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한독·SK바이오팜 등 이어 동화도 참전
시장 성장세 등 요인에 "제약업계도 열린 눈으로"

제약사가 디지털 치료제에 관심을 잔뜩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동화약품이 참전 의사를 밝혔다. 이미 여러 회사가 개발 혹은 출시를 위해 뛰어드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앞으로도 디지털 치료제 분야를 노리는 제약사는 더욱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성장세와 신약 개발 대비 가성비, 자사 제품과 연계 등을 봤을 때 제약업계 내부에서도 이들을 좀 더 열린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동화약품은 지난 8일 디지털 치료제 전문 개발 기업 하이(대표이사 김진우)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고 23일 밝혔다.

하이는 2016년 창업한 디지털 치료제 전문 개발기업으로 디지털 바이오 마커와 AI 에이전트를 통해 진단에서 치료까지 가능한 디지털 표적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2021년 12월에는 범불안장애 치료제인 엥자이렉스의 확증 임상시험 승인을 획득한 바 있다.

동화약품에 따르면 회사는 엥자이렉스를 비롯한 개발 중인 디지털 치료제 국내 판매권의 우선 협상권을 가진다. 또 신규 디지털 치료제의 공동 기획 및 개발, 국내 디지털 치료제의 글로벌 공동 진출에도 양사가 함께 논의 예정이라고 양사는 전했다.

동화약품 관계자는 "디지털 치료제는 고성장이 예상되는 시장이다. 앞으로 개발할 디지털 치료제는 약물치료만으로 치료가 어려운 CNS 질환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이번 전략적 투자로 양사의 역량을 발휘해 선도적인 CNS 질환 디지털 치료제 개발 및 상용화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하이 김진우 대표이사는 "동화약품과의 투자와 협업은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디지털 치료제 선두주자로 발돋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당사는 인력 확보와 개발에 집중해 빠르게 성과를 창출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동화약품이 아니더라도 디지털 치료제 분야 진출을 위한 제약사의 움직임은 이어지고 있다. 한독은 지난 2021년 3월 글로벌디지털치료제산업협회의 아시아 첫 회원인 웰트에 30억 원 규모의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

한독은 당시 알콜중독과 불면증을 개선하기 위한 디지털 치료제를 공동개발하는 한편 국내 시장 내 독점적 판매 권한을 확보했다. 웰트가 개발하거나 개발예정 중인 디지털 치료제의 사업화 우선 검토권도 얻었다.

한미약품 역시 디지털 치료제 분야 투자에 뛰어들었다. 한미사이언스 임종윤 대표가 세운 홍콩 소재 기업 코리테라퓨틱스는 디지털 치료제 개발 기업 헤링스에 지분을 투자했다. 헤링스는 암환자 대상 식습관 및 영양관리를 위한 디지털 치료 연구 역시 디지털 치료에 대한 연구 협력과 외부 투자 목적이다.

한미사이언스 역시 지난 2021년 코로나19 디지털치료제(DTx) TF에는 서울대학교, 포항공과대학교대, 한동대학교, 계명대학교를 비롯한 코리테라퓨틱스와 헤링스, 테라젠바이오와 신테카바이오가 참여하는 광속 TF를 구성한 바 있다.

SK바이오팜 역시 지난 5월 미국의 디지털 치료제 기업인 '칼라 헬스'의 시리즈D에 투자했다. 칼라헬스는 이식가능한 소형장치를 통해 체내 불규칙 신호를 바로잡는 전류를 흘려보내는 생체전자 의약품을 개발하고 있다.

디지털 전자 치료기기의 종류 (자료 출처 : 삼성서울병원 복혜숙 팀장 발표자료)
디지털 전자 치료기기의 종류 (자료 출처 : 삼성서울병원 복혜숙 팀장 발표자료)

제약업계의 디지털 치료제 관심은 디지털 치료제 분야의 성장성과 더불어 신약에 비해 외려 짧은 시간으로 더 높은 효용성을 보이지 않겠냐는 가성비적 선택과도 관련이 있다고 업계는 말한다.

국가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가 최근 공개한 디지털치료제 세계 시장 규모 전망을 보면 해당 분야는 오는 2022년 시장 규모 약 5조 5398억 원 선에서 2030년 24조 7580억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신약물질을 확보하는 것과는 별도로 디지털 치료제의 개발 가성비가 높다는 것이다. 실제 업계에서는 디지털 치료제 1품목을 개발하는 데 그 기간을 최대 5년, 개발비용 역시 200억 원 수준으로 예측하고 있다. 신약 파이프라인을 회사로 들여와 개발을 하는 것보다는 수지라는 말은 이 때문에 나온다.

특히 디지털 치료제 분야에서 신경 퇴행성질환 등의 만성질환을 비롯해 암 치료 등 꾸준한 관리가 필요한 그리고 의약품과의 연계가 중요한 분야가 많다는 점 역시 제약업계 입장에서는 기존 품목과의 시너지를 노릴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과거 커왔던 스타트업이 업계 내에서도 조금씩 인정을 받고 새로운 분야의 헬스케어기업이라는 이미지가 만들어져 오면서 보수적인 제약업계에서도 이들 디지털 치료제 기업과의 손잡음에 거리낌이 없어진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말이다.

국내 한 상위제약사 관계자는 "대부분의 디지털 치료제가 단독 사용과 더불어 기존 약물과의시너지를 노릴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지만 업계 내부에서 이들을 좀 더 개방적인 시각으로 보고 있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아직은 기업 가치가 높지는 않지만 이들과의 개발로 업체 입장에서도 노하우와 동시에 가성비 있는 품목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업계의 투자가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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