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직영도매 문제의 핵심은 불공정 거래
사립병원 공개경쟁입찰ㆍ보험약 공영제 도입이 최대책  

더불어민주당 전혜숙 의원이 올해 종합국감에서 서면 질의한 '의료기관 직영도매 근절 대책'에 대해 보건복지부(복지부)는 "현행법상 위법사항이 있는지 분석하고 필요시 수사의뢰 등의 조치를 취하겠으며, 명시적 위법사항이 없다고 하더라도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검토하겠다"고 원론적 입장을 취했다.

의약품도매유통업계(유통업계)는 환영 일색이며, 희망에 부푼 분위기가 감지된다. 

한국의약품유통협회(유통협회)는 "해당 도매상의 법적 정당성 여부를 벗어나 의약품 유통 현장에서 파생되는 다양한 문제가 핵심"이라고 강조하고 "복지부의 문제 인식과 제도개선 의지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료기관은 고유의 업무인 의료행위에 집중해야 함에도 의약품 도매상을 설립, 지배적 거래 관계를 통해 의약품에서 수익을 가져가고 있다는 부분은, 시장을 왜곡할 수 있기 때문에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통협회는 특히 "이러한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이익은 실거래가를 부풀릴 뿐만 아니라 국민의 혈세인 건강보험 재정에서 약값이 지급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차원에서 세밀하게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고도 지적했다.

의료기관(병원)직영도매와 관련해 몇 가지 짚고 넘어 갈 문제가 있다.

첫째, 병원직영도매가 1980년대 말~90년대 초에 처음 생겨난 이래 30여년이 지난 오늘까지 왜 도무지 낫지 않고 고쳐지지 않는 고질병이 됐을까 그 이유를 숙고해 볼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가 백신개발 등 인간의 치료 환경 변화 속에서 스스로 존속하기 위해 끊임없이 변이를 일으키고 있는 것처럼, 병원직영도매도 제도적 환경 변화에 따라 살아남기 위해 법령의 테두리 내에서 변신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초기에는 의료기관 개설자에게만 의약품도매상(도매상) 허가를 금지시켰지만 임직원을 시켜 직영도매를 만들어 운영하자 의료기관 소속 임직원까지 도매상 허가를 확대 금지시켰으며, 이것도 별 효과가 없자 이번에는 추가로 도매상의 사장 및 임원 및 그들의 2촌 이내 친족(민법제767조) 또는 그 도매상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자(출자지분 50%초과 출연 또는 소유자 및 해당법인의 임원 구성이나 사업운영 등에 대하여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와 직결되는 의료기관에, 당해 도매상이 직접 또는 다른 도매상을 통하여(우회 공급) 의약품을 판매할 수 없도록 거래를 금지시켜 오늘에 이르렀지만, 유통업계에 따르면 병원직영도매가 이곳저곳에서 오히려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둘째, 당면한 병원직영도매 과제 해결의 출발점은 현재 어느 병원이 어떤 직영도매상을 어떻게 경영하고 있는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현상파악인데, 그에 대한 정리된 현황 자료가 아직까지 공개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그 이유가 뭘까. 유통업계보다 현장 사정을 더 잘 아는 곳은 없을 테고 유통업계가 그 문제를 제기한 장본인이므로 분명 현상파악이 됐을 텐데, 왜 구체적으로 그 내용을 공개하지 못할까.

유통협회는 "최근 자본력을 갖춘 대형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지방은 물론 중소병원까지 빠르게 직영도매가 확산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얘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이미 그 명단이 파악됐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병원직영도매 문제는 국회가 입법 활동을 할 만큼 중요하게 여기는 사안이고 유통업계의 숙원 사업이며 정부 당국과 의약업계가 주시하고 있는 것인데도 말이다. 병원직영도매상이 현재 대체 1곳인가 5곳인가 10곳인가 아니면 20곳 이상인가? 유통업계 내부적으로 어떤 사정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콕 집어 말하지 못하고 문제가 크다고만 에두를 사안이 아니다. 

셋째, 근자 병원직영도매라고 불리는 몇몇 도매상들의 지배 구조를 보면 거의 모두 합법적이라는 점이다. 약사법에서 정하고 있는 의료기관의 친족 도매나 소유지분 50%초과 도매가 아닌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유통협회도 이 점을 고려했는지 "해당(병원직영) 도매상의 법적 정당성 여부를 벗어나 의약품 유통 현장에서 (병원직영도매로 인해) 파생적으로 발생되고 있는 다양한 문제가 핵심"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법적 정당성 여부는 병원직영도매 과제에서 핵심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를 뒤집어 보면 유통협회는 병원직영도매가 법적으로 정당하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 되고 있다.

넷째, 대표적인 병원직영도매로 알려진 예컨대 '안연케어'와 'VDC' 등이 유통협회 재정수입의 원천인 회비를 납부하는 어엿한 '정회원'이라는 점이다.
 
이 중 특히 VDC의 경우, 안연케어(학교법인 연세대학교가 지분 49% 소유)와는 달리, 대표이사 개인이 80.12%의 지분을 소유하고 나머지 1인(인적사항 미공개)이 19.88% 소유한 주주 2인의 도매유통사이지만, 유통업계에서 그 동안 실질적인 병원직영도매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곳으로 알려졌다.

만약 앞으로 VDC가 복지부 조사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조사를 받더라도 병원직영도매가 아니라는 판정을 받는다면, 의료기관이 의약품직영도매를 두고자 할 경우 VDC 운영 형태가 분명 벤치마킹(bench-marking) 대상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VDC 운영 형태의 위험부담이 완전히 제거됐음을 실제 눈으로 확인했을 것이니 말이다. 

유통협회의 처지가 한 손에는 병원직영도매 근절의 기치를 들고, 다른 손에는 회원을 정중히 모셔야 하는 의무의 깃발을 들고 있는 형국이므로, 아이러니(irony)하게 보인다. 유통협회는 올해 정기총회 자리에서 'VDC'에게 감사패를 수여한 일도 있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불 때, 유통업계가 오랜 세월 학수고대해 온 병원직영도매의 근절 시점이 그렇게 빨리 찾아 올 것 같지 않다. 

하지만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 병원직영도매 문제의 핵심은 거래의 불공정성과 기부금(갖은 명목의 지원금)에 있다. 다소 어렵다하더라도 이를 불식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면 된다.

예컨대 한 방법은, 30병상 이상의 사립 의료기관도 반드시 공개경쟁입찰을 통해 의약품을 공급 받도록 의무화하는 것이다.

또 한 방법은, 보험의약품의 경우 국가가 보험공단을 통해 공급체계를 공영화하는 방식이다. 즉, 의료기관이 필요한 의약품을 그곳에 납품을 원하는 일정 조건을 갖춘 의약품도매유통사들에게 의약품 수량과 금액을 아주 공정하게 균등 배분하고 납품가격은 납품직전 1개년 납품 품목의 가중평균 가격을 적용시키는 제도를 도입하고 어떠한 명목의 기부금이나 지원금이라도 의료기관(개설자와 임직원 포함)과 의약품도매상 간에 수수(授受)를 금지시키는 것이다.

근자 국회에서 추진하다 불발된 의료기관의 의약품도매상 지분율 축소 개선(안)은 미봉책에 불과하다. 지분율을 최소로 축소하거나 없앤다 해도 'VDC 방식'을 취하면 의료기관이 병원직영도매를 운영하는 효과를 충분히 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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