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약가참조 개선, 고가약 적정성… 신약관리 정조준
2023년 바이오헬스 산업도 글로벌 경제위기 파고의 안전지대는 아니다. 두려운 것은 위기의 실체가 무엇인지 분명하지 않다는 점이다. <끝까지 HIT>는 우리 산업계가 걸어갈 2023년의 로드맵 일단을 분야별로 살펴본다.
[1편] 예산편성 : 바이오헬스를 핵심산업으로?
[2편] 허가정책 : 동등성재평가·품목갱신 계속되는 구조조정
[3편] 약가정책 : 판 커진 상한액·급여적정성 재평가
[4편] 신약 : 항암-비만신약 게임체인저 국내시장 상륙
[5편] 특허전략 : 공동생동 제한+우판권 시너지 확인 원년
2023년 의약품 급여정책의 핵심은 재정절감으로 포장된 재평가와 약가인하다. 내년 2월 28일 기등재약 상한금액(기준요건) 재평가를 시작으로 급여적정성 재평가, 외국약가 참조기준 개선 등이 예정됐고 사용량-약가 연동제와 실거래가 약가인하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어 그 결과가 반영될 것으로 전망된다.
3년전 예고 기등재약 상한금액 재평가
2020년 약가제도 개선과 함께 예고된 기등재약 상한금액(기준요건) 재평가는 내년 3월 시행된다. 기준요건 미입증 품목은 7월 1일자로 약가가 인하된다.
현재의 상한금액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체 생동시험 또는 임상시험 입증자료 △등록 원료의약품 사용 입증자료를 내년 2월 28일까지 제출해야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 10월부터 자료접수를 시작했으며, 회사들은 요양기관업무포털을 통해 자료제출이 가능하다.
2020년 보건복지부가 공고한 재평가 계획에 따르면 2020년 8월 1일 기준 약제급여목록표에 등재된 제품을 대상으로 앞서 언급한 2가지 요건 충족여부를 평가한다. 2가지 요건을 충족하면 상한금액은 유지된다. 1가지 요건만 충족하면 15% 인하된다. 기초수액제, 인공관류용제 또는 방사성의약품, 저가의약품, 퇴장방지의약품, 희귀의약품, 최초등재제품 등은 제외다.
단, 복지부는 코로나19로 인한 생동성시험 수행 지연 등 제약계 건의를 고려해 평가기간 중 기준요건 입증자료 제출기한을 조건부로 연장했다.
내년 2월 말까지 시험결과 보고서 등을 식약처에 제출해 심사를 받는데, 식약처 접수 품목에 대해서는 약제급여평가위원회 평가 이의신청기한 내(23년 5월 말) 심사 결과를 심평원에 제출하면 해당 기준요건을 최종 충족한 것으로 인정한다.
또 재평가 대상 중 생동성시험확대품목의 경우 자료제출 및 평가시점을 5개월 유예했다. 경구용제제, 주사제 등 생동확대 품목은 2023년 7월 31일까지 자료를 제출하면 된다.
판 더 커진 급여적정성 재평가
내년 급여적정성 재평가 판은 더 커진다. 히알루론산나트륨 성분 제제만 2,300억 원 규모다. 구체적인 시행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
예측 가능성을 위해 심평원이 밝힌 2개년 재평가 계획에 따르면, 내년은 8개 성분(청구액 6,138억 원)이 재평가 대상이다. 다만, 임상재평가를 통해 효과 입증에 실패한 아세틸엘카르니틴 성분과 임상재평가 중인 옥시라세탐으로 인해 재평가대상은 줄어들 수 있다.
내년 급여적정성 재평가 대상 사유 역시 정책적, 사회적 요구에 따라 등재 년도가 오래된 성분이다. 1993년 등재된 성분은 레바미피드와 리마프로스트알파덱스가 있다. 레바미피드는 135품목이 있으며 청구액은 954억 원이다. 리마프로스트는 79품목 출시됐고 청구액이 704억 원이다.
옥시라세탐과 록소프로펜나트륨은 1994년 등재된 성분이다. 옥시라세탐은 7품목 233억 원, 록소프로펜나트륨은 126품목 788억 원을 각각 청구했다. 103품목 레보설피리드 성분은 1996년 급여 등재됐고, 에피나스틴염산염은 1997년 등재됐다. 내년 재평가 대상 성분 중 규모가 가장 큰 것은 히알루론산 점안제다. 점안제 청구액만 2315억 원으로 427품목이 있다.
