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hit| 디지털 헬스케어, 시범사업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혁신의료기술평가는 디지털 헬스케어 제품들을 위한 지불구조로 지목되고 있다. 혁신의료기기와 혁신의료기술평가 동시 진행 및 혁신의료기술평가 대상 확대(의료용 SW나 디지털 기술 활용한 기기) 등을 토대로 놓고 보면 향후 디지털 헬스케어 기기로 판단되는 제품들은 혁신의료기술로써 잠재력 검증을 위해 의료시장에서 급여/비급여로 사용될 모양새다.

그렇지만 이는 시범사업에 가깝다. 사범사업 관련 조례에 따르면 시범사업이란 사업의 전면적인 시행에 앞서 사업의 효과성을 검증하기 위해 지역·기간·규모 등을 제한해 운영하는 사업이다.

의료 특수성을 더해 생각해본다면 의료영역에서 사업 효과성을 검증한다는것은 국민 건강에 기여할 수 있는지 검증하는 사업이며, 국민건강에 기여한다는 것은 기존보다 뛰어나거나, 비용이 현격히 줄일 수 있을지 검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검증은 두 가지 관점에서 이뤄진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점과 국민건강보험 관점으로 안전하고 유효한 의료기기인지를 평가 받아야 하고 그 의료기기를 통한 발생하는 행위가 어떤 가치가 있는가를 평가 받아야 한다.

그런데, 현재까지 디지털 헬스케어에 대한 의문들을 종합해보면 디지털 헬스케어는 과연 지속 가능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첫번째는 이용자에 대한 의문이다. 일본에서 수가를 지급하고있는 금연 디지털 치료기기로 예를 들어보자. 흡연자라면 금연에 실패한 경험이나 실행하지 못한 금연 계획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앱 사용으로 금연 성공률이 높아진다고 한다. 그렇지만 치료 원리와 안전성 유효성을 생각하기 전에 금연 실패를 경험한 이들에게 금연 앱 서비스가 얼마만큼 신뢰를 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앱을 설치하기위해 금연지원 기관에 들러 앱을 설치하고, 가입하고, 인증하고 사용방법을 설명 듣고, 비용을 지불하다보면 담배 한대가 오히려 생각 날 지경이다.
앱을 설치하기위해 금연지원 기관에 들러 앱을 설치하고, 가입하고, 인증하고 사용방법을 설명 듣고, 비용을 지불하다보면 담배 한대가 오히려 생각 날 지경이다.

물론, 연속혈당측정기 등 수치가 기록 가능한 의료기기와 연동해 당뇨·고혈압 등 만성질환을 관리하거나 인지행동치료, 약물복용 보조 역할을 하는 앱과 습관 형성 앱, 심리상담 앱 등 당장 내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제품들은 이미 많이 사용되고 있다.

그렇지만 두번째, 여기에 건강보험 재정을 쓸 수 있을까? 우리나라는 사회보험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단일보험으로 운영되며, 우리는 오직 건강보험재정에 목적을 둔 건강보험료를 납부하고 있으며, 우리가 내는 보험료는 건강보험이 정한 행위나 가격에 따라 사용된다.

디지털 헬스케어가 여기에 진입하려면 기존에 건강보험에 등재된 수많은 의료행위와 의약품 등과 비용대비 효과성 측면에서 비교돼야한다. 그런데 디지털 헬스케어 제품들은 기존 등재목록과 형태와 사용법이 전혀 다르다. 이를 입증할 것이 세번째, 데이터다.

디지털 헬스케어는 정밀의료, 맞춤치료, 전주기 건강관리에 사용될 것으로 여겨진다. 이것에 기본은 어디에서도 같은 데이터가 공유돼야 한다는 것이다. 데이터 표준화는 물론 클라우드 형태의 데이터 보관이 필요하며 보안과 개인정보 침해 등은 항상 따라붙는 문제일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우리는 "그냥 약으로 주세요"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 같은 상황에서 우리는 "그냥 약으로 주세요"하지 않을 수 있을까?

최근 카카오헬스케어, 네이버 헬스케어 연구소 등 거대기업들이 이에 대한 답을 내고 있다. 두 기업의 공통점은 디지털 헬스케어 목표를 환자에 두고 있다는 것이며, 기존 의료를 거스르지 않지만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해 의료 시스템을 확장하려 한다는 것이다.

달라보이는 점은 접근법이다. 먼저 네이버는 의료인들의 업무 효율을 높이고자 한다. 환자 혹은 의료진들의 물리적인 대화를 곧바로 의료기관 양식에 맞는 형태로 데이터화 하며, 이렇게 의료기관 양식에 따라 달리 작성된 데이터들을 표준화 하는 방향으로 의료시장에 접근하려 한다.

이를 위해 네이버는 임직원 전용 의료기관인, 사내 부속의원 'NAVER CARE'를 설립해 임직원 건강관리는 물론 효율화 테스트 모델 기초적인 연구를 수행한다.

네이버 헬스케어연구소 나군호 소장은 "반복되는 업무들을 개선할 것"이라며 "의료인력 증원 이전에 의료인 업무를 효율화 할 수 있는 AI 등 시스템 개발을 통해 즉각적인 의료현장 부담을 해소 할 것"이라 밝혔다.

카카오는 의료 이용자들의 불편함을 줄이고자 한다. 우리는 어디 음식이 맛있고, 식당에 갈 택시를 부르고, 식사 비용을 분담하는 행위를 카카오 서비스 안에서 모두 할 수 있다. 운동삼아 스크린 골프장에 갔는데 좋은 타수가 나왔다면, 내일 기록표로 자랑도 할 수 있다.

황희 대표는 "AI종착지는 국민 혹은 환자"라며 "AI를 통한 서비스 이노베이션을 이룰 것"이라 밝혔다.

예약, 진료, 처방, 조제 등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과정들 뿐 아니라 의료기관 외에서 발생하는 환자의 행동을 EMR과 연동하거나, 알파벳으로 수놓아진 처방전을 해석하고 의료기관 전체 환자를 분석해 환자 특성별 케어를 제공하는 형태다.

법적 제한이 존재하지만 어쩌면 정부의 '의료 마이데이터'와 같이 건강검진, 의료기관 이용, 처방, 백신접종 네 개 영역과 카카오가 제공하는 서비스간 융합도 고려할 수 있다. 황 대표가 우리나라에서 비대면 진료는 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도 수긍이 가는 것이, 최근 문제시 되고 있는 탈모약, 임신중절약 불법 광고 등 보다는 서비스 제공 방식이나 수익모델이 젠틀하고 커 보인다.

다만 문제는, 수익 없이 투자로 기술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허가와 임상 등 의료라는 제한적이고 특수한 시장에 볕이 들 수 있었던 이유는 코로나19와 그로 인한 디지털 헬스케어 투자 광풍이었다. 이들이 계속 나아갈 수 있는 바람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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