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두면 좋은 주간뉴스 (2018.11.3~11.9)
-유한양행, 얀센과 1조4천억 규모 기술수출
-글로벌 혁신신약약가우대제도 개정안 공개

지난 한주를 장식한 유한양행(왼쪽)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지난 한주를 장식한 유한양행(왼쪽)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유한양행이 기(氣) 살리고 복지부가 바람 빼고...”

제약바이오 업계를 강타한 대형사건 2건이 동시에 터진 한 주 였습니다. 유한양행이 조금은 의기소침해졌던 기술수출 시장에서 대형계약을 성사시키며 활기를 불어넣은 반면 복지부는 한미FTA 개정협상에 따른 ‘글로벌 혁신신약 약가우대제도 개정(안)’을 계획된 일정보다 늦게 내놓으면서도 국내사든, 다국적사든, 시민단체든 어느 한 쪽에서도 환경받지 못하는 개악(改惡)의 상황을 연출하면서 김을 빼고 말았습니다.

먼저 제약바이오 업계 맏형 유한양행 이야기부터 풀겠습니다. 유한은 지난 5일 글로벌 기업인 얀센의 바이오텍과 비소세포폐암 치료신약 후보물질인 레이저티닙의 라이센스 및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확정된 계약금 5,000만 달러(한화 559억)에 단계별 마일스톤을 포함하면 계약규모가 총 12억500만달러(1조3,975억)에 달합니다. 2015년 한미약품의 잇따른 라이센스 계약으로 한껏 달아올랐다 최근 다소 잠잠해진 제약바이오 산업계에 미래 먹거리가 무엇인가를 재차 확인시켜주는 확실한 물증을 제시한 쾌거입니다.

특히 유한의 성과가 주목받는 것은 2015년 이후 총 13개의 바이오벤처에 1,000억을 투자하는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얻어낸 결과물이라는 점입니다. 레이저티닙은 오스코텍과 그 자회사 제노스코로부터 유한이 2015년 사들인 3세대 EGFR Kinase 저해제인데 이 계약으로 이들 회사들도 기술수출 및 로열티(경상기술료)의 40%를 받게 됩니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단순히 괜찮은 물질을 사오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연구조직 특유의 배타성을 극복해야 하는 사안인 만큼 조직의 열린 마음이 선행조건이라고 합니다. 이번 성과는 유한이라는 조직의 오픈 마인드를 보여준 사건이라고 할 수 있고 그 동력은 지금도 유한의 R&D 창고 선반에 쌓여있는 외부 파이프라인들을 기대하게 만듭니다.

복지부(심평원)는 왜 그랬을까요? 참 이해하기 힘든건 이번 개정안으로 모두를 등 뒤에 두게 됐다는 점입니다. 심평원이 7일부터 40일간 행정예고에 들어간 글로벌 혁신신약 약가우대제도 개정(안)의 주요내용을 보면 WHO 추천 필수의약품 또는 국가필수의약품을 국내에 공급하는 기업이면서 공급의무 위반이나 리베이트 적발로 행정처분을 받은 전례가 해당법 시행이후부터 없어야 1차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품목조건에서는 ▲새로운 기전 또는 물질 ▲대체가능한 다른 치료법(약제포함) 없음 ▲생존기간의 상당한 연장 등 임상적 유용성 개선 입증 ▲미국 FDA의 획기적의약품지정(BTD) 또는 유럽 EMA의 신속심사(PRIME) 적용 ▲희귀질환치료제 또는 항암제 등 5개 요건을 만족하도록 했습니다. 심평원은 입으로 내리 읽기에도 지루하고 복잡한 이런 조건의 조합을 새 개정안으로 공개하고 미국과의 약속대로 의견조정을 거쳐 연내 시행하겠다는 계산입니다.

개정안에 대한 반응은 정반대이지만 국내사나 다국적사 모두 경악 그 자체입니다. 국내 제약사들은 "FDA나 EMA 심사결과를 받아오라는 건 다국적사 신약에 더 유리한 조건이고, 국내개발신약에 사실상 약가우대를 하지 않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습니다. 다국적제약사들도 “대체가능한 치료법이 없는 약제는 거의 없다. 진료상필수약제에나 해당될 수 있는 엄격한 기준을 요구한 건 우대혜택을 주지 않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고 주장합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와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 모두 성명을 내고 전면수정을 요구했습니다.

앞에서도 그랬지만 개정안을 저는 ‘사건’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이번 사건을 보면서 뭔가 숨겨진 복선이 있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미국 측 입맛에 맞게 약가우대제도를 손질할 경우 혁신신약의 약값상승 문제를 걱정한 복지부가 아예 판을 뒤엎어 버리는 헐리우드 액션을 쓴게 아닐까 하는 상상 말입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국내제약에게는 절대적으로 불리하고, 다국적제약에게는 별 현실성 없는 이런 (안)을 (案)이라고 내놓았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깁니다. 판을 엎어 미국의 기세를 꺾으려는 협상의 기술이라고 하기엔 너무 과감합니다. 이제 막 신약의 초입에서 길을 만들어가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기를 살릴 묘수를 복지부가 고민하고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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