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약품공업협동조합·제약협회장·국회의원 등 다방면 활동
'토비콤' 국민 눈 영양제로 키워낸 주인공

빈소는 삼성의료원 장례식장 17호...영결식은 6일

국내 제약업계 1세대 경영자로서 53년간 안국약품을 이끌어 온 어준선 명예회장이 향년 85세를 일기로 영면했다.
 
고 어준선 명예회장은 대한약품공업협동조합 이사장으로 재임하며 향남제약공단을 개발, 중소제약회사의 GMP 공장건립 문제를 해결했고 2009년 한미FTA, 생동시험 파문, 포지티브 리스트 등 제약산업이 3중고를 겪고 있을 때 제약협회 회장을 역임하며 제약산업 발전에 헌신했다.

제15대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며 IMF 외환위기 상황에서 국내기업이 외국에 헐값에 팔리는 것을 막는 '자산재평가법' 개정안을 발의, 통과를 시켰다. 의약분업이라는 새로운 정책으로 인한 시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제도 시행을 1년 연기해 안정적으로 의약분업을 시행하는데도 역할을 했다.
 
1937년 충북 보은에서 출생한 어준선 명예회장은 대전고등학교, 중앙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대농, 오양공사에서 일을 하던 중 서울약품의 파견관리이사를 맡은 것이 인연이 되어, 1969년 부실화 되어 있던 안국약품을 인수해 제약인의 길에 들어섰다.

고인은 우수의약품을 개발, 보급하여 국민건강에 이바지 한다는 신념으로 제품을 개발했고, 그 첫번째 의약품이 기침약 '투수코친'이었다. 투수코친의 성공에 힘입어 활발한 마케팅을 했고, 그러던 중 1975년 동아일보 광고탄압에도 불구하고 '투수코친'을 광고해 당시 중앙정보부에 소집되었으나, 굴하지 않고 기업 광고의 당위성을 설파해 정부 탄압을 받기도 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고인은 1981년 먹는 시력감퇴 개선제 '토비콤'을 발매, 국민 눈 건강을 위한 제품을 선보였고, 이후 업그레이드 된 '토비콤-S'를 개발하여 안국약품의 대표적인 제품이자 브랜드로 '토비콤'을 만들었다.

2000년에 4년간 국회의원 의정활동을 마치고 회사로 돌아와 직접 의약품 개발을 진두지휘하며 '푸로스판, 애니펜, 레보텐션, 시네츄라, 레보살탄, 레토프라' 등 안전하고 효과 빠르고 차별화 된 전문의약품을 출시했다.

특히 레보텐션은 ½ 용량으로 동일한 효과를 발현하는 이성질체 의약품으로 2006년 발매 당시 매우 차별화되고 획기적인 제품이었으나, 글로벌 1위 기업인 화이자가 자사의 노바스크 특허를 침해했다는 소송을 제기해 2년간의 다툼 끝에 승소했고 CCB(칼슘채널블로커) 고혈압약 시장에서 대표적인 약품으로 성장 시켰다.
 
고 어 명예회장은 지속적으로 차별화되고 안전한 의약품의 개발과 생산을 위해 노력했으며, 유사 매출 규모의 제약회사보다 10~20% 이상의 연구개발비 투자가 이를 증명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중 하나가 진해거담제 시장에서 판매 1위를 하던 푸로스판의 급여제한 조치를 선제적으로 대응해 개발한 '시네츄라시럽'이다.

시네츄라는 국내 천연물 5호 신약으로 기존 푸로스판과는 차별화 된 완벽한 국산 신약이었다.

안국약품과 비슷한 규모의 회사에서 이러한 천연물 신약의 발매는 유래가 없었고, 시네츄라는 발매 1년만에 연매출 300억대 제품으로 성장을 한다.
또한 2010년대 들어서면서 어 회장은 바이오분야에도 직접적인 연구개발에 투자를 하게 된다.

제약과 성격이 다른 바이오 분야에 대부분의 제약회사가 간접 투자 등을 할 때 고인은 과감하게 회사 내에 바이오의약본부를 수립하고 연구인력을 채용해 구로디지털단지에 연구소를 설립, 직접 투자를 했다. 연구 도중 몇 가지 어려움도 있었으나 흔들리지 않는 뚝심으로 바이오 연구를 지원했고, 그 결과 이중 및 다중항체 개발을 위한 초석을 마련, 해외 특허를 신청했다.
 
고인은 우수의약품 개발과 보급에 대한 노력을 높게 평가받아 2001년 정부에게서 대한민국 훈장 모란장을 수훈했다.

후학 지원에도 나서 모교인 보은중학교와 중앙대학교에 거액의 장학금을 기부했다.

고인이 대표이사 취임 51주년을 맞은 2020년 Total Healthcare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안국약품 2030 뉴비전'을 선포했다. 의약기술과 디지털 정보를 융합, 안전하고 차별화 된 Healthcare 제품을 제공하고, 안국의 제품과 서비스를 사용하는 모든 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여주는 k-Health 기업으로 도약을 선포했던 것이다.

평소 고인은 임직원들에게 '主專自强成'을 강조했다. 즉 "자기업무에서 주인의식을 가지고 전문성을 키워 나가면 자신감이 생겨서 강한 추진력으로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는 자세로 업무에 임한다면 모두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고인은 현장 중심의 경영을 강조하면서 영업, 마케팅 직원에 대한 사랑이 각별했다. 대표이사 재임 초기부터 영업부 직원들과 자리를 많이 하며 현장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었으며 국회에서 회사로 돌아온 후에도 영업부 임직원과의 자리를 마련, 격려하며 동기부여를 제공했다.
 
유족으로 부인 임영균씨와 슬하에 아들 어진 안국약품 부회장, 어광 안국건강 대표, 딸 어연진, 어명진, 어예진 해담경제연구소장 등 오남매를 두고 있다.

장례는 회사장으로 치러지며, 빈소는 삼성의료원 장례식장 17호이다. 영결식은 6일 오전 6시 이며, 발인은 오전 6시30분에 진행 될 예정이다. 장지는 충북 보은군 탄부면 매화리 선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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