGFR에 대한 활성이 낮아 야생형 EGFR을 표적해 발생하는 부작용의 발생 가능성이 낮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또한 뇌혈관장벽(BBB)에 대한 투과도가 높아 뇌전이 환자에서도 높은 효과를 나타냈다.

유한양행은 2018년 11월 글로벌 기업 얀센 바이오텍과 1조4000억 원 규모의 레이저티닙 라이선스 아웃(L/O)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2015년 한미약품의 대규모 글로벌 기술수출 이후 국내 제약사가 이뤄낸 쾌거였다. 오픈 이노베이션을 꽃 피운 유한양행은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 오픈 이노베이션이 선택이 아닌 필수임을 증명했다.

렉라자의 개발 과정. 출처=유한양행 렉라자 프레스킷
렉라자의 개발 과정. 출처=유한양행 렉라자 프레스킷

 

오픈 이노베이션 한 우물 판 유한양행...혁신신약 파이프라인 강화

유한양행은 다양한 기업 및 기관과 연구개발(R&D) 협력에 집중하고 있다. 사진=유한양행 홈페이지
유한양행은 다양한 기업 및 기관과 연구개발(R&D) 협력에 집중하고 있다. 사진=유한양행 홈페이지

유한양행은 2015년부터 신약개발 전문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적극적인 오픈 이노베이션을 추진해 왔다. 지난해 3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앱클론 △제노스코 △GC녹십자 △에이비엘바이오 △굳티셀 △아임뉴런바이오사이언스 △지아이노베이션 등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에서 도입한 파이프라인(신약 후보물질)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유한양행의 오픈 이노베이션 모델은 도입된 기술이나 약물의 개발 단계에 따라 회사의 강점인 △신약 후보물질의 효능 △독성을 평가하는 전임상 연구와 초기 임상연구를 통한 중개연구 △생산연구 △제제연구에 이르기까지 실질적인 개발업무를 수행함으로써 도입한 기술이나 물질의 가치를 극대화하고 있다.

특히 렉라자는 오픈 이노베이션 성과로 2018년 기술수출된 이후 총액 1조4000억 원에 이르는 계약 규모 중 현재까지 1억5000만 달러 이상의 기술료 수입을 달성했다. 연구개발(R&D) 성과가 기업의 재무적 성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 지속적인 연구개발 투자 확대의 물꼬를 틀었다.

회사 관계자는 "미래성장 기반인 연구개발(R&D)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연간 매출액 대비 약 10% 내외의 연구개발비를 집중 투자해 R&D 파이프라인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차별화된 신제품 개발, 해외 라이선싱 강화, 신약 파이프라인 확대, R&D 역량 및 첨단 시스템 구축을 통해 미래성장의 기반을 공고히 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한양행의 2021년 R&D 총 비용은 약 1783억 원에 달한다.

 

뛰어난 임상 결과... 글로벌서 주목받는 렉라자

렉라자는 2019년 10월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학술지 란셋 온콜로지(Lancet Oncology)에 LASER201 임상 1/2상 시험 결과를 공개해 우수한 폐암 치료 효과 및 안전성을 입증했다. 또한 2020년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서 폐암 임상 결과 3건을 포스터 발표했고, 뇌전이 동반 비소세포폐암 환자에서 렉라자의 유의미한 효능이 확인돼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2021년 1월 렉라자는 '이전에 EGFR-TKI로 치료받은 적이 있는 EGFR T790M 변이 양성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치료'를 목적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품목 허가(국산신약 31호)를 받았다. 같은 해 7월 T790M 변이 양성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환자 치료 시 2차 약제로 급여가 적용됐다.

한지연 국립암센터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2022년 아시아암학회 국제학술대회 및 제48차 대한암학회 학술대회서 렉라자의 전체 생존기간 결과에 대해 "렉라자가 뇌전이 위험이 높은 EGFR T790M 돌연변이 양성 환자에게서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 38.9개월에 도달했다는 점은 상당히 고무적인 결과"라며 "암환자의 궁극적 치료 목표가 생명 연장에 있다고 봤을 때, 이번 전체 생존기간 결과는 렉라자가 EGFR T790M 돌연변이 양성 환자에게 더 연장된 기대여명을 제공하는 치료 옵션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유한양행 관계자는 "렉라자는 폐암 1차 치료제로 글로벌 임상 3상에서 이레사(성분명 게피티닙) 대비 무진행생존기간을 유의미하게 개선했다"며 "국내서 개발한 항암신약이 글로벌 3상 임상을 성공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했다.

조병철 연세암센터 교수는 지난달 3일 ESMO ASIA 2022 'Presidential Symposium' 세션에서 레이저티닙의 글로벌 임상 3상(LASER301)의 중간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조병철 연세암센터 교수는 지난달 3일 ESMO ASIA 2022 'Presidential Symposium' 세션에서 레이저티닙의 글로벌 임상 3상(LASER301)의 중간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유한양행 레이저티닙(제품명 렉라자)이 EGFR 변이 진행성 비소세포폐암의 1차 치료 임상 3상에서 게피티닙(제품명 이레사)보다 무진행생존기간(PFS) 중간값이 2배 이상 증가했다.

조병철 연세암센터 교수는 지난달 3일 ESMO ASIA 2022 'Presidential Symposium' 세션에서 레이저티닙의 글로벌 임상 3상(LASER301)의 중간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조 교수는 "393명의 환자가 무작위, 눈가림 배정됐으며, 13개국 96개 지역에서 임상이 진행됐다(레이저티닙군 196명, 게피티닙 197명)"며 "특히 무진행생존기간(PFS) 중간값은 게피티닙(9.7개월)보다 레이저티닙(20.6개월)에서 더 길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가 EGFR 변이 중 L858R 변이 및 CNS(중추신경계) 침투가 발생한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1차 치료제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렉라자 성공 경험은 큰 자산... 신규 기전의 파이프라인 확보해야

업계 관계자들은 유한양행 렉라자의 글로벌 임상 결과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한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유한양행 레이저티닙의 임상 결과는 긍정적이다. 다만 이미 경쟁약물인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도 비소세포폐암 환자 대상으로 1차 치료제로 허가돼 처방되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레이저티닙이 좀 더 글로벌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타그리소 vs 레이저티닙 vs 레이저티닙+아미반타맙' 1차 치료 효능을 평가하는 MARIPOSA(레이저티닙·아미반타맙 병용) 임상 3상 결과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레이저티닙의 임상 결과는 타그리소와 유사한 수준으로 보이지만 L858R 변이를 가진 환자에서 보인 효능 결과는 매우 긍정적이기 때문에 추후 셀링포인트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오픈 이노베이션을 활용해 '혁신신약 개발'이라는 열매를 수확한 유한양행. 유한양행이 향후 또 다른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통해 신약개발에 성공하려면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업계 한 관계자는 "우선 이번 레이저티닙의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기전의 신규 파이프라인을 확보해야 한다. 이번 성공 경험이 새로운 파이프라인을 개발하는 데 있어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파이프라인들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회사들을 발굴할 필요가 있다. 또한 단순 지분 투자뿐만 아니라 내부 노하우 등을 적극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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