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통계는 정확성이 생명, 업계에 혼선 초래는 안돼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8월31일 '2021년 의약품 시장규모 역대 최고…전년 대비 9.6% 증가'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해 '완제의약품 생산액'은 22조4451억 원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보다 2개월 빠른 6월30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발행한 '2021 완제의약품 유통정보 통계집'을 보면, 작년 '완제의약품' 생산액은 21조7950억 원으로 나타나고 있다.

양자 간에 결코 적지 않은 6501억 원의 차이가 발생되고 있다. 식약처와 심평원 중 어느 쪽 통계가 맞는 것일까. 

이 통계의 기초자료는 약사법 제38조제2항과 이 조항의 위임규정인 의약품안전규칙(총리령) 제49조제1항에 따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양 기관에 동일하게 보고한 것이며, 이 총리령 [별표1]에서 '완제의약품이란 모든 제조공정이 완료되어 최종적으로 인체에 투여할 수 있도록 일정한 제형으로 제조된 의약품'을 말한다고 정의돼 있고, 위 위임규정 본문(의약품안전규칙 제49조제1항) 단서로 한외마약(限外痲藥)을 포함하되 의료용 고압가스는 제외하도록 똑 부러지게 돼 있으므로, 오류가 아닌 이상 식약처와 심평원의 완제의약품 생산실적이 차이가 나서는 안 되는데 말이다.

통계는 사실에 기초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기초적인 인프라(infrastructure)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정보화시대ㆍ빅데이터(Big Data)시대에 국가통계는 국가와 기업과 국민이 경제ㆍ사회적 변화를 진단하고 과학적인 정책과 전략을 수립하는데 없어서는 안 될 필수적인 공공재가 되고 있다.

특히 완제의약품 생산실적은 국내 의약품 시장을 거시적 관점에서 관조할 수 있는, 제약업체들의 기업 정책과 마케팅 전략 수립을 위한 의사결정에, 중요한 기초자료가 된다. 때문에 이것은 국가통계 기본원칙 8개 항목 중 두 번째인 '신뢰성 제고의 원칙'에 입각해 정확하게 파악하여 발표될 필요성이 있다.(국가통계 기본원칙 全文 참조)

의약품 시장규모는 ▷거시적 관점 ▷공급(제조ㆍ수입ㆍ도매유통) 관점 ▷소비(요양기관) 관점 등 3가지 시각에서 산출될 수 있다. 

식약처는 의약품 시장규모를 지금까지 매년 거시적 관점에서 '의약품생산액+의약품수입액-의약품수출액'의 공식으로 산출해 오면서 2021년에는 25조3932억 원이라고 발표했다. 물론 이 공식의 의약품생산액은 완제의약품 생산액과 원료의약품 생산액이 모두 포함돼 있다. 완제의약품 생산액이 원료의약품 생산액보다 7.4배가량(22조4451억÷3조0455억) 더 많으므로 완제의약품 생산액이 의약품 시장 규모를 결정짓는 핵심요소인 것은 분명하다. 

전문 언론들은 최근 이 소식을 '작년 국내 의약품시장규모 25조원 돌파', '2021년 의약품시장 규모 역대 최고', '국내 의약품시장 사상 첫 25조 돌파' 등의 제목으로 일제히 주요기사로 다룬바 있다.

하지만 이 방식에 심평원이 파악하고 있는 2021년 완제의약품 생산액 21조7950억 원을 대입ㆍ적용시켜 보면 국내 의약품시장 규모는 24조7421억 원으로, 25조원 돌파가 아닌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의약품시장 규모의 거시적 산출 공식 항목인 2021년 원료의약품생산액 3조0455억 원, 의약품수입액 11조2668억 원, 의약품수출액 11조3642억 원은 식약처와 심평원이 똑같이 인식하고 있다는 전제하에서 말이다. 

의약품 생산실적은 제약 기업체들이 피땀을 흘린 결과물이며, 이 보고를 거짓으로 행할 경우 1차 1개월, 2차 3개월, 3차 6개월의 해당품목 판매업무 정지 처분이 내려지며 4차 위반 시에는 해당품목의 품목허가 취소 처분이 내려지는 등 무거운 책무가 민간 기업에 부여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정부 관련 당국도 생산실적 통계를 보다 더 주의 깊게 살핀 후 정확히 밝혔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한 것은 단순한 오류 수준을 떠나 큰 잘 못이라 아니할 수 없다.

양 기관의 완제의약품 생산액 통계가 차이 나는 이유는 전문의약품 생산실적이 다르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2021년 일반의약품 생산액은 식약처와 심평원의 것이 각각 3조0692억 원, 3조0851억 원으로 거의 동일했지만, 전문의약품 생산액의 경우 양자가 각각 19조3759억 원, 18조7099억 원으로, 6700여 억 원의 차이가 나고 있기 때문이다. 혹시 향정신의약품 및 마약 생산실적을 식약처는 완제의약품 생산실적에 넣고 심평원은 제외한 때문은 아닐까? 그렇지 않고서야 통계 업무를 해태한 것 이외 다를 이유가 없지 않은가.

식약처와 심평원은 가능한 하루 빨리 '완제의약품'의 개념을 동일하게 공유하고 의약품 생산실적 등과 같은 국가통계를 바로 잡아, 의약업계에 더 이상 혼선을 초래케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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