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선정된 약국들 "처방전 유입 거의 없어" 토로
일반약제와 따로 보관, 복약설명서 관리 어려움
"유효기간 길어져 더 오래 보관해야...탁상행정 표본"

일부 약국에서 먹는 코로나 치료제가 소진되지 않아 골머리를 썩히고 있다. 대부분 뒤늦게 담당 약국에 추가된 곳들인데, 처방률이 획기적으로 오르지 않는 상태에서 약국 숫자만 늘려 약국 재고 부담을 늘리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13일 약국가에 따르면 일부 약국들이 처방이 나오지 않는 코로나19 먹는치료제 '팍스로비드'와 '라게브리오' 재고를 떠안고 있다. 코로나 확진자와 60세 이상 중증환자 수도 나날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정부가 관리하는 고가의 의약품을 약국이 맡아둔 꼴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코로나19 먹는 치료제 팍스로비드, 라게브리오
코로나19 먹는 치료제 팍스로비드, 라게브리오

"한 달간 들어온 처방 4건...재고는 3박스"

서울의 한 약국은 최근 한 달 사이 팍스로비드 처방을 단 네 건 받았다. 지자체가 코로나 먹는 치료제 담당약국에 추가로 합류해달라 요청해 수락한 곳이다. 이 약국은 8월에 한 건, 9월에 네 건의 코로나 처방전을 받았다. 의약품은 총 세 박스, 수십 명이 복용할 양을 받았다.

부산의 또 다른 약국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 곳 역시 코로나 담당약국으로 추가 선정됐는데, 두 달 간 받은 해당 처방이 열 건이 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열 건 모두 지역이 아닌 외부에서 유입된 처방전으로, 지역 내 코로나 담당 의원은 먹는 치료제 처방을 거의 내지 않고 있다. 

서울의 또 다른 약국은 확진자 방문이 부담스러워 담당 약국 선정을 거부했지만 지자체의 통사정으로 최근 코로나 치료제를 취급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관련 처방전이 거의 들어오지 않는 상황에서 지자체는 두 차례에 걸쳐 치료제를 보내왔다. 

이 약국 약사는 "재고가 소진되지 않고 있다 말했더니, 지자체 관계자는 '우리가 계속 갖고 있을 수 없으니 약국이 맡아달라'며 사실상 떠넘기듯 약을 두고 갔다"며 "우리 약국은 노인 환자가 압도적으로 많은데도 불구하고 60세 이상에 주로 처방되는 코로나 처방전이 거의 없다"고 상황을 전했다.

코로나19 먹는 치료제 복약안내문. 약국은 환자에게 의약품과 함께 복약안내문을 제공해야 한다.
코로나19 먹는 치료제 복약안내문. 약국은 환자에게 의약품과 함께 복약안내문을 제공해야 한다.

약국가에 따르면 코로나 담당약국으로 추가 선정된 곳에서 상당수가 비슷한 상황이다. 이처럼 처방이 활발하지 않은데도 치료제를 취급하는 약국들은 대부분 뒤늦게 합류한 곳들이다. 

이를 두고 정부가 비판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언발에 오줌누기' 식으로 약국 수만 늘렸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지난 8월 언론이 앞다퉈 먹는 치료제 대량 폐기 우려를 제기했었다. 처방이 활발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미 들여놓은 의약품 유효기간이 임박했고, 정부가 치료제 94만여 명 분을 추가로 구매한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먹는 치료제 상당수가 환자에게 쓰이지 못하고 폐기처분될 거란 지적이었다.

이에 정부는 부랴부랴 처방 과정을 간소화하고 취급하는 의료기관과 약국 수도 늘렸다. 중앙방역대책본부 관계자는 지난 8월 정부 정책TV를 통해 △처방기관 1만 개소 이상 확대 △담당 약국 2배 이상 확충(2300여 곳 확보) △입원환자 대상 원내 처방 가능 기관 확대(45→1000 개소) △처방 가이드라인 배포 △교육 홍보 강화 등을 개선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처방률 증가는 소폭에 그쳤다. 8월 1주 차 18.7%였던 처방률은 8월 2주 차 이후에도 20~30%대에 맴돌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60세 이상에 먹는 치료제가 처방된 비율은 9월 4주차 현재 29.3%다. 

처방 건수가 크게 늘어나지 않은 상태에서 약국만 늘어난 셈이다. 8월에 추가된 1000여 곳의 약국은 의약품만 가지고 있을 뿐, 사실상 코로나 치료제를 환자에게 투약하는 제 기능을 못 하고 있는 셈이다.

9월22일 질병관리본부 코로나19 브리핑 중 일부.
9월22일 질병관리본부 코로나19 브리핑 중 일부.

"정부 소유 의약품이라 관리 어려워...향후 관리 계획 밝혀야"

결정적으로 9월 이후 코로나 확진자와 중증환자 수가 크게 감소하고 있다. 한 때 10만 명을 웃돌던 1일 확진자수는 10월 중순 현재 3만 명 아래로 떨어졌다. 먹는 치료제 자체의 효용성이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약사들은 기존 환자들에 대한 처방률도 이 이상 크게 늘어나긴 힘들 것으로 내다본다. 병용금기 의약품이 많다는 코로나 경구제의 본질적인 특성 때문이다.

경기도의 한 약사는 "처방률이 낮은 건 노인환자들이 많이 복용하는 만성질환 치료제와 병용금기가 많기 때문"이라며 "의사가 처방을 내리려면 상당한 리스크를 감내해야 하는데, 이런 부담을 갖고 어떤 의사가 적극적으로 처방전을 내겠나"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런 원인은 그대로 두고 처방 의료기관, 약국만 늘린다고 처방률이 오르겠느냐"고 밝혔다.

대표적인 코로나 치료제 병용금기 의약품은 일부 부정맥, 고지혈증, 통풍 치료제 등이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은 라게브리오가 6건, 팍스로비드가 1만 건 이상 금기처방됐다고 지적한 바 있다. 

서울의 한 약사는 "초반에는 코로나 치료제 처방의 건당 조제료가 일반 처방의 2~3배나 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나도 하겠다고 나서는 약국이 꽤 있었다. 당시엔 담당 약국 선정이 보건소 위주로 이뤄졌는데, 과정이 공정하고 적절하게 이뤄진 거냐는 비판도 제기됐었다"며 "그러나 확진자가 감소하고 약국 별 처방전 유입 격차가 크다고 알려지면서 지금은 약국들도 별로 관심을 갖지 않는 듯 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재고를 보유한 약국들은 의약품 관리가 부담스럽다며 정부가 남은 재고를 어떻게 처리할 지 미리 제시해달라고 말한다.

서울의 한 약사는 "코로나 치료제는 약국이 결제하지 않고 제품만 받아 소유권이 정부에 있는 의약품들"이라며 "조제실과 창고에 치료제가 상당수 쌓여있는데 하나라도 분실하면 얼마나 난감하겠느냐. 일반 약제와 분리해 별도로 관리하고 있다. 특히 분실되거나 오염, 파손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쓰고 있다. 정부가 유효기간을 연장해 더 오래 보관해야 할 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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