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숙 기자가 직접 체험하는 CSR| ①한국MSD '다나음'

“암환자가 싸워야 하는 것은 비단 암뿐만 아니에요. 직장 동료가 암 진단을 받았다면, 함께 일하고 싶지 않다고 답한 사람이 약 33%를 차지할 정도죠. 또 실제로 본인이 암진단을 받았을 때, 동료에게 알리고 싶지 않다고 응답한 사람은 65%가 넘었죠”

“암환우들이 치료를 마치고, 사회, 일터, 가족 등과 일상으로 온전히 돌아갈 수 있도록 ‘다나음’이라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됐어요. 다나음은 ‘다시 나아가는 한걸음’을 줄인 말이에요”

기자는 10일 오전 10시 한국MSD 관계자에게 '다나음'이 기획된 취지를 들으며, 올해 마지막 다나음 사회복귀교육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장소를 찾았다.

다나음은 토크콘서트, 사회복귀교육, 인턴십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다. 사회복귀교육은 암환자가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사전 심층 조사에 기반한 맞춤형 사회복귀교육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생활 심리 상담, 사진, 컴퓨터 등을 교육한다.

올해 마지막 다나음 사회복귀교육인 생활심리 상담가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이날 진행된 사회복귀교육은 생활심리 상담가 프로그램. 암환우와 그 가족이 함께 서로의 장점을 일주일 동안 생각해 보고, 그림에 각자의 장점을 적어보는 것으로 시작됐다. 중학생 딸과 엄마, 직장인 딸과 엄마, 70대 노부부, 30대 젊은 부부가 일주일 동안 관찰한 모습을 적어 내려갔다.

생활심리 상담 프로그램에 참여한 가족들이 서로의 장점과 특징을 전지에 적고 있다. 

교육 시작 30분 전, 가장 먼저 도착해 있던 중학생 딸과 엄마가 계속 눈에 들어왔다. 무심한 표정, 엄마의 질문에 무뚝뚝한 대답. 중학생 소녀는 주말 오전에 어쩔 수 없이 나왔구나 싶었다. 동질감을 느꼈던 소녀에게 눈길이 계속 머물렀다.

그런데 이런 동질감이 부끄러움으로 바뀌는 건 순간이었다. 전지에 엄마의 장점을 빼곡히 쓰는 소녀의 모습에서, 그 소녀는 억지로 끌려 온 게 아니라는 걸 느꼈다. 무심한 표정과 무뚝뚝한 말투 속에 가려진 소녀의 진심이 보였다.

소녀가 빼곡히 적은 엄마의 장점은“옷을 잡 입는다. 화장을 잘 한다. 네일아트를 잘 한다. 어깨가 좁다. 무거운 걸 들어준다. 자격증을 많이 딴다. 나를 잘 챙겨 준다. 밥을 해 준다” 등 엄마의 외모부터 소소한 일상으로 가득찼다.

교육 현장에서 모녀를 봤을 때, 나 역시 어머니 외모가 눈에 띄긴 했다. 갈색으로 세련되게 염색된 단발머리, 반짝이는 매니큐어 손톱, 가을과 어울리는 베이지색 스웨터, 검은색 하이힐. 어머니 모습 속에 암이 지나간 흔적이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유방암을 앓았던 엄마와 함께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한 딸이 서로의 장점과 특징을 전지에 적어내려가고 있다.
유방암을 앓았던 엄마와 함께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한 딸이 서로의 장점과 특징을 전지에 적어내려가고 있다.

교육 중간 쉬는 시간. 소녀의 어머니에게 다가가 말을 건넸다.

“삼성서울병원 암교육 센터에서 교육을 받으며 알게 됐어요. 당시 간호사 선생님이 다나음 토크콘서트에 참석해 보는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고, 이것을 시작으로 사회복귀 프로그램인 사진반, 생활심리상담에 참여하게 됐죠. 사진을 배우며 전시회와 인턴십 기간을 가졌고, 이번 생활심리상담 프로그램은 무엇보다 딸과 함께 참석할 수 있어 더 좋았어요”

어머니의 진심 어린 말은 계속 이어졌다.

