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R 등 꼭 필요한 제품 빠져...정부 깊숙이 개입해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백신주권을 확보하고 백신 제품화를 가속화하기 위해 2010년부터 ‘글로벌 백신 제품화 지원단’, 그리고 2013년부터 ‘백신 WHO 품질인증(PQ) 지원 협의체’를 구성해 운영 중이다.

식약처는 지난 25일 글로벌 백신 제품화 지원대상으로 성인용·청소년용 결핵예방 백신 2품목, 인플루엔자 백신 2품목, 성인용 디프테리아·파상풍 백신, 대상포진 백신, 폐렴구균 백신 등 7개 품목을 추가 선정한다고 밝힌 바 있다. (왼쪽 보도자료)

이중에서 성인·청소년용 결핵예방 백신이 포함돼 있는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다. 현재 생후 1개월 신생아에게 접종하는 BCG 백신이 있지만 결핵 유병율이 OECD 국가 중 1위(인구 10만명 당 결핵 신환자 수 63.2명, 2015년 박인숙의원실)인 우리나라에서 성인용·청소년용 결핵예방 백신을 개발하는 것은 매우 유의미한 일이라고 판단된다.

그러나 이번 발표를 보면서 정부가 지원하는 백신의 종류와 방향에 대한 조정이 일정부분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결핵예방 백신을 제외하면 시장에서 볼 때 지원대상으로 선정한 것이 합리적인지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인플루엔자 백신부터 보자. 현재 이 백신의 생산시설은 국내에 녹십자, SK케미칼, 일양약품 등 세 곳이 이미 있다. 내수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기존 생산시설 조차 풀가동과는 거리가 먼, 과포화 상태에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인플루엔자 백신 두 품목을 글로벌 백신 지원 대상에 추가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당사자들이 하겠다면 방법은 없겠지만 과잉투자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 지원한다는 것은 모순이다.

디프테리아·파상풍 백신, 대상포진 백신도 이미 국산화돼 시판 중에 있어서 정부 지원사업으로 추가하는 것이 적절한 지 문제제기 가능할 것 같다. 특히 폐렴구균 백신의 경우 시판허가를 받은 제품도 특허문제로 판매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다른 백신을 또 다시 지원한다는 것 역시 이해하기 어렵다.

우리 정부는 백신주권을 확보하겠다고 발표한 2010년경 자급화할 백신의 종류와 개발 타임라인을 제시한 바 있다. 당시 20% 수준이던 국내 자급률을 2017년 50%, 2020년 70%까지 끌어 올린다는 것이 목표였다. 그런데 이번 발표에는 2022년까지 80%를 달성하겠다는 목표 하나를 추가했다. 의욕적 행보지만 2020년까지의 목표도 달성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2020년까지 국산화해야하는 백신은 피내용BCG, 소아마비사백신(IPV), 성인용TdaP, 자궁경부암(HPV), 소아장염(Rotavirus), 탄저백신 등 6종이다. 이중 일부는 이미 원래의 개발일정보다 많이 지연돼 있거나 진도를 나가는데 난항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개발일정의 현실화가 필요하다.

2022년까지 추가하기로 돼 있는 백신은 수족구와 수막구균성 수막염(MCV) 2품목이다.

수족구는 나름 국내 자급화에 필요한 백신일 수 있지만 수막구균성 수막염(MCV) 백신을 국내에서 과연 자급화할 필요가 있는 지는 의문이 든다. MCV는 국내에서 발생률이 지극히 낮아 전문가들은 NIP(국가예방접종사업)에 필요하지 않은 백신이라는 의견을 내고 있다.

WHO는 1974년 어린이들에게 꼭 필요한 EPI(Expanded Programme od Immunization) 백신으로 디프테리아·백일해·파상풍(DTP), 홍역(MMR), 소아마비, 결핵예방 백신을 정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이것 만큼은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후 1980년대 후반 B형간염 백신과 Hib 백신이 추가됐다. DTP와 MMR, 소아마비 백신 같은 것들은 기초 중에 기초라는 뜻이다. 그런데 정부가 자급화하겠다고 밝힌 백신 명단에는 DTaP, MMR, A형간염이 빠져있다. 또 어린 아이들이 접종해야 할 백신의 종류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필요성이 제기되는 콤보백신도 찾아볼 수 없다.

백신은 정부가 매우 깊숙이 관여해야 하는 규제산업이다. 개발하는 백신의 종류와 방향성에 대해 더 꼼꼼히 따져 민간의 투자를 가이드해야 할 시점이다. 

국내 자급화 백신 종류. (식약처 보도자료)
국내 자급화 백신 종류. (식약처 보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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