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지널이 제네릭 진입 막아 이득 취해 보험자·가입자 손해 끼쳐
손해가 발생했는지, 손해가 얼마인지 쟁점 될 수 있어
소송이나 과징금으론 담합행위 억제력 미미...의미있는 조치 필요

'관'의 입장에서 소송은 가급적 멀리하고 싶은 존재다. 당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제소 역시 그로 인해 발생하는 행정업무, 언론의 관심, 패소 시 부담할 정무적 책임, 불확실성 등 그 어느 하나 좋아할 것이 없다.

그러나 그러한 '관'도 '선례'가 있거나, '감사'로부터 지적을 받거나, 여론에 기한 '당위성'이 존재하는 경우라면 법적 행동에 나선다. 선례와 감사는 불확실성과 책임부담의 위험을 줄여주고, 당위성은 정책의 명분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지난 10월 공정위가 과징금 부과 처분을 발표한 아스트라제네카와 알보젠 간의 역지불 담합 사건(이하 '졸라덱스 담합')은 보건당국 입장에서는 충분히 소송 제기를 고려해볼 만한 사안이 될 수 있다.

 

제네릭 진입막아 시장 독점 ·높은 약가 유지...온단세트론과 동일

실제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공단')은 지난 2014년 GSK와 동아ST를 상대로 온단세트론 약제의 역지불 담합(이하 ‘온단세트론 담합’)에 대한 소송을 제기하여 손해를 일부 배상받았는데, 이번 졸라덱스 담합 건은 오리지널의 특허만료 여부 및 제네릭의 출시 여부 등 세부적인 내용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오리지널사가 제네릭의 진입을 막아 시장 독점과 높은 약가를 유지해 이득을 취하고, 건강보험의 보험자와 가입자에게 손해를 가하였다는 구조가 완전히 동일하다.

국회 역시 보건복지부 국정감사를 통해 재발방지 대책 마련 및 적절한 대응을 요구하였고, 약제비 담합으로 인한 손해는 공단 법인의 재산상 손해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아프고 다친 국민 누군가의 치료에 쓰였어야 하는 건강보험 재정의 손해가 된다는 점에서 그 손해를 회복해 올 당위성도 매우 짙다.

따라서 공단이 본 건에 관하여 소송을 고려해 볼 개연성은 충분하다고 보여진다. 그리고 만약 소송을 고려한다면 예전의 온단세트론 담합건에 비추어봤을 때, 핵심 쟁점은 2가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는 '과연 손해가 발생했다고 볼 수 있는지', 두 번째는 '손해가 발생했다고 본다면 그 손해가 얼마인지'에 관한 것이다. 

다만 두 번째의 손해액에 관한 다툼은 담합에 대한 공정거래 손해배상 소송에서는 상존하는 것으로, 이번 사건 특유의 고려대상은 아닐 것이다. 어차피 담합이 없었을 경우라는 존재하지 않는 상황의 추정액이 손해가 되는바, 통상 원‧피고는 각자에게 유리한 사정들만을 주장하며 손해액을 다툰다. 결국 계량경제학적 감정이 동원되어 손해액을 추산해 내며, 제일 타당성이 높은 감정결과를 기초로 손해액이 인정된다. 온단세트론 담합 건도 동일한 흐름으로 진행되었고, 본 건도 마찬가지로 소송이 제기된다면 계량경제학적 모델을 통한 감정에 의해 손해액이 인정될 것이다. 절차가 복잡하고 감정 기간이 오래 걸릴 것이나, 선례가 있는 만큼 어려운 부분은 아니다. 

오히려 이 사안에서는 결국 '알보젠이 졸라덱스의 제네릭을 출시하지 않았다(혹은 못했다)는 점' 때문에 '손해 발생의 인정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이 인용되기 위해서는 위법행위의 존재, 손해의 발생, 위법행위와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가 성립돼야 한다. 즉, 불법행위가 있었다 하더라도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거나 불법행위와 손해가 무관하다면 행위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것이다.

온단세트론 담합 건 소송 당시, 피고측은 오리지널의 특허기간이 남아있어 제네릭 진입이 불가능했을 것이므로 약가 인하도 없었을 것이라고 항변했다. 즉, '약가 인하가 없었을 것이므로 공단에 손해 자체가 발생하지 않았다', '역지불 담합과 공단의 손해는 무관하다'라는 주장을 편 것인데, 당시 1심 법원은 피고들 사이의 특허분쟁 결과 반드시 제네릭의 등재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는 점을 이유로 손해 발생 가능성을 인정했다. 

