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3분기 공시분석 ⑤ 유동비율
전체 평균 4% 감소…오른 곳도 내린 곳도 이유는 '빚'

3분기 국내 주요 제약사는 현금 유동성 측면에서 다소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다. 매출 등 성장세는 높았지만 채무 상환 능력을 나타낼 유동비율은 감소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 내 3분기 국내 제약기업 76곳의 유동비율을 톺아본 결과 이같은 흐름이 관측됐다.

재무제표 안에 들어간 '유동'이라는 표현은 일반적으로 1년 안에 움직일 수 있는 무언가를 뜻한다. 유동자산의 의미를 이 관점에서 보면 '1년 안에 돈으로 만들 수 있는 현금성 자산 혹은 현금'의 의미다.

유동부채는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단기성 채무다. 유동비율은 유동부채와 유동자산을 각각 분모와 분자로 삼아 각 회사가 1년 안에 얼마나 채무를 갚을 수 있을지를 확인하는 수치다. 이 때문에 회사에서 유동부채 등으로 인한 문제시 실제 이를 헤쳐나갈 수 있는지 보는 단기 채무 안전성 평가 지표 중 하나로 쓰인다.

국내 제약업계의 경우 2020년과 2021년 코로나19로 위기를 맞았다가 올해 회복의 기미를 보이고는 있지만 전세계적인 금융위기와 금리 인상 등의 영향에서 이들 회사의 자구책 마련을 위한 '카드'가 된다는 데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먼저 업계 전체의 올해 3분기 총 유동자산 15조 7268억 원을 총 유동부채 8조 5601억 원 기준으로 계산한 유동비율은 184%로 전년 같은 기간 188%에 비해 약 4%p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각 사의 유동비율을 나열할 경우 총 45개사가 유동비율 200% 미만이었는데 전년 40개사가 유동비율 200%선 미만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단기 재무 안전성이 낮아진 곳이 조금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단 너무 많은 돈을 쌓아도 안되지만 너무 적은 돈 역시 문제가 된다는 점은 감안할 필요가 있다. 너무 유동비율이 높은 경우 사업 확장 등 경영을 위한 투자보다 안전함만을 택한다는 의미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2021~2022년 3분기 주요 제약기업 75곳의 매출, 유동자산과 유동부채, 유동비율 변화 추이(단위=억 원, 출처=DART, 확대해 보실 수 있습니다)
2021~2022년 3분기 주요 제약기업 75곳의 매출, 유동자산과 유동부채, 유동비율 변화 추이(단위=억 원, 출처=DART, 확대해 보실 수 있습니다)

기업별로 보면  유동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에이프로젠제약으로 2336%에 해당한다. 에이프로젠제약의 경우 업계 내에서도 유동비율이 높은 곳으로 꼽힌다.

그 뒤를 이은 곳은 화일약품으로 1521% 선이었고 영일제약 역시 1463%의 유동비율을 각각 기록했다.

1000%대 미만으로 일성신약 926%, 옵투스제약 826%, CMG제약 787%, 환인제약 689%, 삼아제약 678%, 고려제약 644%, 삼천당제약 563%, 삼성제약 550% 순이었다.

400%대는 △부광약품 △파마리서치 △신일제약 △한국파마 △한올바이오파마 등이 자리했으며 300%대는 △대한약품 △한국유나이티드제약 △대봉엘에스 △동화약품 등이 포진했다.

반면 정우신약은 같은 기간 유동비율이 41%에 불과해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으며 한국코러스와 삼일제약이 각각 55% 수준이었다. 아이큐어가 57%, 명문제약이 63%, 대화제약이 65%, 한국유니온제약 83%, 서울제약 89%, JW신약 90%, 일동제약이 99% 등을 기록하며 100%에 미치지 못했다.

전년대비 유동비율이 가장 늘어난 곳은 영일제약으로 전년 1060%에서 404%p나 증가했다. 화일약품 역시 1233%에서 288%p 유동비율이 늘었고 삼천당제약이 250%p, 삼아제약이 114%p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일제약의 경우 유동자산이 100억 원 가까이 줄었음에도 당기법인세부채 문제를 해소하며 유동비율을 높인 사례다. 또 화일약품은 유동자산은 큰 변화가 없었으나 차입부채(은행 등에서 일정기간 동안 돈을 빌리고 이자를 지불한 뒤에 만기 원금을 갚는 것)를 40억 원이나 해소하며 유동비율이 증가했다.

삼천당제약은 유동성장기차입금 200억 원 상당을 상환했다. 반면 삼아제약은 당기손익-공정가치 금융자산(매매차익을 위해 취득하는 금융자산을 말하며 단기채권과 주식 등을 일컫는다) 단기투자예치금 등 금융거래를 통해 유동자산을 늘렸다.

반면 에이프로젠제약은 가장 높은 유동비율을 기록한 곳임에도 전년 3741%에서 1405%p 감소하며 감소폭에서도 가장 큰 수준을 기록했으며 일성신약이 435%p, 바이넥스가 207%p, 대봉엘에스가 200%p씩 각각 줄었다.

에이프로젠의 경우 단기차입금이 70억 원 이상 증가하면서 자연스레 유동비율도 감소했다.

여기에 국전약품 177%p, 유유제약 165%p, 경동제약 133%p, CMG제약 127%p, 하나제약 122%', 부광약품 112%p, 한올바이오파마와 삼진제약이 107%p로 전년 대비 유동비율이 세 자릿수 이상 감소했다. 

여기에 전년 유동비율 200% 미만이었던 기업이 이를 회복한 제약사가 안국약품, 동아에스티, 한국피엠지제약, 휴온스 등 4개 회사에 지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의 채무 안전성은 지난해 대비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제품 제조 및 개발을 위한 투자 성향이 강한 제약업계이지만 일반적으로 전 산업군에서 유동비율이 자산이 부채의 두 배 수준 즉 200%가량이 됐을 때 안정권이라고 보는 경향이 강한 상황에서 특히 보수적인 유동비율을 보유했던 국내 업계의 단기 안정성 약화는 회사 입장에서는 고민일 가능성이 있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는 기본적으로 연결 기준 재무제표를 활용하되 연결 기준이 없거나 내용 설명이 다소 부족한 상황에서는 개별 기준을 활용했다. 또 현대약품 등 회기 만료월이 다른 경우는 이를 별도로 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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