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3분기 공시분석 ④ 영업활동 현금흐름
당기순이익 성장세 대비 2배… 1조3391억원

국내 전 산업군이 유동성 확보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제약업계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은 모양새다. 경기침체와 고물가, 자금시장 경색 장기화를 대비하기 위한 업계 내부의 자구책으로 풀이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 내 주요 제약기업 75개의 매출, 당기순이익과 더불어 '영업활동 현금흐름' 추이를 분석한 결과 국내 제약업계의 현금 유입 분위기가 보였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주식시장 등 투자 분야에서 '매출·영업익·당기순이익' 혹은 '이자, 세금, 감가상각비, 무형자산상각비 차감 전 이익'(에비타, EBIDTA) 등과 함께 그 해 회사의 수익성을 감지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로 꼽힌다.

기업을 읽는 대표 지표 중 하나인 '당기순이익'은 특정 기간 동안 '더하고 빼고'를 거친 말그대로 순수하게만 이익으로 남은 돈이지만 당기순이익 안에는 기업의 감가상각비와 퇴직급여, 유형자산 처분손실 등의 비용은 지표 조정이 가능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기업이 번 현금의 흐름 자체에 집중해 영업 외 손익과 함께 손익재고와 채무 등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기업 수익성의 참고 지표로 활용된다. 특히 영업·투자·재무 등 총 3분류로 나뉘기 때문에 더욱 자세히 보면 기업이 어떤 부분에 힘을 줬는지도 알 수 있다.

 

매출·영업이익보다 더욱 높다
업계 총현금흐름 34% 늘어

업계 전체의 총 금액으로 보면 현금흐름의 증가는 제법 큰 편이었다. 3분기 조사대상의 총 영업활동 현금흐름 액수는 1조 3391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9996억 원보다 3395억 원 증가했다. 증감률로만 보면 34.0%에 달했다.

같은 기간 매출이 6조 978억 원으로 9%대, 당기순이익이 3493억 원으로 18%대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매출 대비 3배 이상, 당기순이익 대비 1.8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조사대상 회사 중 영업활동 현금흐름 액수가 가장 높았던 곳은 일성신약으로 액수만 2952억 원을 기록했다. 다만 일성신약의 경우 지난 4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주식매수청구권으로 얻은 금액이 반영돼 있다.

2021~2022년 3분기 주요 제약기업 75곳의 매출, 당기순이익, 영업활동 현금흐름 항목 변화 추이(단위=억 원, 출처=DART, 확대해 보실 수 있습니다)
2021~2022년 3분기 주요 제약기업 75곳의 매출, 당기순이익, 영업활동 현금흐름 항목 변화 추이(단위=억 원, 출처=DART, 확대해 보실 수 있습니다)

뒤를 이은 곳은 한미약품으로 2015억 원이었는데 지난해 1위를 기록했을 당시 1448억 원보다 더 많은 금액으로 자리에 올랐다. 일성제약을 제외하면 1000억 원 이상의 현금흐름액을 기록한 곳은 한미약품이 유일했다.

그 뒤로 유한양행이 716억 원, 대웅제약이 706억 원, 보령이 613억 원 등을 기록했다.

이 밖에도 동아에스티 498억 원, 광동제약 496억 원, 파마리서치 475억 원 등이 뒤에 줄섰으며 종근당, 삼일제약, 대원제약, JW중외제약, 한국유나이티드제약 등이 300억 원대로 나타났다.

반면 일동제약은 391억 원의 현금유출을 기록하며 유출액이 가장 많았고 셀트리온제약은 250억 원, 부광약품은 132억 원, 국전약품이 109억 원 등의 유출을 보였다.

다만 이번 분기 현금흐름이 유입세였던 곳은 55개사, 유출세인 곳은 20개사라는 점에서 전반적으로 회사들이 현금흐름을 개선해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것으로 보인다.

전년 대비 영업활동 현금흐름 증감액을 기준으로 보면 일성제약과 한미약품을 제외한 대웅제약이 돋보였던 대웅제약은 전년 대비 477억 원의 현금흐름 액수를 늘리며 유동성을 강화했다. 뒤로는 신풍제약이 477억 원 유입세로 돌아서 전년 3분기 유출 액수를 487억원에서 77억원까지 줄이는 데 성공했다.

