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외래어 '제네릭' 표준화한다고 한자어 복제약 쓰다니 

외국에서 들어온 말로 널리 쓰이는 단어인 피아노 버스 택시 텔레비전은 굳이 따져 외래어지만, 우리에게는 공기처럼 친숙한 것들이다. 그래서 누군가 피아노를 영어로 뭐라고 하지요 라고 묻는다면, '어라 그게 뭐더라'하고 고민할지도 모른다. 이같은 외래어는 실생활에서 남녀노소 모두에게 모국어처럼 익숙하게 통용되며 의사소통에 전혀 문제가 없다. 세상이 SNS로 가까이 묶인 환경에서 외래어를 굳이 구분지을 필요도 없다.

만약 '제네릭의약품'이라면 어떨까. 대한민국 제약바이오업계 안에서 피아노 버스 택시처럼 아주 자연스럽게 통용되는 '제네릭' 혹은 '제네릭의약품'을 보건복지부는 달리 판단했다. 복지부는 25일 "국어기본법 제 17조에 따라 국민들이 보건복지 분야 전문용어를 쉽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보건복지부 전문용어 표준화협의회를 설치해 전문용어 표준화(안)을 심의했다"며 전문용어 12개를 표준화해 11월14일까지 행정예고 한다고 밝혔다.

'제네릭'은 표준화 용어라는 명목으로 '복제약(複製藥)으로 변경될 처치에 놓였다. 제네릭(generic)이란 영어가 창졸지간(倉卒之間) 복제약(複製藥)이라는 한자어로 대체되었는데, 이렇게 바뀐다는 것이 대체 어떤 의미가 있다는 것일까. 12개 표준화 용어 가운데 '경구투여(약)'을 '먹는 약'으로 한 것이나 '객담'을 '가래'로, '예후'를 '경과'로, 자동제세동기를 자동 심장 충격기로, '케어코디네이터'를 '돌봄 관리자'로 표준화 한 것은 공감이 간다. 하지만 복제약은 생뚱맞다. '불법'이라는 말과 자주 조응해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복제약'이라는 말이 고약한 것은 단순히 용어 변경 수준을 넘어 100년 넘는 역사와 근래들어 혁신신약 개발 연구가 크게 활성화되고 있는 제약산업계와 국산의약품의 가치를 대놓고 다운그레이드시키기 때문이다. 복제약은  정해진 무쇠 틀에다가 준비해 놓은 밀가루 반죽을 넣고 기다리면 턱턱 구워져나오는 붕어빵을 연상시키는 등 국내 제약회사들이 주로 제조 생산 유통하는 의약품들에게 부정적 이미지를 덧씌운다. 국민들에게 '그까이것 뭐 대충'이라는 오해를 심어주기 십상이다. 

그렇다면 제네릭의약품은 붕어빵처럼 찍어내는 것인가? 절대 그렇지 않다. 제네릭의약품은 특허로 둘러싸여 독점적 지위를 누리는 최초의약품(일명 오리지널, 혹은 브랜드의약품)의 특허가 만료된 이후 나온다는 의미 외에 원료의약품부터 완제의약품, 생물학적동등성시험(BE), 제조품질관리(CMC)까지 매우 까다로운 규제 아래 이뤄진다는 엄격성을 갖고 있다. 품목마다 개별성을 갖는 제네릭의약품은 결코 복제약 일 수 없다. 어떤 면에서 지나친 일반화의 오류가 될 수 있다.   

제네릭의약품은 여러 관점의 의미를 포괄하고 있는 까닭에 '복제약'이라는 용어로 혼란을 야기하면 안된다. 일본에서는 최초의약품 뒤에 나온다하여 '후발의약품'으로 부르고 우리도 종종 그렇게 쓰고 있다. 품질의 관점에서 보면 제네릭의약품은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을 통해 최초의약품과 일정한 범위 안에서 동등함을 입증한 뒤 나오는 '동일성분 동일제형 동일함량의 동등의약품'이다. 그래서 제네릭의약품은 관점에 따라 ①특허만료의약품 ②후발등재의약품 ③후발동등의약품 ④후발허가의약품 등 4가지 의미를 다 품고 있다.  

제약산업계 종사자들은 복지부의 표준화 방안에 강한 유감을 나타내고 있다. 충분히 그럴만한 일이다. 길거리 붕어빵에 한창 맛이 오르는 계절 가을에 야기된 '제네릭=복제약'이라는 표준화 논란은 이를 자초한 복지부가 신속하게 거둬들이는 것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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