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쉼표| 시 쓰는 연구원을 아시나요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변정훈 책임연구원 

"사람의 본질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것을 사색하고 통찰하는 것을 좋아한다. 매일 뉴스와 각종 지라시 등을 수집해 한편의 글로 녹여내고자 노력한다." -낭만시선 3집 작가 소개에서-

기자라는 직업의 특성 상 여러 사람들을 만나다보면 다방면으로 재주가 많은 이들이 있기 마련이다.

넘치는 끼를 생업, 현업을 위해 잠시 접어두지만 불쑥불쑥 발산될 때가 있다. 최근에 만난 변정훈 책임연구원도 그런 부류(?)다. 그의 표면적 사회적 지위는 보건복지부 산하 보건산업진흥원 연구원이지만 더 들여다보면 시집을 3권이나 출간한 작가다.

생명과학을 전공하던 대학시절, 뮤지컬 지킬앤하이드를 보고 감명받아 한때 뮤지컬배우를 꿈꾸며 연극동아리 생활까지 했다. 문과와 이과, 예체능까지 두루 섭렵한 그가 공공기관의 연구원으로만 지내기에는 답답할 수 있겠다 싶다.  

"시를 쓴지 7년정도 됐어요. 2015년 진흥원에 입사해서 시를 쓰기 시작했으니까요. 신입사원이다보니 업무가 서툴고, 그러다보니 일도 많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쌓이는 스트레스를 시를 쓰면서 해소했던거 같아요. 어떤 사람들은 운동을 하고, 어떤 사람들은 술을 마시고, 또 어떤 사람들은 맛집을 찾아다니고, 각자의 방식으로 스트레스를 푸는데 저는 글을 쓴 거죠."

글 쓰는 것을 업으로 하는 기자는 글을 쓰는 것이 업무 스트레스인데, 반대로 스트레스를 글로 풀어낼 수 있다니 신선하기만 하다. 

학창시절 책을 많이 읽는 편도 아니었고, 지금도 스스로 글 쓰는데 소질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다는 변 연구원은 자신의 인생을 '노력'이라고 정의했다. 

"22살, 23살에 연극을 공부하면서 희곡이나 시나리오를 보는데 '언어'라는 것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 같아요. 대학교때 연극학과 수업도 들었는데, 테네시 윌리엄스의 작품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등 유명한 고전을 읽으면서 해석을 하는 시간이 있었어요. 주인공은 왜 이런 대사를 했을까? 행간의 의미는 무엇일까? 등 나름대로 해석하고 발표한 다음 마지막에는 스스로 희곡을 쓰면서 학기 수업이 마무리되는거죠. 그때부터 조금씩 글을 써 본 것 같아요."   

변 연구원은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갈등하는 20대를 보낸 후 30대 초반, 다소 늦은 나이에 회사에 입사했다. 업무관계 또는 사람과의 관계 등에서 오는 문제를 스스로 치유하는 방법으로 시를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신이 쓴 시를 다른 이들이 공감하고, 그들에게도 기운을 북돋아줄 수 있다면 좋겠다는 마음에 의무적으로도 시를 썼다.

어느덧 그의 노트에 빼곡히 쌓인 시만 800여편이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에 감동을 주고 싶다는 시라고 보기에 그의 시는 서정적이지 않다. 그렇지만 세태도 반영하고, 나름 트렌드도 있다. 알쏭달쏭 하지만 고개를 끄덕이게도 한다. 그는 시를 통해 하고 싶은 말이 많아 보인다. 

"박노해 시집을 보면 '이게 시야?'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에세이같기도 하고, 소설같기도 하고. 장르가 모호해도 시가 될 수 있구나 싶어요. 주제가 명확하다면 그걸 표현하는 형식은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시를 쓰는데 스스로 정한 원칙이 있어요. 우선은 메시지가 분명한 글을 쓰자. 전달력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현대인들은 난독증도 있고 지루하고 재미없는 긴 글을 읽고 싶어하지 않아요. 그래서 메시지를 최대한 분명하고, 어휘도 간결하게 쓰려고 해요. 그리고 100년 후 다시 봐도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소재고갈에 대한 우려는 없을까. 그가 만나는 새로운 사람, 맞딱들이는 새로운 상황 등이 모두 소재가 된다. 정치·경제·문화를 아우르는 방대한 뉴스에도 늘 관심을 갖고 있다.   

사장님 뒷문으로 들어갈게요  

처음에는 
알지 못하게 
뒷문으로 들어가라

결국에는 실패해도 
쉽게 탈출할 수 있도록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처음부터 설계하라

(중략)

초심에서 멀어지지 말아라
흔들리면 출구에서 멀어진다 
공존에서 멀어지지 말아라 
말뿐이면 현실에서 멀어진다 

어느 순간  
알지 못하고 
앞문으로 나오리니

 

"좋은 아이디어나 기술을 가지고 창업과 사업화가 많이 이뤄지는 것을 보게 돼요. 어떻게 보면 시장은 살아있는 생명체로서 끊임없이 변모하고 역동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함부로 예측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겸손한 자세로 예단하지 말고 시장에 대한 존중, 수요와 공급에 대한 존중을 놓지 않고 철저한 분석을 토대로 리스크를 줄여야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지 않을까요? '사장님 뒷문으로 들어갈게요'는 혁신을 몸소 실천하고 모험의 길을 나서는 분들의 여정을 응원하기 위해 쓴 시에요." 

"진흥원에 입사한지 7년이에요. 제약바이오글로벌 팀에서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지원했고, 기술평가컨설팅팀에서 벤처기업의 애로사항을 해결해주려고 노력했고, 지금은 백신파트너십지원팀에서 코로나19 등 감염병 백신·치료제 개발을 지원업무를 하고 있어요. 그리고 빠지지 않고 제약바이오 관련 각종 행사 등에 참석하고 있는데, 그동안 산업에 대한 경험이 아웃풋으로 시가 되어 나오고 있는거죠." 

업계에는 부지런히 시를 쓰는 변 연구원을 지켜보는 숨은(?) 팬들이 있다. 그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10권까지 시집을 출간할 예정이에요. 혹시 좋은 소재나 사연있으면 보내주세요. 많관부(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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