또 삼일제약은 396억 원으로 전년 33억 원 상당의 유출을 유입으로 돌리는 데 성공했고 JW중외제약도 282억 원 상당 유입액수를 늘렸다. 이 밖에 200억 원선에 대원제약, 광동제약이 각각 위치했다.

100억 원 이상 현금흐름 유입액을 늘린 회사에는 에이프로젠제약, 삼천당제약, HK이노엔, 아이큐어, 유한양행, 경남제약, 현대약품 등이 각각 위치했다.

반면 셀트리온제약은 전년 645억 원에서 896억 원 이상의 유출액을 기록했다. 이는 현금흐름표 내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는데 가장 많이 유출이 일어난 곳이 운전자본의 변동이고 그 중에도 매입채무 관련 감소가 전년 대비 500억 원 이상 벌어진 것을 알 수 있다.  선수금 등으로 인한 증가도 있지만 외상값이 늘었다는 것이기도 하다.

물론 매입채무 자체가 채무를 받을 수 있는 회사의 영향력을 뜻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마냥 부정적으로 볼 수는 없지만 투자 주체 등에 재무건전성 의구심을 부를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를 어떻게 해소할 지가 변수로 보인다.

실제 회사의 재무상태표를 보면 매출채권이 올해 3분기 1877억원으로 전년 1724억원과 비교해 큰 폭으로 증가했다. 

또 일동제약은 368억 원, 부광약품은 302억 원씩 유출금액이 증가했는데 일동은 단기금융상품으로 인한 부채가, 부광약품은 미수금·대여금·미수수식·선급금 등의 항목이 위치하는 기타유동금융자산의 증가가 가장 큰 유출세를 보였다.

이 밖에 제일약품은 270억 원, 일양약품은 205억 원 등의 유출액을 기록했으며 100억 원 이상 200억 원 미만의 유출금액을 보인 곳은 △영진약품 △휴온스 △환인제약 △대한약품 △국전약품 △한독 △GC녹십자 등 8곳이다.

전년 대비 증감율로 보면 일성신약을 제외하고 옵투스제약이 3분기 23억 원의 현금흐름 액수로 4000%대에 올라섰다. 이러 현대약품이 640%, JW중외제약이 562% 등으로 전년 대비 매우 큰 폭으로 액수가 늘었다.

이어 에이프로젠제약이 285.3%, 대원제약이 244.8%, 대웅제약이 208%, 씨티씨바이오가 169%, HK이노엔이 132.7% 등 100% 이상 늘었다.

반면 경동제약은 89.3% 현금흐름이 줄어 조사 대상 중 가장 높은 감소세를 보였고 에스티팜이 84.0%, 알피바이오가 69.9%, 알리코제약이 66.4%, CMG제약이 58.8%, 화일약품이 52.8%, 일양약품이 52.6%, 환인제약이 50.4%, 동구바이오제약이 50.1% 등 각각 줄었다. 

기업간 차이는 있겠으나 상대적으로 현금흐름이 증가한 데는 전 산업군에서 일어나고 있는 유동성 확보 문제가 제약업계 내에서도 적용되지 않았겠느냐는 분석이 나온다.

전 산업군이 그렇지만 제조업 분야 기업은 특히 장기화되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등의 전쟁 상황 속 물류비 및 원자재가 증가, 금리인상과 세게적 유동성 확보 축소 등이 우려되는 시점에서 유동성 압박을 맞기 쉽다.

대출금리와 원자재 가격인상 등으로 인해 채무 및 채권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 실제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 10월 발표한 전국 제조 대기업 100곳의 자금 상황 조사 결과에서 '현재 상황이 악화될 것이라는 응답은 38%를 기록하면서 호전을 답한 14%의 2.5배 이상을 기록했다.

특히 자금 사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대출금리 인상이 39%, 원자재 인상이 23%로 전체 절반을 넘어갔다. 

이런 분위기가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업계 내 경직을 줄 수 있다는 업계의 우려가 결국 관련 지표로 반영되지 않았느냐는 추정이다.

그나마 상황이 제약업종에 유리한 이 때 가능한 유동성을 확보해 향후 채권-채무 관계에서 좀 더 나은 경영 상황을 지속하려는 움직임이라는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는 회사의 자회사 등 실제 기업 가치를 파악할 수 있도록 연결 기준 재무재표를 활용했으며 연결기준이 없는 경우 개별 기준으로 표기했다. 회기가 12월 끝나지 않는 현대약품 등 일부 기업은 회기종료월을 추가로 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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