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 글로벌 임상 진행, 환율 상승에 큰 타격 없어
자금난 겪는 바이오텍, 글로벌 임상 보류 가능성 충분

원·달러 환율이 예년에 비해 대폭 상승하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글로벌 임상시험 진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10월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서면서 미국 임상시험을 진행 중인 업계 관계자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달 초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로 떨어져 킹달러 현상이 주춤하고 있지만, 여전히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환율이 상승해도 기본적으로 임상 모집 환자 수를 조절하지 않는다. 미국서 임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환율 상승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며 "회사 매출 중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편이다. 매출이 높기 때문에 비용 관리 측면에서 상쇄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제약사에서 임상에 진입한 경우 환율 상승으로 인해 임상을 지연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임상 지연으로 인해 추후 투입되는 비용이 더 크기 때문"이라며 "뚜렷한 매출 없이 투자금에 의존하는 바이오텍의 경우 임상 비용 증가로 인해 임상을 보류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미국서 임상을 진행 중인 바이오텍 한 관계자는 "임상 자체가 CRO(임상시험수탁기관) 비용뿐만 아니라 다른 외부 업체 비용도 많이 든다. 킹달러 이전에도 미국서 임상을 진행하게 되면 국내 임상보다 더 많은 비용이 투입된다"며 "미국 임상은 글로벌 시장 타깃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소규모로 임상을 진행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미국 임상은 기본적인 규모 자체가 크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모든 바이오 기업은 임상 비용에 맞춰 예산을 설정한 후 임상을 진행한다. 자금을 다 확보한 상태에서 임상을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임상 진행 중 투자금을 유치하게 될 경우 임상 진행에 차질을 빚는다"며 "환율 상승보다 자금 조달이 막힌 환경이 미국 임상을 진행 중인 기업들에게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회사는 CRO들과 계약 시 환율을 방어할 수 있도록 계약을 체결했다. 환차익이 너무 커지면 환차익 대비 저희가 (일정 부분) 크레딧을 받는 구조로 계약을 맺었다"며 "미국 임상 비용은 국내 임상보다 최소 두 배 이상 비싸다. 환율이 크게 오르면 바이오텍 미국 임상 규모의 축소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한 CRO 관계자는 "글로벌 임상의 경우 달러로 계약하기 때문에 저희 CRO는 불경기와 환율 상승으로 인한 비용 증가를 아직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며 "제약사에서 환차에 따른 비용 부담으로 인해 대체할 수 있는 임상시험 솔루션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임상 비용을 줄이기 위한 대안으로 분산형 임상시험(DCT)이 떠오르고 있다. 한 임상시험 솔루션 업체 관계자는 "분산형 임상시험 도입은 환자 측면, 시험기관, 의뢰사 및 CRO와 같은 운영 관리 측면 모두에서 효율을 높이고 비용과 시간을 절감할 수 있다"며 "임상시험의 핵심이자 가장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부분이 환자 모집과 유지로, 분산형 임상시험은 시공간의 제약을 탈피해 환자의 참여도를 높이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전자동의서(eConsent)와 임상시험 결과 보고(eCOA)와 같은 환자 중심 솔루션은 환자들의 임상시험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참여 부담을 낮춰 중도 탈락률을 낮춰준다"며 "시험기관, 의뢰사, CRO 등은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보다 효율적으로 확인하고 모니터링해 전반적인 시간과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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