“유방암 진단을 받았을 때, 저도 젊었고, 아이들도 어렸죠. 여자로서, 엄마로서 암에 걸린 모습이 외모로 드러나는 것이 너무 싫었죠. 항암치료로 머리카락이 빠지는 걸, 아이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어요. 기를 쓰고 감추려고 했지만, 아이들은 그 어린 나이에도 다 기억하고 있더라고요”

지난해 2월 완치 판정을 받은 소녀의 어머니는 항암치료를 여덟번 밟는 동안 미용사 자격증까지 땄다.

“가발을 썼다는 이유만으로, 제가 말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저를 암환자로 보는 데 스트레스가 심했어요. 그때부터 였던 것 같아요. 저를 더 적극적으로 꾸미기 시작한 건. 암환자인 것을 숨기기 위해 시작한 꾸미는 일을 좀 더 전문적으로 배워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미용사 자격증을 땄고, 미용 일을 하면서 사회에서 내가 필요한 사람이라 느끼며, 자존감이 더 높아졌어요”

“중학교 2학년 소녀가 주말 오전에 혹시 억지로 나오는 것은 아닐까요?”라는 질문을 조심스럽게 던져봤다. 물론 앞서 전지에 엄마의 장점을 빼곡히 적는 소녀의 모습에서 진심을 느끼긴 했지만 말이다.

“아이가 이제 사춘기에 접어들어, 아이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했어요. 아이가 둘이다 보니, 한 아이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생각보다 많지 않더라고요. 아이 역시 저와 단둘이 보내는 시간을 갖고 싶어 했어요. 교육을 진행하는 선생님들이 재차 주말 오전에 억지로 나오는 것 아니냐고 물어봐도, 좋다고 대답하더라고요”

이번 교육에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모녀. 그들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교육이 궁금했다.

“지난 주 동물로 자신과 가족을 표현해 보는 프로그램이 있었어요. 저는 스스로를 양이라 표현했고, 제 딸은 저를 돌고래로 표현했어요. 돌고래 하면 흔히 사람과 친한 친근하고 귀여운 이미지니, 저는 딸이 저를 그렇게 생각하는 줄로 알았죠. 그런데 딸이 저를 돌고래라고 한 이유는 제가 평소 소리를 많이 질렀기 때문이라고 답했어요. 이번 한 주는 딸에게 소리를 많이 안 지르고, 아이가 행동하는 것을 더 지켜봐 주려고 노력했죠. 딸은 제가 스스로를 양이라고 생각한 것에 놀랐다고 해요(웃음)”

갑작스런 유방암에 서로가 아팠을 모녀는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한층 더 가까워졌고, 소녀는 상대를 더 배려할 줄 아는 예쁜 숙녀로 성장하고 있었다.

“저는 아이들이 어려서 기억을 못 할거라 생각했는데, 제 투병 과정을 다 기억하고 있었어요. 지금도 TV를 보다가 유방암 얘기만 나오면, 아이들이 저에게 달려와 이런저런 얘기를 들려주죠. 제가 아파하는 동안 아이들도 막연함 불안감과 걱정을 안고 있었던 것 같아요. 제가 하루 한 알씩 복용해야 했던 호르몬제도 항상 딸이 챙겨줬어요. 배려가 몸에 배있는 딸이에요. 딸 아이 담임선생님과 상담을 나눴는데, 다른 아이들은 담임선생님이 힘든 모습을 볼 때 무심히 지나가는데, 제 딸은 말없이 도와준다고 말씀하셨어요”

프로그램을 마치고 나오는 길, 한국MSD 관계자는 올해 처음 시작한 다나음 프로그램을 앞으로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의 최종 단계 인턴십까지 환자들이 참여해, 사회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다나음의 최종 목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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