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아래에서 가슴 윗부분 사이를 뜻하는 '두경부'
두경부 전문의 89, 90년생 0명... 10년 내 정년퇴임 20%
"가족이 아플 때 수술해줄 의사가 없는 상황이 닥칠 것"

숨을 쉰다고 하면 흔히 폐를 떠올리곤 하지만 입과 폐를 연결하는 부분인 기도를 포함한 이비인후과 분야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그로 인해 뇌 아래에서 가슴 윗부분 사이를 뜻하는 '두경부'에 발생하는 모든 질환을 다루는 두경부외과 전문의들이 소리소문없이 줄어들고 있다.

대한두경부외과학회는 지난 22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대학병원·종합병원 급 근무 두경부외과의사 분포도를 발표하며 두경부외과 전문의 인력 충원 부족 및 감소 현황을 토로했다.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이비인후·두경부외과 권순영 교수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이비인후·두경부외과 권순영 교수

두경부외과학회 회장인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이비인후·두경부외과 권순영 교수는 "이비인후과를 떠올리면 일상의 불편함을 연결시키곤 하지만 두경부는 사실 생명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분야"라며 "의사한테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의 생명인데 이를 위해서 환자가 말하고, 먹고, 숨쉬는 기능을 보존하고 재건하는 것이 무것보다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경부외과학회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대학병원·종합병원 급 근무 두경부외과의사는 총 154명이었다. 그러나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1989년생, 1990년생 의사는 0명이며 10년내에 정년퇴임하는 교수는 20%에 달한다는 점이다.

대학병원·종합병원 급 근무 두경부외과의사 분포
대학병원·종합병원 급 근무 두경부외과의사 분포

이처럼 의사 수는 줄고 있는 반면 국내 두경부암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02년 3316건에서 2019년 5613건으로 두 배 가까이 발생 건 수가 늘었다.

두경부라는 것이 하나의 신체 장기가 아닌 구역이기 때문에 통계에서 인지가 낮았지만 두경부암은 구강암, 인두암, 후두암, 침샘암, 코암 등을 포함하기 때문에 2019년 기준 암종 발생 순위를 보면 두경부암은 5613건으로 전체 암종 7위를 기록할 정도다.

더욱이 두경부암은 얼굴, 목, 후두, 구강 등 중요 구조물이 밀집된 부위에 발생하기 때문에 수술이 난이도와 위험도가 높아 전문의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두경부외과학회 보험이사인 강북삼성병원 이비인후·두경부외과 이상혁 교수는 "숨 쉬는 곳을 다루는 의사가 없어지고 있다"며 말을 시작했다. 그는 "수가 이야기를 하고 싶지는 않지만 현재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또 수가 이야기를 안할 수도 없다"며 "낮은 수가가 병원 내 두경부 분야에 대한 인식을 왜곡시키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이상혁 교수는 "정부의 낮은 수가와 지원으로는 병원에서 열심히 수술하고 진료보는 두경부외과 교수님들이 소외되고 저평가되고 있다"며 "이는 나아가 후학들이 들어올 미래를 어둡게 만드는 것이다. 지금도 모든 교수님들이 수술을 도맡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와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의사가 더 부족해질 것이고 시간이 흐른 뒤 내 가족이 아플 때 수술해줄 의사가 없는 상황이 닥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북삼성병원 이비인후·두경부외과 이상혁 교수
강북삼성병원 이비인후·두경부외과 이상혁 교수

이 교수는 "더 이상 전문의로서 자긍심이나 일방적인 희생으로는 현 시스템이 지속가능하지 않다"며 "필수 의료로서 두경부외과의 역할을 인정하고 안정적인 중장기 플랜 하에서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한두경부외과학회는 대만, 일본 합동으로 제1회 삼두경부학회 추계학술대회를 2022년 9월 22~24일 대한민국 서울에서 개최했다. 이번 대회는 온·오프라인 하이브리드 형식으로 진행되며 기조강연, 심포지엄, 패널 토론회 등 최신 발전, 경험, 최신 지식 업데이트, 두경부외과의 미래에 대한 활발한 토론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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