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연구 네트워크,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글로벌 기업 꿈꿔

광복둥이 JW중외제약의 최근 신약개발 발걸음이 날렵하다. 혁신신약을 목표점으로 삼아 글로벌 R&D 네트워크를 통해 공들여 온 연구가 성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1945년 창립한 이래 치료 현장에 반드시 필요한 수액제를 변함없이 공급해온 JW중외제약(대표이사 전재광 신영섭)은 축적된 기술과 인력을 바탕으로 1983년 중앙연구소를 설립한 이후 1992년 일본 쥬가이 제약과 공동으로 국내 최초의 합작법인인 C&C신약연구소를 세우며 R&D 기반을 마련했다. 2000년엔 미국 시애틀에 화학 유전체학 전문연구기관인 JW Theriac을 차례로 설립했다.

글로벌 R&D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심어 놓은 씨앗에 싹이 돋고, 될성부른 떡잎이 붙기시작하더니, 어엿한 나무 모양을 띠기 시작했다. 글로벌 다국적제약회사들이 아니고선 선택하지 못하는 ‘혁신신약(퍼스트 인 클래스)’ 중심으로 신약개발 전략을 세워 오랫동안 매진한 끝에 이젠 다용도로 쓸 수 있는 플랫폼기술(기반기술)을 확립했다. 중외식 연구개발, 이름하여 'JW Way'가 뚜렷해 진 것이다.

혁신신약. 참 근사한 용어지만 도달하기 쉽지 않은 고지다.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작용기전을 바탕으로 개발되기 때문에 개발기간이 길고, 그 만큼 위험성도 높다. 대신 성공했다하면 곧장 블록버스터로 진입해 기업을 글로벌 기업으로 올려 놓을 만큼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매력도 함께 가졌다.

개발의 난이도가 높아 다국적제약회사들이나 할 수 있는 영역으로 평가되고는 한다. 국산 신약이 20개를 넘었지만 아쉽게도 국내에선 혁신신약 성공 사례가 없다. 도전 사례도 알려지지 않은 만큼 가보지 못한 곳이다. JW중외제약은 1983년 중앙연구소를 설립한 이래 국내 제약사 중에 유일하게 베스트 인 클래스(Best-in-Class)가 아닌 혁신신약 개발에 집중해 왔다. 예를들어 설명하자면 발기부전치료제 비아그라는 혁신신약, 시알리스가 베스트 인 클래스라고 할 수 있다.

JW중외제약은 현재 Wnt표적항암제를 비롯해 아토피치료제, 탈모 등 재생치료제, 유방암치료제, 면역세포치료제 등 다양한 혁신신약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경쟁사가 가지 않은 길...퍼스인 클래스 R&D

▶ WNT란 무엇인가= WNT 신호전달 경로는 배아 발생 과정 뿐만 아니라, 성체 세포의 분화, 증식, 재생 등 다양한 생명 현상을 조절한다. 특히, WNT 신호전달 경로가 암, 신경계 질환 등 다양한 질병에 관여한다는 사실이 증명되면서 WNT 신호전달 경로의 주요인자를 타깃으로 하는 혁신 신약의 개발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WNT 신호전달 경로는 줄기세포의 중요한 조절 인자로써, 근육, 모발 등의 조직 재생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이를 통한 다양한 치료제 개발이 시도되고 있다. WNT는 JW중외제약 혁신신약 연구개발의 출발점이다.

▶ 항암제= 대표적 항암제 프로젝트 'CWP291'은 암세포의 성장과 암 줄기세포에 관여하는 Wnt/β-catenin 기전을 억제하는 표적항암제로 현재 급성골수성백혈병, 다발성골수종에 대한 글로벌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고형암, 암줄기세포 등 적응증 확장 연구도 진행중이다.

C&C신약연구소를 통해 세계적으로 아직 해결되지 못한 삼중음성 유방암(호르몬 수용체와 HER2 유전자 모두 음성)에 대한 혁신신약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 면역질환치료제= 통풍치료제 'URC102'는 요산이 체내에서 배출되지 않고 몸속에 축적되는 '배출저하형' 통풍에 유효한 물질로 임상 2b상 개시와 함께 글로벌 진출 기회를 다각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URC102'은 임상 1상과 2a상을 통해 용량이 높아질수록 요산수치 저하율도 늘어나는 '용량 의존적 반응'을 확인했으며, 통풍치료제로서 높은 안전성도 입증한 상황이다. 최근 임상 2b에 진입했다.

이와 함께 Wnt 신호전달을 조절하는 섬유증, 골관절염 등 면역질환치료제 연구 중이다.

▶ 재생의학 분야 치료제= Wnt 표적항암제 외에도 Wnt를 활성화시키는 연구를 통해 발모(탈모), 치매, 근육/피부(조직재생) 등 재생의학 분야로 신약개발 영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탈모치료제(발모) ‘CWL080061‘는 미국 펜실베니아 의과대학 피부과 연구팀과 함께 전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와 별도로 올해부터 기능성 화장품(탈모방지)에 대한 인체시험을 착수해 상업화를 앞당기는 전략을 추진중이다.

▶ 자가 면역세포치료제= 면역세포치료제 '크레아박스(CreaVax)'는 T세포 등 살해세포의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수지상세포에 항원을 주입시켜 '킬러 T세포'를 유도해 암세포를 공격할 수 있도록 만든 신약이다.

