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설계부터 '임상통계' 관여… "완벽한 데이터에 꼭 필요"

세계 최초의 항체 바이오시밀러이자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램시마'는 2012년 7월 식약처, 2013년 8월 유럽의약품청(EMA), 2016년 5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순으로 허가돼 제약산업의 주목을 받았다.

램시마는 지난 해 4분기 유럽시장에서 52%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오리지널인 '레미케이드'가 40%대로 점유율이 추락한 것과 대조됐다. 바이오시밀러가 한 시장에서 오리지널을 뛰어넘은 것은 램시마가 세계 최초로 평가된다. 제약·바이오 전문가들은 램시마의 사례를 보며, 향후 바이오시밀러 처방이 확대될 것이라 전망했다.

임상개발을 담당하는 셀트리온 이상준 부사장은 '램시마'가 성공적으로 해외 시장에 자리잡게 된 것은 임상시험 설계부터 분석까지 '임상통계'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임상통계는 신약개발의 근거가 되고, 연구 진행 과정에서 의사결정의 수단이 된다는 것.

셀트리온 이상준 부사장
셀트리온 이상준 부사장

이 부사장은 산업계가 향후 임상통계를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간에게 투여되는 약에 대해 약효와 안전성 평가에 있어 통계적 역량이 중요하다. 최근 개량신약, 제네릭, 바이오시밀러 등이 중요해지면서 임상통계가 관여하는 범위도 깊다."

그는 램시마를 허가받을 때, 식약처가 완벽한 임상 데이터를 요구했었다고 밝혔다. 설계부터 통계가 필요했고, 데이터를 요약해 보여주는 능력도 중요했다고 했다.

"램시마의 데이터에 대해 식약처, EMA, FDA가 모두 같은 조건을 요구했다. 규제기관별로 추가 요구하는 데이터가 있지만 같은 규격에 인정받을 수 있는 통계 데이터가 꼭 확립돼야 한다는 걸 알게 됐다. CRO에 데이터 분석을 의뢰해보기도 했지만 퀄리티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그래서 자체 인프라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회사가 환경을 제공해주면 원활히 운영될 수 있겠다'고 판단해 자체 임상통계 인력을 갖게 됐다."

이 부사장은 "트룩시마도 자체 데이터, 임상평가와 관리 모두 셀트리온이 했다며 오류 없이, 시간을 단축하는 효과를 얻었고 시장진출 하는 데 임상통계가 도움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에 임상통계에 대한 인식이 아직 부족해, 산업계가 임상통계를 활용할 방안에 대해 조언했다.

"셀트리온은 임상통계 전문가 35명, 데이터 분석 15명의 인력이 있다. 산업이 볼 때는 임상 통계 인력이 많아 보인다고 생각하지만, 통계 오류를 줄이기 위해서 기본적인 인력이 갖춰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임상통계가 트렌드가 됐으면 좋겠다. 제약산업은 약을 개발하고 나면 끝나는 일이 아니라, 동시에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 패키지 제출, 계획 외의 추가 연구도 필요하지 않은가. 연구개발에 유연히 대응하려면 회사에 임상통계 인프라가 구축돼야 한다."
  
현재 셀트리온은 램시마의 차세대 제품을 개발 중이다. 정맥주사 제형이던 기존 제품을 피하주사 제형으로 바꾼 '램시마SC' 임상을 마무리했다. 기존 램시마는 정맥주사 제형으로 효과는 좋지만, 필요할 때마다 매번 병원을 찾아 2시간 이상 투여받아야 하는 단점이 있었다. 

이번에 개발된 피하주사 제형은 환자가 사용 주기에 맞춰 집에서 스스로 투여할 수 있다. 환자가 정맥주사와 피하주사 중 선택할 수 있는 '투트랙 전략'을 펼쳐 치료제의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지난 달 셀트리온은 미국과 유럽에서 램시마SC의 임상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활성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와 활성 크론병 환자를 각각 램시마 IV 투여유지 군, 램시마 SC 투여유지 군으로 나눠 첫 투여 시와 치료 2주차에 모든 환자에게 램시마 IV를 투여했으며, 이후 6주차부터 램시마 IV 투여유지군에는 8주 간격으로 램시마 IV를, 램시마 SC 투여유지군에는 격주로 램시마SC 약물을 투여하며 총 54주간 각 군별 약동학, 면역원성, 유효성 및 안전성 등을 평가했다.

그 결과 격주로 램시마SC를 투여한 군의 체내 약물 농도는 8주 간격으로 램시마 IV를 투여한 군에 비해 안정적으로 유지됐으며, 안전성 평가 결과에서 양 군의 데이터는 동등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또 유효성 평가를 위해 크론병 활성도 지수(CDAI-70)와 EULAR(CRP) 반응률로 크론병 환자와 류마티스관절염 환자의 질병 개선도를 확인했으며, 데이터 분석 결과 치료 54주차까지 램시마 SC 투여유지군에서 램시마 IV 투여유지군과 유사한 약물 효과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램시마SC가 출시되면  'TNF-α 억제제'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을 것으로 셀트리온은 기대하고 있다.

회사 측은 "셀트리온은 램시마SC의 임상 진행과 병행해 유럽 허가 신청을 준비해 왔으며, 최근 허가 준비 마무리 단계에 돌입했다"며 "추후 램시마SC가 상업화되면 세계 의료진들이 환자 상태와 편의를 고려해 단일한 인플릭시맵 성분 약품을 정맥주사 또는 피하주사로 자유롭게 선택해 처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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