다만 해당 항변이 인정되었으면 손해발생 자체가 부인됐을 것이라는 점에서 핵심 쟁점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 사안도 마찬가지다. 피고측은 특허가 아닌 개발 실패 혹은 미개발로 인해 어차피 제네릭이 출시되지 못하였을 것이라는 점을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세부적으로 좀 다를 뿐인데, 실제 담합행위가 알보젠 측의 제네릭 개발 실패에 미친 영향이 있는지에 관한 사실관계 입증이 중요하다. 

약가 인하도 제네릭이 들어와야 발생하는 것이므로, 개발 실패로 제네릭이 들어올 수 없었던 것이라면 담합이 있었다 하더라도 건강보험 재정의 손해로 이어질 수 있는지 여부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공단이 소송 제기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알보젠의 내부 사정에 관한 보건 당국의 사실관계 파악 노력이 중요할 것이다.

담합관련 매출 800억 과징금 26억원

공정위 과징금, 유의미한 제재 힘들어

한편 일각에서는 공정위의 과징금만으로는 담합행위자들에 대한 유의미한 제재가 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높다. 공정위의 발표에 따르면 담합 관련 매출액만 800억원 규모였는데, 과징금은 불과 26억원에 불과하며 이마저도 잠정적인 것으로 추후 이의신청이나 행정소송 등을 통해 낮아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공단이 소송을 진행한다면 과징금 규모를 일부 보완할 수 있겠지만, 사실 소송을 통해 유의미한 손해액이 인정될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실제 온단세트론 담합 건에서도 최종적으로 인정된 과징금 규모는 28억원 정도였는데, 공단이 소송을 통해 받아낸 돈은 불과 8억원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이에 필자는 공단이 담합과 제네릭 미출시 간의 인과관계를 입증해 낼 수 있어 법적인 조치에 나선다는 전제 하에, 소송 뿐 아니라 국민건강보험법(이하 '건보법')상의 부당이득 징수처분을 함께 고려해 봄이 어떨까 하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제시한다. 

건보법 제101조는 의약품의 제조업자가 속임수로 요양급여 대상 여부의 결정과 요양급여 비용의 산정에 영향을 미쳐 보험자와 가입자 등에게 손실을 주었을 경우 손실에 상당하는 금액을 공단이 부당이득으로 징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같은 법 시행령 제74조의 2는 그 행위로 인하여 보험자 및 가입자 등이 부담한 요양급여비용 전액을 '손실에 상당하는 금액'으로 정하고 있다. 즉 졸라덱스의 제네릭이 급여로 들어올 수 있었지만 이 사건 담합으로 인해 들어오지 않아 그 급여비용이 부당하게 고가로 유지(산정)되었다면, 위 법령에 기초 같은 기간 동안 건강보험에 청구된 졸라덱스의 수량에 제네릭 진입으로 인한 약가 인하분을 곱한 액수를 부당이득으로 징수해 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해당 법령 조항은 적용된 선례가 없고 징수 대상 액수에 관하여도 다툼이 발생할 수 있지만, 적용될 수만 있다면 솜방망이 처분이라는 비판을 받는 과징금이나 민사상 손해배상액 규모에 비해 비교적 유의미하고 실질적인 대책이 될 수 있다고 보여진다. 실제로 조프란 담합 건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도 담합 행위에 대한 경종을 울리기 위한 정책적 목적이 있었으나, 2015년 1심에서 손해배상이 인용된 지 1년도 지나지 않은 2016년에 이 사건 담합행위가 발생하였으니 소송이나 과징금만으로는 유사한 사안에 대한 억제력이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위법행위에 대한 규제란 본질적으로 ‘적발되면 부담하게 될 피해’가 ‘위법행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 커야 효력을 발휘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보건 당국이 근거 법령의 적극적 해석을 통해 권한을 행사하는 부분을 기대해 볼 수 있겠다. 건강보험 재정은 결국 우리 모두의 건강 및 생명과 직결되는 돈이다. 의미 있는 조치를 통해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유사 사례에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을 것이다.

<장덕규 변호사 약력>
사법연수원(2011. 3. ~ 2013. 1.)
법무법인 유원(2013. 1. ~ 12.)
국민건강보험공단 법무지원실(2014. 5. ~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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