현재 간암치료제 'CreaVax-HCC'는 임상 3상 진행 중이며, 교모세포종치료제 'CreaVax-RCC'는 임상 1상과 2상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피부질환 분야 글로벌 1위 레오파마에 기술수출

JW중외제약은 지난 8월말 피부질환 치료 시장 글로벌 1위 기업인 덴마크 레오파마와 혁신적인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 JW1601에 대한 라이선스-아웃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에 따라 JW중외제약은 레오파마에게서 확정된 계약금 1700만달러와 임상개발, 허가, 상업화, 판매 등 단계별 마일스톤으로 최대 3억8500만달러를 순차적으로 받게 됐다. 총 계약규모는 4억200만 달러로 한화로 약 4500억원에 달한다. 이와 별도로 제품 출시 이후 레오파마의 순매출액에 따라 최대 두 자릿수 비율의 로열티도 받게 된다.

JW1601은 저분자 화합물 신약으로 듀피젠트가 타깃으로 삼는 염증의 유발물질과 관련된 Th2 사이토카인 생성을 억제하며 가려움증도 억제(항소양)하는 혁신신약 후보물질. 아토피 피부염은 가려움과 염증이 무한 반복되는 피부질환으로 환부를 긁어 생긴 상처는 염증과 진물을 유발하고, 이는 2차 감염으로 이어질 수 난치성 질환이다. 특히 기존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는 염증을 완화시키는데 초점을 두고 있어 가려움증으로 인한 2차 감염 위험을 해소하지 못하는 한계를 갖고 있다.

JW1601은 어린이 아토피 피부염 환자에게도 사용 가능한 경구용 치료제로 복용편의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한다. 이 때문에 아토피 피부염 연고제와 항체 치료제를 확보하고 있는 레오파마는 JW1601가 효능과 안전성 면에서 매우 우수한 프로파일을 갖고 있어 상업화 가능성이 높은 매우 높은 최적의 약물로 판단한 것이다.

JW1601은 히스타민 수용체 H4를 타깃으로 하는데 동일한 기전의 신약을 글로벌 1위 제약사 J&J가 개발을 추진한 바 있지만 임상2a상 도중 호중구 수가 현저하게 감소하는 무과립구증(agranulocytosis)이 발생해 개발이 중단된 상황이라 더 주목받고 있다. JW1601은 전임상 과정에서 무과립구증이 발생되는 여러 각각 원인들을 휴먼 세포를 활용해 안전함을 검증한 상황이다.

JW1601은 모든 전임상을 완료하고 지난 6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임상 1상 승인을 받았다. 2019년 임상 1상을 완료하면 2020년부터 레오파마가 글로벌 임상 2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성공적으로 개발된다면 '히스타민 H4 수용체'에 작용하는 첫 번째 혁신신약 (First in Class)이 되며, 막대한 부가가치 창출이 예상된다. 시장조사 기관인 글로벌데이터에 따르면 전세계 아토피치료제 시장은 2016년 45억7500만달러(약 5조1000억원) 규모를 기록했으며, 2024년엔 73억달러(8조2000억원) 규모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의 경우 아토피 피부염 관련 시장 규모는 5000억 원 이상으로 추산되고 있다.

JW중외제약 제공
JW중외제약 제공

가속화되는 글로벌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

JW중외제약은 1992년 로슈그룹 산하 쥬가이제약이 50:50 비율로 출자해 국내 최초의 합작 바이오벤처 법인 C&C신약연구소를 설립해 글로벌 기준에 입각한 혁신신약 개발에 전념해 왔다.

C&C신약연구소 항암제, 면역질환치료제, 줄기세포치료제 등 총 8종의 새로운 약물 작용기전을 가진 혁신신약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 같은 성과는 C&C신약연구소가 2010년 혁신형 신약 개발을 본격 추진한 이후 6년 만의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일반적으로 탐색연구부터 동물실험을 거쳐 임상 후보물질을 도출하는 연구(R)단계에 평균 8~10년이 소요되는 상황에서 C&C신약연구소의 성과는 이례적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연구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었던 것은 기초 연구 분야에서 혁신신약 개발을 위한 C&C신약연구소만의 독창적인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실제 C&C신약연구소는 글로벌 수준의 △유전체 DB(한국인 암환자 유래 세포주 120종을 포함한 총 300여종의 고형암, 혈액암세포주 등 생물정보) △화학 DB(자체 개발 분자 설계 프로그램) △화합물 DB(신약물질 라이브러리) △바이오 뱅크(생체 조직, 암세포, 줄기세포) 등을 기반으로 한 테크놀러지 플랫폼을 혁신신약 개발에 적용하고 있다.

앞으로 C&C신약연구소는 이 같은 테크놀러지 플랫폼을 기반으로 국내외 학계와의 네트워크를 강화하면서 면역질환과 항암제 분야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바이오벤처로 도약해 나간다는 야심찬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JW중외제약은 최근 글로벌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 더욱 다각화 하고 있다. 지난달 JW중외제약은 후성유전학 기반의 차세대 항암제를 개발하고 있는 영국 아르고너트와 전략적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아르고너트에 200만 파운드(한화 약 30억 원)를 투자해 25%의 지분을 취득했으며, 2대 주주로서 주요 경영사항에 대한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자격을 갖고 있다.

JW중외제약은 앞으로 아르고너트사와의 다양한 연구 협력과 유럽의 우수한 연구 기관과 R&D 네트워크를 확대해 혁신신약 개발 역량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미국 펜실베니아 대학 등 세계 유수의 의과대학과 Wnt 신호전달경로를 타깃으로 하는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자회사 C&C신약연구소는 국내 최초로 싱가포르 과학기술청 A*STAR와 기초 연구 분야에서 공동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등 글로벌 산학협력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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