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히터뷰 |
배진건 이노큐어 수석부사장 & 과학칼럼니스트

신약개발 연구자이자, 과학칼럼니스트인 배진건 박사(이노큐어 수석부사장)는 "알려진 것처럼 올해 바이오생태계가 어려울테지만, 어떤 경우에도 기초연구까지 손을 놓아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베이직을 다지면 미래는 노벨상이지만, 거짓을 첨가하면 폭 망한다"며 과학 윤리를 강하게 말하는 배 박사는 "대한민국 신약개발의 미래는 빅파마보다 벤처들이 열 것으로 확신한다"며 "왜(Why)라는 질문으로 신약개발의 비밀의 문을 열자"고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배 박사는 '종교는 믿음이란 문화가 바탕이고 과학은 의심이란 문화가 바탕'이라는 1965년 노벨상 수상자 리차드 파인만 교수의 말을 인용하며 '잘 살기 위해 질문'을 하는 아이들처럼 모르는 X를 Why를 도구삼아 해법을 찾아가야 한다고 했다. 

작년 12월 13일 그의 생일 날 판교 이노큐어를 방문했을 때 그는 크리스마스 장식을 한 회사 현판의 컬러에 맞춰 밝은 초록색 스웨터를 입고 왔다고 했다. 히트뉴스 칼럼니스트이기도 한 배 박사는 "자신은 굿 사이언티스트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며 "과학을 정말 좋아하지만 스마트하다는 생각은 안해 봤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몇몇 스마트한 인물을 꼽아주기도 했다.

눈 내리던 날 연말 분위기에 취해 두서없이 이야기를 나누면서 문득 글을 잘 쓰는 사람과 말을 잘하는 사람들은 따로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잠시 스치기도 했다.

 

바이오벤처에 대한 희망의 언어는 사라지고, 걱정과 염려의 언어만 유통되고 있습니다.  

"바이오 생태계가 여러모로 어려움이 있고, 최근 법인청산 이야기마저 나오는데 따라 거기 있는 직원들이 곧 옮겨가지 않겠느냐는 식의 흉흉한 이야기들이 언론에 보도되기 시작한단 말이죠. 이렇게되면 올해는 혹한기가 될 것 같습니다. 많은 분들이 언제까지 혹한기가 이어질 것인지 제일 걱정하고 있어요. 바이오생태계 거의 모든 사람들은 지금 생존자금 준비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다음 투자 단계로 넘어가기 힘드는 상황이니 각자 기업들이 처한 시리즈 A, 시리즈B 단계에서 투자를 조금 확장하는 노력을 많이 하고 있는 줄로 압니다. 

대부분 벤처들이 조용히 생존하는 게 뭐 목표일텐데, 듣기로는 투자자들이 경비를 줄이라고 주문한다고 합니다. 임원들의 임금 조정 이야기들도 있고요. 너나없이 참 어려운 시기입니다."

 

어려운 시기, 올바른 판단을 하기 어렵습니다. 자칫 방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니다.

"어려운 시기를 아껴가며 현명하게 견뎌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너무 움츠린 나머지 기초연구까지 스톱을 하면 안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제가 늘 기초를 강조하는 것처럼 아무리 어려운 시기라도 기초연구는 계속돼야 합니다. 이건 틀림없는 일이자, 벤처기업들에게 포기할 수 없는 희망의 창구니까요. 돈이 많이 들어가는 임상연구 등은 잠시 딜레이 될 수 있어도 기초연구는 한시도 멈춰서는 안됩니다. 기초연구는 벤처기업의 생존을 향한 강한 의지의 표현이기도 합니다."

 

투자환경이 좋지 않아 상장이든, 비상장이든 바이오벤처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투자자들이 상황이 좋을 때는 창업을 부추기다가 상황이 좀 어려워지니까 그냥 손을 딱 떼는 것도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투자업계의 노련한 인물에게 상황이 어려워지기 시작할 무렵 당신이라면 투자를 하겠느냐고 질문을 던진적이 있어요. 그는 '그럼요' 라고 간명하게 말했죠. 밸류가 낮아졌을 때 더 나은 투자처를 고를 수 있다고 했어요. 지금 전부 낮게 평가되고 있죠. 업체별로 가격이 어떻다는 걸 다 떠나 K바이오 생태계의 밸류는 1, 2년 전과 견줘 50% 정도 낮아졌어요."

 

40년 넘게 신약개발과 관련해 일을 해 오시는 눈으로 보셨을 때 K바이오는 다시 기지개를 펼수 있을까요? 

