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항생제 개발의 딜레마'… '기회'로 바꾸려면?
공공-민간 협력 모델 구축 · 항생제 R&D 지원 협의체 구성

다제내성균으로 인해, 연간 70만명이 사망하고 있다. 앞으로도 내성관리가 이뤄지지 않으면 2050년 무렵에는 전 세계적으로 천만명이 다제내성균으로 사망할 것이란 연구 결과가 나온 바 있다.

이런 가운데, 항생제 개발을 '공공성'이라는 측면으로 보고, 정부가 민간기업의 연구 지원을 적극적으로 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화재 예방을 위해 '소화기'를 비치하듯, 백신과 필수 치료제처럼 항생제를 정부가 공공수매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 항생제 개발을 공익적인 목적으로 추진하게 해, R&D의 활력을 주는 등의 방안이 제시됐다.

항생제 개발 R&SD 포럼 - 대한민국 항생제 개발의 딜레마 패널 토론 (왼쪽부터 질병관리본부 이광준 연구관, 연세대의대 용동은 교수,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허경화 부회장, 동아ST 임원빈 상무,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류충민 센터장, 한국화학연구원 한수봉 센터장) 

지난 16일 한국화학연구원에서 열린 '항생제 개발 R&SD (문제해결 연구개발) 포럼'에서는 산·학·연·병 전문가들이 모여 '대한민국 항생제 개발의 딜레마'란 주제로 항생제 개발이 활성화될 방안을 제안했다.

다제내성균(슈퍼박테리아)는 항생제 내성으로 기존 항생제로 효과를 보이지 않는 박테리아를 말한다. 항생제 오남용으로 인해 향후 급증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감염 관리가 취약한 병원들에서 감염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한 우려가 전세계로 확산돼, 많은 제약사들이 항생제 개발을 시도하지만 성공하는 확률은 극히 드문 것이 현실이다.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
조영락 전무

레코켐바이오사이언스 조영락 전무는 '최근 항생제 개발현황 및 항생제 개발의 문제점'이라는 주제로 발표하며 "2010년 이후 FDA의 허가를 받은 항생제 신약은 14건 뿐"이라며 "이중 혁신신약은 3건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10년동안 새로운 타겟의 항생제는 아직 없다는 것이, 전세계적인 문제인 것. 

조 전무는 항생제 신약 물질에 대한 발견의 어려움, 임상시험 과정의 어려움, 항생제 개발의 경제적 가치가 저평가 되는 점을 짚었다.

유럽에서 경제적 가치 평가를 하면 항생제 개발에 '13년간, 7천억'이 투입되는데, 국내 기업이 단독으로 개발을 완료하기 힘든 상황이며 수익성도 낮다보니 다국적 빅파마도 꺼려한다고 설명했다.

초고속·대용량 스크리닝(HTS)로 항생제에 새로운 타겟을 발굴하기 위해 노력했는데, 성과가 없었고 고용량을 사용하는 특성상 안전한 항생제를 개발하는 것이 어렵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기존 항생제가 모두 안 듣는 환자에게 마지막으로, 항생제 신약을 사용하기 때문에 수익성을 담보할 수 없다. 일반 약은 시간을 두고 적은 양부터 점차 늘려 가지만, 항생제는 고용량으로 빨리 투여해 세균이 내성을 가질 여유를 주지 않아야 하기 때문. 항생제의 특성 상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다.

경제성을 고려하면 최고의 항생제 개발전략은 "항생제를 개발하지 않아야 하는 것"일 정도. 항생제를 연구하는 회사는 1990년대부터 감소하기 시작해 2000년대엔 급격히 감소했다. 최근에는 작은 벤처 회사 중심으로, 다시 조금씩 개발이 늘어나는 추세지만 대형 제약사의 유입은 활발하지 않다. 

조 전무는 "국가 출연연구소에서 공익적 목적을 가진 감염병 발견에 더욱 투자해야 하고, 임상시험 진행 과정에 규제 완화와 공공 GMP 시설 활용, 항생제의 임상도 의료보험 혜택을 적용할 수 있게 하자"고 밝히며 "개발비를 일부 줄일 수 있는 사회적인 지원체계 구축과 약가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레코캠바이오는 2016년 미국의 항생제 개발 전문가들과 조인트벤처를 설립해 슈퍼박테리아 항생제 LCB10-0200을 개발 중이다. 연내에는 임상을 진행해 1상 완료 후 기술이전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16일 화학(연) 디딤돌플라자 강당에서 열린 한국화학연구원과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주최
'항생제 개발 R&SD 포럼'에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동아ST 연구본부 임원빈 상무·의약화학연구실장은 "항생제는 타겟이 부족하다. 생태계가 잘 조성되어있지 않으면 회사는 혼자 개발하라고 두면 아무도 하지 않을 것이다. 펀딩, 연구개발 등의 출구가 있어야 하는데 항생제는 출구가 없다"며 "출구가 될 수 있는 것은 '공공성'이다. 정부나 지자체, 출연연구기관 등이 함께 연구 하고 같이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해외에서는 항생제 개발을 위해 공공펀드가 마련되어 있다. WHO는 3466억, 유럽도 6200억 가량의 펀드가 있다.

한국화학연구원 한수봉 차세대의학연구센터장은 "2050년에 한국에서는 매해 10만명 이상 세균 감염 사망자가 발생한다"며 "막대한 자금을 들일 수 없더라도 출연기관으로서 사명감과 화연에서 갖고 있는 작은 것이라도 딜레마 속에서 작은 변화를 주고 싶다. 실패를 출연연이 감당한다면, 정부는 실패를 했지만 가능성과 필요성을 인지해 지원해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현재 항생제 개발을 위해 복지부, 과기부, 산자부, 식약처 등 6개 정부 부처가 관련해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하지만 편성된 내년도 예산은 복지부가 갖고 있는 54억이 전부다. 부처별로 10억 이하의 예산이 새로 편성돼, 매해 90억 원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질병관리본부 이광준 감염병연구센터 연구관은 "현재는 딜레마라고 하지만, 공공-민간이 협력해 가치 있는 후보 물질을 찾는다면, 향후 지원받을 예산도 늘어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류충민 감염병연구센터장은 "항생제 내성 연구를 통해, 학계 연구자들이 새로운 타겟을 많이 연구하고 있는데, 그걸 어디로 가져가야 할지 막막해한다. 공공-민간 협의체를 통해 리소스를 연결하고, 상생할 수 있는 헤드쿼터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바랬다. 

또한, "일부는 신약을 개발해도 또 저항성 생기지 않느냐라고 반문하겠지만, 균을 억제할 방법을 찾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며 항생제 개발의 필요성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덧붙였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허경화 부회장은 "향후 공공-민간 협의체가 연구와 개발에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관계자가 모이면 좋겠다. 산업의 입장에서 사업화 될 이익이 없다고 하는데, 이미 외국에서는 초기단계의 연구개발에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 라이센스의 독점권을 주는 방안이나 항생제 개발을 장려할 방안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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