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바이오 시장 동향과 국내 바이오 벤처의 성장 전략

CDMO, 바이오시밀러 분야 성과냈지만...향후 먹거리 확보해야
재생의료·RNA·엑소좀·마이크로바이옴 등 미래 분야 도전 필요

"국내 바이오 벤처는 글로벌 수준의 기술, 과제, 인력을 보유해야 합니다. 수준 높은(High) VC 펀딩을 유치해야 하고, 아시아 시장에 진출할 필요가 있습니다. 국내서 다양한 엑시트(Exit) 옵션을 보유해야 하고, 과감한 규제 혁신을 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국내 바이오 산업의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이병건 지아이이노베이션 대표는 23일 지아이 바이오 포럼(GI BIO FORUM)서 이같이 밝혔다. 이병건 대표는 '글로벌 바이오 시장 동향과 국내 바이오 벤처의 성장 전략'을 주제로 발표했다.

이병건 지아이이노베이션 대표이사 회장
이병건 지아이이노베이션 대표이사 회장

이 대표는 글로벌 바이오 기업 동향에 대해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화이자의 비전은 mRNA(메신저 리보핵산) 리더십에 있다. 화이자는 현재 mRNA 치료제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며 "화이자는 연간 연구비로 17조원을 투자하고 있지만, 연간 순이익이 28조원이 넘는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제약바이오 기업의 상황은 어떤가. 이 대표는 "유한양행의 시가총액은 약 4조3000억 원이다. 연구비는 2200억 정도고, 1000억 원의 순이익을 남긴다"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현재 시가총액은 63조 정도다. CDMO(위탁개발생산) 기업이기 때문에 연간 연구비로 700억 원을 투자한다"고 설명했다.

2009년 정부 차원에서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바이오시밀러 산업을 육성하기로 결정했다. 이 대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의 생산 규모를 합치면 송도에 87만 리터(증설 예정 포함) 규모의 바이오 산업이 존재한다"며 "그 결과로 바이오시밀러, CDMO 사업은 우리나라가 글로벌 No.1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가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선정해 집중 육성하면, 글로벌 경쟁력을 가지는 바이오 산업으로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당시 정부 차원에서 글로벌 줄기세포치료제 산업을 육성하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그는 "파미셀의 하티셀그램(2011년 국내 품목허가), 메디포스트의 카티스템(2012년 국내 품목허가) 등 줄기세포치료제가 개발됐다"며 "여태까지 전 세계서 허가 받은 7개 줄기세포치료제 중 우리나라 제품이 4개지만, 뚜렷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국내 바이오 기업은 뇌신경계 질환과 항노화 분야에 주목해야 한다"며 "바이오 산업은 반도체, 자동차 산업과 비교가 불가능한 엄청난 시장이다. 우리나라가 향후 바이오 산업으로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려면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과 미국의 바이오 창업 환경 비교
한국과 미국의 바이오 창업 환경 비교

이 대표는 "한국의 바이오 창업 환경은 초기에 VC(벤처캐피탈)서 투자를 받아 IPO(기업공개)를 진행해 엑시트(Exit, 투자금 회수)를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코스닥 상장 조건으로 라이선스 아웃(L/O)과 임상 2상 진입이 요구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현재 탤런트(Talent)가 부족한 편이다. CEO의 능력에 의존하고 있고, 분야별 전문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미국 보스턴 바이오 창업 환경을 살펴보면, 주요 글로벌 제약사들이 다 모여있다. 현재 보스턴에 5만명 이상 R&D(연구개발)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수준 높은 VC가 높다"고 덧붙였다.

미국서 기획 창업을 통해 짧은 시간 내에 성공한 대표적인 바이오텍으로 모더나를 꼽을 수 있다.
미국서 기획 창업을 통해 짧은 시간 내에 성공한 대표적인 바이오텍으로 모더나를 꼽을 수 있다.

그는 "미국은 컴퍼니 빌더 환경이 마련돼 있다. 기획 창업으로 짧은 시간 내에 성공한 대표적인 케이스는 모더나"라며 "스테판 방셀 CEO를 영입한 것이 모더나가 성공한 이유 중 하나다. 현재 모더나의 시가총액은 88조원에 달한다"고 했다. 모더나는 혁신적인 기술을 바탕으로 mRNA 기반 백신, 희귀질환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이 대표는 "국내 바이오 벤처에 대한 투자는 대부분 시리즈A, 시리즈B 단계서 투자받고 있지만, 미국 바이오텍은 시리즈C, 후반 단계에 투자금이 몰리고 있다"며 "후반 단계 자본 유치를 통해 미국 바이오텍은 다양한 엑시트 옵션을 가지고 있다. 활발한 M&A(인수합병) 활동, 나스닥(Nasdaq) 상장, SPAC 합병 등 다양한 엑시트 모델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국내서 전략적 투자자, 벤처 파트너 네트워크와 협력해 컴퍼니 빌딩(Company Building)을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국내 기업 중 이런 모델을 적용해 한두 기업이 성공하는 케이스가 나올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이 대표는 국내 바이오헬스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글로벌 시장 진출을 제안했다. 그는 "국내서 베스트 인 클래스(Best-in-Class)를 개발 중이고, 기술수출을 진행했지만 아직 글로벌 시장에서 매출로 이어진 경험이 없다"며 "바이오시밀러, CDMO 분야서 성과를 거뒀지만, 앞으로 △재생의료 △디지털 헬스 △RNA △엑소좀 △마이크로바이옴 등 미래 분야에 도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향후 M&A와 (제품) 직접 판매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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