"단언컨대 대한민국의 혁신신약 개발의 미래는 빅파마보다 바이오벤처가 열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바이오생태계 2세대, 3세대 그룹들에서 정말 경쟁력 있는 회사들이 만들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에이비엘바이오, 알테오젠, 레고켐 등 이런 그룹들이 글로벌로 점점 다가서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잖아요. 스타트업 그룹들에서도 이들과 비슷한 사이즈가 더 많이 나와야 된다고 생각해요. 결국 바이오가 한 축을 담당하는 것은 숙명이죠."

 

희미한 희망에 어주번트를 첨가해도 2023년은 여전히 빡센 한해가 될 것이라고 합니다.

"어려움이야 있죠. 허들을 넘어서야죠. 너무 돈 걱정 없는 환경이 더 나은 미래를 만들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윤석열 정부가 바이오 산업도 관심을 놓지 않고 이끌어주면 모범적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코로나를 기회로 우리나라 바이오 산업이 일본보다 더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었을 것 같아요. 이제는 감염질환을 넘어 새로운 모달리티, 우리도 프로탁 회사지만 프로탁에 안에서도 좋은 회사들이 많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새로운 모델리티에 대한 정부의 관심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1982년 8월 22일 박사학위를 받은 날로부터 작년 8월22일까지 만 40년 입니다. 박사님은 40은 준비의 기간이라며 '신약 개발의 멋진 코치가 되겠다'고 하셨죠. 코치 생활 할만 하신가요?

"코치가 진짜 쉽지는 않아요. 명령적으로 할 수 있는 코치도 있지만, 소위 MZ 세대들한테 그 분들의 눈높이로 제가 낮아지려 합니다. 만나는 분들과 최소한 20년은 차이나는데 섞여 이야기 하는 게 즐겁습니다. 저는 괜찮은데 젊은 분들이 접촉해도 될까 염려하는 것 같기는 합니다. 하지만 미국에서 트레이닝을 받았기 때문에 내가 접근을 잘하는 편입니다. 질병 유발 단백질 분해 및 제거를 목표로 하는 표적 단백질 분해 기술(TPD Targeted protein degradation)과 관련한 연구자들의 스터디 모임이 있는데, 여기서 오라해 엄청 즐거운 마음으로 참석하고 있습니다.  한 20명 정도 모이는데, 그 그룹에서  듣고, 질문하고 아주 좋습니다. 전문적인 스터디그룹은 미래의 좋은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여담이지만, 신약개발 코치에도 정년이 있나요?

"농담 비슷하게 이제 6년 남았다고 말합니다. 오늘 생일(2022년 12월13일)로 일흔 하나 거든요. 77세까지만 하겠다고 마음에 정해 두었어요. 사람들은 100살까지 하라지만, 그건 덕담이죠. 페이스북에도 올렸지만 34세, 60세, 78세를 기점으로 노화가 급속히 진행하는 변곡점이 있다는 스탠포드대학 토니 이 코레이 박사의 논문을 보고 78세보다 한 살 어린 77세에 그만두겠다고 딱 결정을 했습니다." 

 

400편 정도 컬럼을 쓰셨습니다. 사명감이나 의지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닙니다.  저 같은 경우 뭔가 글감이 차오르면 막 쓰게 됩니다. 박사님은 왜 쓰시나요? 

"한독을 65세에 은퇴하니 할 일이 없는 것처럼 생각이 들었어요. 때마침 메디케이트뉴스가 칼럼을 제안했죠. 한 번 맡겨진 일은 계속 하는 게 맞지 않나 싶어 금요일 데드라인 맞춰 썼죠. 쉽지 않았어요. 이렇게 굴러가다 보니 반응도 좋고, 내가 하는 일이 잘못은 아니구나하는 확신이 생겨 계속하게 됩니다."

 

박사님은 참 귀하신 분입니다. 신약 개발과 관련한 과학적 이야기들이 일반인들에게 전달되고, 이해를 받을 때 사회로부터 탄탄한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사님이 그 일을 하시는데, 글이 참 편하고 흥미롭습니다. 

"첫 해 쓰는 글에 대해 아내는 늘 어렵다고 했어요. 아내의 평가는 전공하는 대학생들도 이해할 수 있게 쓰도록 만들었죠. 목표가 생기니 더 좋았어요. 처음부터 일반 사람들을 대상으로 쉽게 쓰려고 했던은 아니었어요. 일반 사람들과 잘 커뮤니케이션을 해야지만 우리(신약개발 과학자 등 관계자들)가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에 전문적인 내용을 풀어서 쓰는 일을 계속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많은 사람들이 제게 대단하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다른 훌륭하신 분들이 안하셔서 얻는 칭찬이라고 생각합니다." 

 

글쓰기는 독자들이 알고 싶어하는 소재를 찾기가 관건인 것같습니다. 독자들이 알고 싶은 것을 아시기위해 어떤 노력을 하시나요.

