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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있어도 투자않는 바이오와 소부장, 정부는 잊지 마라

지속적인 환율 인상, VC(벤처캐피탈) 투자 감소, 미국 바이든 정부 행정명령 등 어수선한 국내 바이오 생태계 안에는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하는 운명 공동체, 소부장 업체들이 있다. 소부장은 시험용 배지, 검정법 개발을 위한 연구용 시약을 포함해 바이알 등 1차 포장재, 설비 세정제까지 바이오 연구개발 전단계에 쓰이고 있다.

M&A 불모지에 가까운 국내 바이오 업계는 활력을 잃은 주식 시장에다, IPO(기업공개) 입구마저 좁아지면서 전반적인 투자 심리가 꽁꽁 얼어붙었다. 돈이 있어도 투자하지 않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이같은 환경은 궁극적으로 바이오 기업의 가치 하락으로 이어져 R&D 예산도 축소되고 있다고 한다. 얼핏 어려움은 여기까지 인듯하지만 결국 소부장 매출 하락으로 이어져 관련 기업도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한 소부장 업체 관계자는 "바이오 업체의 연구비 감소로 납기일을 미뤄달라고 요청받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며 "업체들에게 소부장 대금 납부가 우선 순위가 아닌 만큼 지불 기일까지 문제를 떠안고 가야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올해 들어 20% 이상 상승한 환율도 문제다. 수입 품목을 주로 취급하는 소부장 업체들은 환율 상승에 비례해 제품 가격을 올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부 소부장 업체는 기존 반기 혹은 연 주기로 재조정되던 제품 단가를 1~2개월 마다 조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부장 구입 비용이 올라가도 바이오 업체는 물량을 줄일 수는 없는 상황이다. 기존 연구를 진행할 수 있을 만큼 수량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연구용 패키지 소부장을 취급하는 한 영업 담당자는 "환율 상승으로 자사 소부장 단가가 높아진 것은 사실"이라면서 "아직 소부장 수요는 크게 차이 나지 않지만, 지금 같은 상황이 장기화 된다면, 기업과 대학 연구시설로부터의 점진적 매출 감소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바이든 정부는 지난 12일 △자국 내 바이오 생산 케파 증설 △바이오 기반 제품의 시장진출 기회 확대 △R&D 촉진 △미국 생명공학 생태계 보호 등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이런 자국 우대 정책 공표에 따라 삼성바이오로직스와 SK바이오사이언스 등 국내 CDMO 기업이 받을 수 있는 피해가 국내 소부장 업체들에게도 전가될 수 있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 행정명령에 따라 자국 내 생산시설 제품 우대가 지속된다면 결국 국내 제약바이오 CDMO 기업들도 미국으로의 공장 증설 혹은 이전을 고려할 수 밖에 없지 않겠냐는 것이다. 또한 그 외 연구개발기업들도 국내가 아닌 미국에서 연구개발을 추진할지 모른다는 우려에서다. 보건복지부는 "단기영향이 적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는 전형적인 정부 측 태도이자 입장이다.

국내 개발 감소는 결국 국내 소부장 수요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소부장을 유통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 미국 행정명령에 의해 직접적으로 체감되는 변화는 없다"며 "다만, 지금 바이오 업계가 직면한 상황들을 고려해 볼 때 내년부터는 가시적인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지난 5월 정부는 국내 메이저 제약바이오사들과 함께 국내 백신과 원부자재의 국산화를 위한 '바이오·백신 소부장 연대협력 협의체'를 구성한 바 있다. 이에 삼성바이오로직스·에피스, 셀트리온, SK바이오사이언스, 한미약품, GC녹십자, 씨드모젠 등 7개 기업이 국내 소부장 업체와의 상생 협력을 약속했다.

정부는 소부장 업체에 R&D 예산 지원, 컨설팅 제공 등 다양한 지원 사업을 통해 소부장 자립화를 추구해왔다. 또 제약바이오기업들은 그에 부응하기 위해 국내 소부장을 자사 일부 공정에라도 사용해 업계 간 상생을 이어가고자 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국내 소부장 부족 현상이 우려됐을 때, 소부장 업체들은 중국, 인도 등 가격 경쟁력이 높은 국가들과 경쟁 하에서도 해외 선진국 수준의 품질을 보증하는 제품을 공급하겠다며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들 뒤에 서 있었다.

국내 한 연구 공공기관 관계자에 따르면, 산업부, 보건부, 외교부 등 정부는 미국의 행정명령 발표 이후 빠르게 역할을 나눠 바이오 업계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한 대응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정부의 이런 발빠른 대응에는 박수를 보낸다. 다만, 지금까지 국내 소부장 업계를 키우기 위해 했던 노력을 잊지 않고, 바이오 업계와 함께 상생 방안을 계속 발굴해야 한다. 소부장이 강해야 바이오생태계도 건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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