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생태계 중요한 역할, 평가기준 제대로 마련돼야

기술특례상장에서 NRDO 등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기업들에 적용하는 기술평가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내 1호 기술특례상장 바이오기업 크리스탈지노믹스 정인철 대표는 “NRDO 기업은 현행 제도에서 기술특례상장을 통과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밝혔다. 공교롭게도 올해 기술특례상장에 실패한 브릿지바이오와 카이노스메드는 NRDO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바이오 벤처기업이다.

NRDO 비즈니스 모델은 이미 글로벌 바이오 기업에서 각광받고 있는 형태다. 일명 Virtual lab이라고도 불리는, NRDO(No Research & Development Only)는 연구(Research)는 하지 않고, 오직 개발(Development)에만 집중하는 사업 형태다. NRDO 형태의 바이오벤처 기업은 생산기반 시설과 실험실을 갖추고 있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2010년에 설립된 테사로를 필두로, 미국 바이오벤처의 1/3 정도는 NRDO 비즈니스 모델을 채택할 정도로, 전 세계적으로 NRDO 형태의 기업은 늘고 있다.

국내 역시 다양한 형태의 NRDO 기업이 등장하고 있다. 브릿지바이오는 생산시설과 연구실이 없고, 카이노스메드는 NRDO 모델로 시작해 현재는 후보물질 연구까지 병행하고 있다. NRDO 기업으로 기술특례상장에 성공한 큐리언트는 한국파스퇴르의 자회사로, 모기업인 한국파스퇴르에서 신약후보 물질을 들여오기 때문의 소규모 연구시설을 갖추고 있다. 이밖에 바이오네틱스, 란드바이오가 브릿지바이오와 같은 완전한 NRDO 비즈니스 모델을 채택하고 있다.

이처럼 NRDO 바이오기업은 다양한 형태로 늘고 있는데, 기술특례상장 제도의 기술평가 기준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특허심사기준 ▲정부과제 수행 여부 등의 평가 기준에서 NRDO 기업은 요건을 충족시키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특허권부터 살펴보면, 대부분의 NRDO 기업은 특허의 소유권이 아닌, 실시권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대다수다. 기술특례상장을 위해 기술평가(기평)를 받을 때, 평가항목에는 특허 소유권을 가지고 있어야지만 평가 점수를 받을 수 있도록 돼 있다.

정부과제 수행 여부도 마찬가지다. 기평을 받을 때, 정부과제 수행 여부도 연구 역량의 평가지표로 들어가기 때문에, NRDO 기업은 이 요건을 충족시키기도 어렵다. NRDO 기업은 연구 중심 기업이 아니기 때문에, 굳이 정부 과제를 수행할 필요도 없고, 제대로 된 후보물질을 가져와, 개발 단계로 빠르게 진입하는 것이 목적이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기술평가를 할 때 짧은 시간 내에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표면적으로 보이는 지표들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며 “현재 기술평가 제도 자체 에서는 NRDO 기업이 마치 기술력은 없고, 모든 것을 외주로 맡기는 기업으로 평가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NRDO 기업이 유망한 신약후보 물질을 발굴하고, 이를 빨리 개발 단계에 올려 놓는 것 역시 하나의 기술력이라고 볼 수 있는데, 아직까지 이러한 기술력을 평가할 만한 항목은 마련돼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히트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심사 과정에서는 여러 질적 심사 요건이 있기 때문에 단일 항목으로 기평 자체를 통과하지 못 하는 것은 아니다”고 답했다. 이어 “이미 NRDO와 같은 기업들이 늘고 있는 환경에서 모든 기업들의 요건에 맞는 기준 항목을 신설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현재의 주어진 상황과 이로 인해 매출이 발생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면 기평을 통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기평 위원으로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현행 기평 기준이 가까운 미래에 수익을 직접 올릴 수 있는 면이 부각되다 보니, NRDO 기업이 기평 기준을 충족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고 했다. 이어 “국내 기평 기준으로 보면, NRDO를 평가하기 애매한 것은 사실이고, 거래소가 주주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파이프라인 단위로 안정적인 기술력을 평가하는 것을 틀리다고 할 순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NRDO 기업은 바이오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향후 NRDO 기업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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