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hit| 디지털헬스케어는 창조를, 규제는 역할수행을 바란다

MMORPG와 샌드박스형 게임

유일한 취미인 컴퓨터 게임에는 여러 장르가 있다. 지금은 게임 시스템이 구성한 세계에서 내 역할을 수행하는 MMORPG, 내 마음대로 땅을 파고 벽돌을 쌓아 원하는 것을 창조하는 샌드박스형 게임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두 장르는 목표 성취와 실패 방식이 극명하게 갈린다. MMORPG가 시스템이 정한 목표를 수행해 성취를 얻는다면 샌드박스형 게임은 내가 정한 목표를 스스로 성취해야한다.

MMORPG에서 실패는 여러 한계들로 발생한다. 가령 내 앞에 있는 보스 몬스터가 너무 강력해 물리칠 수 없거나 게임 시스템이 정한 환경상 극복할 수 없을 때 나온다.

샌드박스형 게임은 엄밀히 말해 내가 성패를 결정한다. 상상했던 것을 창조해 낼 수 없거나, 창조해 낸 것이 상상과 다를 경우 실패했다고 여길 뿐이다.

디지털헬스케어와 규제 관계가 이와 유사하다. 그런데 내가 특이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산업계가 마치 MMORPG 장르 속에서 샌드박스형 게임을 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플레이어들은 디지털기술로 무한히 확장할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의료에 대입하고자 하는데, 그들이 찾은 것은 용량이 한정된 MMORPG, 즉 재정이 한정됐으며 전통 의료라는 기준을 가진 건강보험이라는 의미다.

업계가 규제·재정당국 등 정부부처에 갖고 있는 아쉬움, 정부부처가 갖고있는 불확실성은 이 같은 장르에 차이에서 발생한다.

 

디지털헬스케어와 규제는 장르가 다르다

업체들은 '우리가 개발중인 제품들을 새로운 형태로 기존 규제 프레임 적용은 어렵다'는 의견이고, 정부는 '맞는 말이고 답을 찾겠지만 한계는 분명하다'는 상황인 것이다.

DTx를 혁신의료기기에 포함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판단하고 DTx를 통한 치료법을 혁신의료기술평가에 포함해 유효성을 판단하겠다는 것은 박수를 받아 마땅한 정부의 노력이다.

그렇지만 기존 제품이 없어 신약처럼 개발하고, 치료재료로 인식되며, 비교가능한 보상기준이 없는 제품을 의료기기 범주에서 해석하려고 한다면 제품 혹은 규제의 의미가 희석될 수 있을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 발의되고 있는 법안들은 기존 규제와 다른 형태를 띈다는 점에서 디지털헬스케어 산업 발전에 기대를 걸어봄직하다.

 

새로운 장르 탄생 예고? 디지털헬스케어 최신 법안

현재 국회에는 디지털헬스케어 관련 두 개 법안이 발의돼 있는 상태다.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의 '디지털 헬스케어 진흥 및 보건의료데이터 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안(이하 디지털헬스케어 촉진법)'과 국민의힘 홍석준 의원의 '뇌연구 촉진법 일부개정법률안(이하 뇌연구 촉진법)' 등이다.

강기윤 의원의 디지털헬스케어 촉진법의 핵심은 임시허가로 판단된다. 제품 허가 근거가되는 기준·규격·요건이 없는 경우, 종전에는 분류와 새 분류 신설에 소요되는 기간이 발생했지만, 법 제정을 통해 '아직 분류할 수 있는 기준이 없음'이라는 텍을 달고 허가트랙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홍석준 의원의 뇌연구 촉진법은 뇌융합 기술 정의와 함께 뇌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디지털 치료기기(원문에서는 디지털 치료제) 분야 진흥을 위한 △개발 및 성과 확산 △규제개선 신청 및 절차 △포상 등을 명시하고 있다.

힙합, 재즈, 팝 등 음악 장르들은 우리나라에 들어와 K-POP로 재탄생하며 세계에 진출하고 있다. K가 난무하는 요즘 또 다른 'K-Words'는 달갑지 않지만, 우리나라에 맞는 새로운 규제 프레임과 제품이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내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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