지금까지 재평가 심의를 통해 나온 결과는 △급여범위 축소 (적응증 축소) △급여목록 제외 △조건부 평가유예 등으로 분류된다. 제약사들은 이를 분석해 자사 품목 대응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외국약가 참조국 대상 확대
복지부와 심평원은 외국 약가 참조기준 개선을 추진중이다. 내년 1월부터는 신약 등 급여적정성 평가에 반영할 계획이다. 주요 변경사항은 참조국가 추가, 국가별 출하가 직접 산출, 환율 등이다.
현재 해외 7개국 약가를 환산한 조정가격을 신약 급여적정성 평가 등에 활용하고 있지만 산출식이 오래되고 근거가 미흡하다는 판단, 제약관련 3개 협회와 복지부-심평원 간 워킹그룹이 구성돼 5~6차례 회의가 진행됐다.
이를 바탕으로 마련된 개선안에는 참조국가가 두 개 추가됐다. 현행 참조국가는 미국과 영국, 독일, 이탈리아, 스위스, 프랑스, 일본 등 A7이지만 캐나다와 호주를 추가해 A9이 됐다. 출하가의 경우 간접산출 방식에서 공장도 직접 확인 방안으로 변경한다. 환율은 접수 전월 평균 환율에서 접수 전월 36개월(3개년) 평균 환율로 개정할 예정이다. 환율 변화에 따른 불안정성을 축소하기 위해서다. 유통거래폭은 고가약 8.69%, 저가약 10.41%로 현행 기준을 유지한다. 이달 11일까지 의견조회를 마쳤고 개선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원샷 치료제 등 고가약 급여관리 강화
고가 의약품은 국제적으로 일치된 정의는 없으나, 높은 가격과 효과의 불확실성 등으로 가격 관리와 장기 효과 확인이 필요한 약제로 정의했다. 급여관리방안을 적용해야 할 대상은 △원샷(1회 투여, one-shot) 치료제 또는 1인당 연간 소요금액 3억 원 이상 약제 △연간 청구액 300억 원이상 약제(단일성분 또는 동일효능군)다.
정부는 지난 7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고가 의약품의 급여관리 방안을 보고했다. 내용을 보면 환자 접근성 향상을 위해 생존을 위협하는 질환에 대해 심평원 약제 급여 평가와 건보공단의 약가 협상을 병행해 급여 검토기간을 60일 단축한다.
또한, 생존을 위협하는 질환으로 적절한 치료법이 없는 등 진료상 특수성이 인정되는 약제는 식약처 허가 신청과 동시에 심평원 약제급여평가 및 건보공단 사전 약가 협상을 병행하는 제도를 시범 실시할 계획이다.
원샷 치료제 등 고가 신약에 대한 가격부담이나 장기 효과에 대한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환자 단위 성과기반형’ 위험분담제 적용 대상을 점진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환자 단위 성과 기반형은 환자별 치료 성과를 매년 마다 총 5년간 추적 관찰해 치료 실패 시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제약회사가 건보공단으로 환급하는 제도다.
치료효과 및 안전성 모니터링 강화 방안으로 고가 의약품 사후관리를 위한 환자별 투약 및 효과 자료를 수집하는 체계를 구축한다. 고가 의약품의 급여기준 설정 시 효과적인 사용과 효율적인 재정 운영을 위해 투약 중단 기준을 설정하고, 축적된 국내외 임상적 근거 자료를 검토하여 주기적으로 중단 기준을 개선하는 것이다.
급여 관리 강화를 통한 건강보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초고가 약제 투약 전 사전승인 표준운영절차(SOP)도 마련한다.
사용량-약가연동, 위험분담제 등 연구용역 줄이어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2021년 말 혁신형 제약기업에 대한 약가우대 방안 마련을 위해 '국제통상질서에 부합하는 혁신형 제약기업의 약가지원 정책 연구'를 용역 의뢰했다.
심평원은 20년된 실거래가 약가인하에 대한 효과를 분석하고 개선방안을 살펴보기 위해 '실거래가 약가인하 제도 효과 평가를 통한 종합적 개선방안 마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건보공단은 위험분담제도의 사회적, 경제적, 산업적 측면에서의 효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초고가약의 지불가능한 금액 수준(WTP)에 대한 분석을 통해 향후 위험분담제도의 발전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건보공단은 또 의약품 등재 후 사용량 증가에 따라 약가를 조정하는 '사용량-약가연동 제도' 관련 연구용역도 진행한다. 약제비 적정화 방안 일환으로 도입돼 15년간 이어졌던 제도의 성과를 평가하고, 약가사후관리 제도로서 역할을 제고한다는 목표다.
이 같은 연구용역의 결과가 내년 정책에 반영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