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제약 17곳 약 매출 비중, 2017년 84%→올 상반기 83%
삼성바이오 등 제약 3사는, 2017년 94%→2022 상반기 97%

약사법(제31조제1항)에 따르면 제약회사는 '의약품(약) 제조를 업(業)으로 하는 자'를 말하고, 따라서 제약사의 본업은 '판매를 위해 약을 만드는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제약사 매출액에는 의약품이 아닌 의약외품, 건강기능식품, 건강보조식품, 식음료품, 화장품, 의료기기, 용역 및 기타의 제품 및 상품 등 다양한 품목들의 매출액이 상당수 포함된 것이 현실이다.

제약사의 매출액 중 본업인 의약품 매출액은 과연 얼마나 될까?

우리는 지금까지 이를테면 1조원 클럽 또는 10대 메이커 등처럼 제약사를 매출액으로 줄 세우거나 평가할 경우 당연한 것처럼 의약품이 아닌 타 품목들의 매출액까지 모두 포함된 '연결(또는 개별) 포괄손익계산서'의 매출액을 항상 기준으로 삼아왔다. 

하지만 적어도 제약사라는 이름이 걸린 평가라면 본업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의약품에 대한 매출액을 기준삼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가령 의약품제조업 허가를 받은 A제약사가 의약품 매출액은 1억 원뿐인데 건강보조식품으로 11억 원의 매출을 올려 연결 포괄손익계산서의 매출액이 12억 원이 됐다고 하자. 그런데 B제약사는 의약품만으로 11억 원의 매출액을 거둬들였다. 이런 경우 우리가 이제까지 해 오던 관행의 방식대로 하면, 매출액 순위는 본업인 의약품 매출액이 1억 원밖에 되지 않는 A제약사가 1위가 되고, 의약품 매출액이 11억 원이나 되는 B제약사는 2위로 평가된다. 제약사라는 꼬리표를 엄연히 붙여 주면서 말이다. 속사정을 잘 모르는 절대 다수의 사람들은 A사의 매출액 12억 원 전부가 의약품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믿을 수밖에 없지 않을 것이다. 

실상을 파악하기 위해, 20곳 대표 상장제약사가 의약품으로 올린 매출액을 산출해 보았다. 

금감원DART에 공시된 △제품 및 상품의 의약품 매출액 △실현된 신약 기술수출액(약정 총액이 아님) △의약품 임가공 매출액을 모두 포함했다. 의약품 매출액은 제약사 (공시)보고서의 사업의 내용 중 '주요제품 및 서비스'항목과 '매출 및 수주상황' 항목 그리고 연결재무제표 주석란의 '종속회사'항목 등을 모두 샅샅이 뒤져 발췌했다.

전체를 조감(鳥瞰)해 보면, 제약사 본업으로 발생된 의약품 매출액 비중은 2017년 84.9%에서 올해 2022년 상반기 86.3%로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약 15%가 의약품 외 품목들의 매출액으로 밝혀졌다.

그렇지만 바이오 전문 제약사 3곳과 전통적 제약사 17곳을 나누어 보면 변화 추세는 서로 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바이오 3곳(삼바로, 셀트리온, SK바사)은 2017년 93.5%에서 올해 상반기 96.9%로 의약품 매출액 비중이 증가된 반면, 17곳 전통적 제약사의 비중은 2017년 83.8%에서 올해 상반기 82.8%로 오히려 감소됐다. 

종근당과 SK바이오사이언스 2곳의 의약품 매출액 비중은 거의 100% 수준으로 나타났다. 의약품 외 다른 품목의 매출액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셀트리온, 한미약품, 제일약품, 보령, JW중외제약 및 일동제약 등 6곳은 5년 전이나 지금이나 비슷하게 98% 이상 의약품 매출비중을 보이고 있다. 한독은 공교롭게도 전이나 지금이나 75.2%대를 유지하고 있다.

그 밖의 제약사들은 늘거나 줄거나 상당한 변화를 보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제약의 의약품 매출 비중은 각각 2017년 80.8%와 86.2%에서 올해 상반기 93.6%와 96.7%로 대폭 상승됐다.

유한양행은 2017년 91.2%에서 2022년 상반기 86.8%로 낮아졌고, GC녹십자와 대웅제약도 각각 87.0%→80.7%, 98.7%→95.0%로 떨어졌다.

HK이노엔은 5년 전 96.5%에서 올해 90.2%로, 동아에스티도 88.2%에서 82.9%로, 대원제약의 경우에도 99.2%에서 94.2%로 낮아졌다.

동국제약의 경우 의약품 매출 비중은 2017년 67.1%이었으나 올해 상반기에는 56.5%로, 5년간 10.6%나 떨어졌다. 이는 헬스케어 품목과 종속기업인 동국생명과학(조형제 및 의료기기 사업체)의 실적이 상대적으로 약진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휴온스는 2017년에 20곳 대표 제약사들의 평균을 웃도는 86.3%로 비교적 높았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72.8%로 13.5%나 뚝 떨어졌다. 건강기능식품과 의료기기 등의 뷰티웰빙 사업과 종속회사인 휴온스푸디언스(식품제조업체) 사업 등이 보다 더 활성화된 때문으로 보인다. 

광동제약은 1962년10월 창업된 60년 역사의 제약업체로, 매출액 구성에서 아주 독특한 현상을 보이고 있다. 제약 본연의 사업인 의약품 매출액 비중은 2017년 9.2%, 2021년 12.4%, 올해 2022년 상반기 7.8%로, 평균 9.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2021년 총매출액은 1조3382억 원이나 됐지만 의약품 매출액은 1662억 원밖에 되지 않았다. 이미 레드오션(red ocean)으로 변한 국내 의약품 시장에서 사업 다각화를 통한 탈(脫) 제약업의 표본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본업과 부업에 대한 전략적인 중요성의 선택은 제약사의 몫이다. 호불호(好不好)로 판단될 일은 더더욱 아니다. 다만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 했다. 제약사의 매출액은 가능하면 의약품으로 이루어졌으면 한다. 제약사로서 본업에 보다 더 충실했으면 하는 기대가 있다. 그래야 우리 한국 제약산업의 미래가 지금보다 더 밝아질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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