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조, 14% 성장에도…'삼성바이오로직스' 하락기업 끌어올려
매출 올라도 투자 유동성·기대감 확보 과제

만으로 세 해를 맞는 이른바 '코로나19 시국'에서 국내 제약바이오 등 헬스케어 시가총액은 3년 전 대비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속사정을 보면 상황은 보이는 것과는 다른 듯 하다.

일부 기업의 시가총액이 두드러지면서 사실상 전체를 끌어올린 셈인데 유동성 위기감이 이어지는 속 매출 뿐이 아닌 시장에서의 기대감을 살려야 하는 것이 업계의 2023년 과제로 남았다.

지난 30일 국내 제약바이오 업종 내 주요 158개 기업의 2022년 주식시장 마감 이후 종가를 지난 코로나19 국내 유행 직전인 2020년 1월 2일과 비교해보니 이같은 흐름이 보였다.

조사 대상인 158개 헬스케어 분야 회사의 총 시가총액은 158조 6718억 원으로 3년 전 증권 개장인은 2020년 1월 2일 138조 8488억 원 대비 19조 8230억 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율 상으로는 14.3%, 연평균 성장률은 4.5% 수준이었다.

전체 수치로만 보면 코로나19라는 난리통 속에서 업계가 투자 기대감을 끌어올린 것으로 보인다. 실제 2020년 1월 이후 확산세 이후 한동안 풍족한 유동성 확보 분위기에서 제약바이오의 인기는 컸고 그 추세가 다소 가라앉은 현재도 이어진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기업을 하나씩 둘러보면 사정은 조금은 다른 듯 하다. 코로나19의 수혜를 받은 기업과 바이오 등 일부 업종의 강력한 강세가 약세인 타 기업을 살리는 형국인 이유에서다,

실제 시가총액 기준으로 보면 3년전 대비 시가총액이 오른 55개사의 3년간 증가폭은 44조 6295억 원, 하락한 103곳은 같은 기간 24조 8065억 원이 줄어들었다.

이 중 시총이 가장 오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증가액은 30조 822억 원에 달한다. 한 기업의 증가액과 전체의 감소액보다 높았던 것이다.

만약 조사대상 내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제외하면 시가총액 증가액은 14조 5473억 원이 되고 이들의 총 시가총액은 3년 전과 비교해 10조 2592억 원감소한다.

이는 2위를 기록한 SK바이오팜의 4조 6519억 원과도 큰 차이를 보인다. 한 기업이 증가폭의 70%를 차지하면서 결국 타 기업 전체를 끌어올린 상황이다.

여기에 3년간 100억 원 시가총액이 100억 원 이상 증가한 곳도 앞선 두 곳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유한양행, 셀트리온제약, 에스티팜 등을 포함해 여섯 곳에 지나지 않는다.

올해에도 끊임없이 매출이 증가했던 전반적인 업계 상황과는 달리 투자심리는 이와 역행한 셈이다.

흥미로운 대목은 실제 지난 2년간 코로나19 특수를 누렸던 기업 역시 생각보다 시총 면에서 아쉬움을 남긴 곳이 제법 된다는 점이다.

국산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면서 주목받은 SK바이오사이언스의 경우 2021년 3월 증권 시장 진입 당시 시가총액이 12조 9285억 원에 달했으나 2022년 장마감한 12월 29일 시총은 5조 6436억 원에 불과헸다. 절반을 넘어선 56.3%나 줄어들었다.

국내 첫 코로나19 치료제인 렉키로나를 개발한 셀트리온 역시 같은 기간 23조 1008억 원에서 22조 5992억 원으로 5016억 원 감소했다.

이 밖에 러시아산 코로나19 백신인 스푸트니크V 생산을 맡았었던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코로나19 백신 자이코브디의 개발을 진행중인 엔지켐생명과학 역시 시총 감소 분위기가 이어졌다.

3년간의 증감율에서는 SK바이오팜의 흐름은 두드러졌다. 시총 500% 이상 증가로 가장 상위권에 위치한 국전약품, 카이노스메드와 더블유에스아이의 경우 상대적으로 기존 시가총액이 낮았음을 감안하면 '이 덩치에 이 정도를 키울 수 있는' 기업으로 유일했다.

이는 그룹 차원의 지원 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 뒤 성장률 100% 이상을 기록한 회사는 △휴럼 △씨엔알리서치 △HLB제약 △박셀바이오 △에스티팜 △신풍제약 △퓨쳐켐 △삼성바이로직스 등이 있었다.

이같은 결과는 일부 국가에서 대유행이 다시 시작되고는 있다지만 상대적으로 시들해진 국내외 코로나19 상황 분위기와 꾸준히 고개를 들고 있는 유동성 위기설이 맞물리면서 다소 아쉬운 2023년 성적표로 돌아온 것이라는 풀이가 가능하다.

한편 상대적으로 가려져 있는 제약 분야만을 보면 유한양행이 가장 시총규모를 키우는 데 성공했다. 무상증자 등으로 연말 기대감을 높인 이유도 있다지만 폐암치료제 렉라자의 기대감과 업계 내에서도 안정성을 추구하려는 심리가 어느 정도 반영됐다는 게 업계 내의 반응이다. 

또 MSD의 라게브리오와 화이자의 팍스로비드 생산 등을 맡은 셀트리온제약과 코로나19 3년 초중반 말라리아 치료제 피라맥스의 코로나19 사용 가능성으로 기대를 높였던 신풍제약도 두각을 보였다. 단 신풍제약의 경우 코로나19 이전 기업 가치가 낮았던 이유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주요 제약기업 중에는 한미약품의 시가총액 감소가 제일 두드러졌다.

업계 입장에서는 단순히 등락폭이 있는 주가보다 '엉덩이가 무거운' 시가총액을 올리기 위한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실제 연말 상승세를 기록한 회사의 경우 단순히 특정 업종이나 코로나19 특수보다는 수출 가능성, 의약품 품절로 인한 원료 공급 가능 회사 등 성장성을 어느 정도 인정받고 있는 경향이 보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 3년간 제자리 혹은 한 발 뒤로 물러서버린 제약바이오업계가 빠듯해지는 2023년 어떤 이슈를 통해 시장에서 존재감을 뽐내는 동시에 기업의 덩치를 부풀릴지 관심이 모아진다.

주요 제약바이오기업 158곳의 2020년 주식시장 개장일(1월 2일)과 2022년 장마감일(12/29) 시가총액 변동 추이(출처=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
주요 제약바이오기업 158곳의 2020년 주식시장 개장일(1월 2일)과 2022년 장마감일(12/29) 시가총액 변동 추이(출처=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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