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 퇴출 제도 합리화 위한 상장규정 개정 예고

핵심은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로 전환... 포괄주의 의미 내포
개정안 시행돼도 상장 바이오텍의 연 매출 30억 달성 의무 존재

한국거래소가 기업 부담 완화와 투자자 보호를 위한 퇴출 제도 합리화 추진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관련 상장규정이 국내 바이오 기업에 호재로 작용하지 않겠느냐는 희망섞인 전망이 나온다.

거래소는 15일 퇴출 제도 합리화를 위한 상장규정 개정을 예고했다. 우선 거래소는 재무 관련 형식적 상장폐지 사유를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로 전환하기로 했다.

개정안에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로 바뀐 퇴출 기준은 유가증권시장의 경우 △2년 연속 자본잠식률 50% 이상 △2년 연속 매출액 50억 원 미만 등 두 가지다.

코스닥시장은 △2회 연속 자본잠식률 50% 이상 △2회 연속 자기자본 10억 원 미만 △2년 연속 매출액 30억 원 미만 △2회 연속 자기자본 50% 초과 세전손실 발생 등 네 가지다.

정기보고서 미제출(유가증권시장 및 코스닥시장) 및 거래량 미달(코스닥시장)로 인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하는 경우 이의신청 허용 및 사유해소 기회가 부여된다.

이 외에도 주가미달 요건을 삭제하고, 영업손실 요건 및 내부회계관리제도 검토 의견에 대한 실질심사 사유도 폐지한다. 코스닥시장 자본잠식 등에 따른 관리종목 지정 및 상장폐지 적용기준을 반기에서 연 단위로 변경한다.

거래소 관계자는 "향후 이해관계자, 시장참여자 대상 의견수렴 및 금융위원회 승인 등을 거쳐 12월 초부터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올해 경영실적을 반영해 내년부터 상장규정 개정안에 접목될 것 같다"며 "12월부터 개정안을 시행한다는 것은 올해 실적을 반영한다는 뜻이고, 내년 3월 31일 감사보고서 결과를 살펴본 후에 (개정안을) 시행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로 전환... 포괄적 의미 내포

거래소는 재무 관련 형식적 상장폐지 사유를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로 전환하기로 했다. 출처=김현욱 현앤파트너스코리아 발표 자료
거래소는 재무 관련 형식적 상장폐지 사유를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로 전환하기로 했다. 출처=김현욱 현앤파트너스코리아 발표 자료

재무 관련 형식적 상장폐지 사유를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로 전환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거래소 관계자는 "실질심사는 범용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과거 (기업의) 상장폐지를 검토할 때 단순히 '예' 또는 '아니오' 형식으로 심사를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실질심사에 해당하는 일이 벌어지면 코스닥시장위원회서 관련 심사를 진행한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실질심사 사유 전환에 대해 "열거주의가 아닌 포괄주의 의미를 담고 있다"며 "대화와 조정을 통해 회사 입장을 (충분히) 반영하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상장 바이오텍, '연 매출 30억 달성' 의무는 여전히 존재

기술특례상장 바이오 기업은 상장 후 5년 간 연 매출 30억 원 요건 적용이 유예되지만, 이후 연 30억 원 이상을 매출을 달성해야 한다. 매출 30억 원 미만인 상장 기업은 관리종목에 지정되고, 2년 연속이면 퇴출된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상장 바이오텍의 연 매출 30억 달성 의무는 어떻게 될까?

거래소 관계자는 "연 매출 30억 달성 의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기존의 형식적 상장폐지는 특정 재무적 요건이나 정리 보고서 미제출 등을 평가해 특정 조건에 미달하는 경우가 있었다"며 "실질심사는 재무 조건을 미충족 하더라도 심사를 할 때 30억 미만 여부에 대해 좀 더 고민해 상장폐지를 검토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A 액셀러레이터 대표 코멘트 

 

"상장규정 개정안 퇴출 제도 합리화의 주요 내용은 상장폐지 사유를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로 확대 전환하는 퇴출 규정 및 절차 상의 제도 개선으로 보입니다. 형식적 상장폐지 사유가 실질심사 사유로 전환돼도 기존의 매출액 요건 등과 같은 재무관련 상장유지 요건은 여전히 존재하며, 해당 요건 미충족 시 실질심사를 거쳐야하는 바이오텍 입장에서는 여전히 재무요건 충족에 대한 부담이 존재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다만 매출규정 미충족으로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한 바이오텍 중 기업의 기술 경쟁력과 계속성, 펀더멘털이 우수한 회사의 경우 상장유지를 지속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된다는 점에서 바이오텍의 연구개발 활동 위축에 대한 우려를 완화할 수 있는 긍정적 측면이 있을 것으로 전망합니다.

 

이번 개정안 이전에도 혁신형제약기업 인증을 통해 매출액 요건 유예를 받은 코아스템처럼 연구개발 혹은 시장평가 우수 특례상장 바이오텍의 경우에는 매출액 요건을 면제받는 제도가 존재했습니다. 올해 거래소의 특례상장 기술평가 기준 정비를 통한 바이오텍의 특례상장 문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이번 퇴출 제도 개정안은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갖춘 바이오텍 만이 상장 진입 및 유지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일각에선 개정안 악용할 가능성 우려도 제기

상장 바이오텍, 건기식·화장품 사업 지속할 듯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상장 바이오 기업이 이 제도를 악용하면 안 된다. 신약개발 기업들은 파이프라인(신약 후보물질) 하나가 성공해서 로열티(Royalty)를 받아 끝나는 것이 아니다. 회사 부채도 갚아야 한다"며 "다른 파이프라인도 개발하려면 수익은 금방 사라진다. 좀비 기업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영업 손실에 대한 규제를 많이 완화하고, 상장폐지를 좀 더 신중하게 하도록 유도하는 것 같다"며 "증자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더 생기면 장기적으로 결실을 맺는 회사들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질 것 같다. 반대로 재무적으로 나쁜 짓을 하는 사람들로 인해 좀비 기업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현재 상장 신약개발 바이오텍은 매출 달성을 위해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물티슈 등 신약개발이 아닌 부대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이번 개정안이 시행되면 신약개발 바이오텍은 건기식 같은 부대사업을 하지 않고, 신약개발 R&D(연구개발)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을까?

한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신약개발 기업은 많은 파이프라인을 보유할 수 없다. 파이프라인 한 두개가 실패하면 신약개발이 어려워진다"며 "파이프라인 개발에 대한 한계가 있기 때문에 부대사업을 하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 벤처캐피탈(VC) 업계 관계자는 "지나친 확대해석이다. (코스닥) 상장예비심사 청구 전부터 바이오 기업은 유의미한 매출을 일으켜야 한다"며 "그렇기 때문에 부대사업을 하지 않는다고 단정 짓기 어렵다. 앞으로 IPO(기업공개)를 추진하는 바이오 기업들은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히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