"많은 분들이 소재를 어떻게 찾느냐 질문하는데 매일 아침에 뉴스를 본단 말이죠. 아침마다 업계 뉴스들을 보고, 이메일로 들어오는 뉴스와 자료들을 살펴 봅니다. 제목을 훑어 보죠. 내가 보고 싶은 걸 보다 조금 더 깊이 보고 싶으면 오리지널 페이퍼도 보며 글의 전체 방향성과 전개 방식을 설계합니다."

 

히트뉴스 칼럼 중 파킨슨과 운동 관련 내용은 굉장히 많은 분들이 보셨습니다.

"그 글과 관련한 테드 다슨이라는 유명한 교수를 제가 만나봤거든요. 이슬기 대표가 있는 디엔디 파마텍과도 연관돼 있으시거든요. 한국에 오셨을 때 두 번 만나뵙고, 학회에 왔을 때도 제주도에 가서 만나 얘기도 해보고 했으니까 글을 쓰는 맛이 더 나지요."

 

혁신신약살롱 동탄에서 15분 가량 발표를 하셨을 때도 기초의 중요성을 많이 강조하셨어요. 왜죠?

"그렇죠. 기초가 튼튼해야 집을 잘 짓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이언스도 마찬가지죠. 모든 지식과 정보를 다 우리 뇌에 저장할 수 없으니 디테일은 기초 교과서를 봐야 한다고 계속 주장하는 겁니다. 논문 같은 것만 보면 그 영역에 관한 것만 알지만, 더 밑바닥이 왜 그렇게 생겼는지 히스토리까지 알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입니다."

 

기초를 이야기하실 때 단순히 교과서를 보라하는 의미만은 아니시죠? 

"그렇습니다. 과학이라는 영역에서 윤리의 기초도 중요합니다. 황우석 박사한테는 미안하지만, 잊지 말자 황우석을 의도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황우석이라는 그 한 사람을 비판하려는 것이 아니라, 정말 사이언스에서 기초가 흔들리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 투자를 받아야 하는 등 필요성과 절박성이 커질 때 데이터에 손을 대고 싶은 충동적 유혹이 있을 수 있는데, 이는 매우 위험하고 나락으로 가는 지름길이죠. 

 

뜬금없지만 연구자가 CEO도 잘할 수 있을까요?

"교수 출신들이 CEO 하면 안 되죠. 일정 정도까지야 해도 되겠지만 상장되고 나면, 혹은 상장 바로 직전 그만두는 게 제일 좋아요. 훌륭한 연구자들이 경영까지 관장하려다 삐긋하는 사례들을 보아 왔잖아요. 해서 연구자에게는 조언해 주는 사람이 필요하죠. 연구자는 연구가 강점이듯 비즈니스 전문가는 비즈니스가 강점입니다. 그 분들의 생각을 쫓아가야죠."

 

박사님은 왜(Why)를 강조하십니다. 왜?라는 질문과 함께 정말?이라는 회의는 기자들에게 꼭 필요한 덕목이라서 박사님의 왜?라는 강조점에 눈길이 더 갑니다. 

"왜냐고 질문을 안 하면 미지의 X는 비밀스러운 것으로 남게 돼 버리잖아요. 경험상 질문을 하면 놀랍게도 답이 나오더라고요. 질문을 안 하면 답이 안 나옵니다. 연구자들, 과학자들은 질문을 많이 해야 합니다."

 

77세까지 신약개발 코치를 하시려면 영육의 건강도 중요합니다. 어떻게 관리하시죠?

"예배는 당연히 가고, 기회만 있으면 걷습니다. 코로나 덕분이랄까, 이 즈음 많이 걸었어요. 하루 만보 이상 한강으로 나가서 걷습니다. 코로나 때 운동을 해야 되겠구나해서 골프도 좀 칩니다. 운동을 곁들여야지 아무것도 안 하는데 몸이 좋아질 수 없으니까요."

 

배진건 대표는

1951년 부산 출생으로 1970년 서울고등학교를 졸업, 1974년 연세대 생화학과를 졸업했다.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약리생화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1986년까지 MCARDLE LABORATORY FOR CANCER RESEARCH에서 포스닥(박사후 연구원)으로 일했다. 

1986년부터 쉐링푸라우 연구소에서 24년간 근무하다 한국 신약개발에 참여하기 위해 2008년 귀국, 중외제약 연구 개발총괄전무와 C&C 신약연구소 대표로 일했다.이후 한독에서 연구개발 상임고문으로 5년간 일하다, 2016년 말 은퇴해 한국아브노바 연구소장, 현재 퍼스트바이오테라퓨틱스 상임고문을 역임했으며, 현재 배진바이오사이언스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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