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도매 성행, 도매무용론ㆍ저마진ㆍ반품의 빌미

의약품 도매유통시장에 비상등이 켜졌다. 도도매거래 금액이 갈수록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의약품 소비처인 약국과 병의원 등에 들어가지 못하고 도매유통사를 떠돌아다닌 도도매거래(도매유통사↔도매유통사↔도매유통사)로 공급된 의약품이 2021년 무려 22조4868억 원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3278곳 도매유통사 전체의 의약품 매출액 52조1340억 원의 43.1%(22조4868억÷52조1340억×100)나 된다. 2010년 35.5%이었던 도ㆍ도매거래 비중이 계속 늘어나 지난해 2021년 43.1%까지 늘어났다(완제의약품유통정보통계집, 심평원).

의약품 '도도매거래'란 도매상끼리 서로 의약품을 사고 파는 행위를 말한다. 도ㆍ도매는 의약품이 도매유통업체를 경과하는 회차에 따라 1차도매, 2차도매, 3차도매 등으로 구분된다. 가령 A도매유통사가 제약사(수입사)로부터 a의약품을 구매하여 곧장 요양기관에 공급하면 1차도매, A사가 a의약품을 B도매유통사에게 판매하면 2차도매, B사가 a의약품을 C도매유통사에게 판매하면 3차도매가 된다.

이러한 의약품 도ㆍ도매거래는 의약품 유통 단계를 그만큼 더 늘림으로써 본질적이고 파생적인 몇 가지 심각한 문제를 유발시킨다.

첫째, 유통능률을 저하시키고 유통비용 증가를 촉발한다는 점이다. 도매유통의 필요성에 대한 논거인 '총 거래 수 최소화의 원리' 및 유통이 지향하는 모토(motto)인 '싸고(유통비용), 빠르며(유통시간), 정확하고(품목ㆍ수량), 안전하게(품질)'에 어긋난다. 

'총 거래 수 최소화의 원리' 및 유통의 모토 관점에서 볼 때, 최선의 이상적인 의약품 유통경로는 '제약사(수입사)→1차도매유통사→요양기관→환자(소비자)'라 할 수 있다. 

'총 거래 수 최소화의 원리'란 제약사와 요양기관 간의 직거래보다 도매유통사(반드시 1차도매이어야 함)를 통한 간접거래가 총 거래 수를 최소화시켜 '싸고 빠른' 유통이 되게 함으로써 사회적인 유통비용과 유통능률을 높일 수 있다는 원칙이다. 

예를 들면, 제약사와 요양기관이 각각 3곳씩 있고 3곳 제약사의 의약품이 3곳 요양기관에 필요하다고 가정할 경우, 도매유통사가 개입하지 않으면 3곳의 제약사와 3곳의 요양기관은 각각 3번씩 의약품 거래를 해야 하므로 총 9번(3×3)이 필요하지만, 중간에 도매유통사가 있으면 3곳의 제약사는 중간의 도매유통사와 3번 거래하고 도매유통사는 요양기관과 3번 거래를 하면 되므로 총 6번(3+3)의 거래로 충분하여, 도매유통사를 통한 거래가 제약사의 요양기관 직거래보다 3번의 거래가 능률적으로 절감된다는 논리다. 

하지만 현실은 이것과 거리가 아주 멀다. 도ㆍ도매 거래로 인해 의약품 유통경로가 '제약사(수입사)→1차도매유통사→2차도매유통사→3차(또는 그 이상)도매유통사→요양기관→환자(소비자)'로 늘어나고 있다. '총 거래 수 최소화의 원리'가 작동을 멈춘 지 이미 오래다.

따라서 현재 도ㆍ도매 거래가 성행하는 의약품 유통경로의 실상과 관련해 의약품 도매상의 필요성 여부(예, 의약품도매 무용론 등)에 대한 '논쟁 제기'가 되면 도매유통업계가 어떻게 대처할까 조마조마하다.

둘째, 사용기한이 정해진 의약품의 반품 증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의약품은 환자의 질병을 치료하는데 쓰이는 약이다. 경시변화 때문에 사용기한이 정해져 있다. 사용기한은 의약품의 유효성과 안전성이 모두 보장되는 최소한의 유효기한이다. 사용기한을 넘긴 의약품은 반품되어 폐기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유통단계가 늘어난 도ㆍ도매거래는 의약품이 제조된 후 환자가 사용하는 기간을 더 늦춤으로써 그 기간만큼 유효기한을 단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해, 반품 증가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셋째, 도매유통마진율 저하의 직접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도매유통마진율은 경쟁에 의해 저하되기도 하지만 도ㆍ도매 거래를 통해 낮아질 수밖에 없다. 국내 의약품시장의 83.3%를 차지하고 있는 보험의약품의 경우 도매유통사가 보험약가 이상으로 가격을 붙여 팔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예컨대, 보험약가를 기준으로 A도매유통업체가 제약사로부터 a의약품에 대해 10%의 유통마진율을 받았을 경우, A사가 a의약품을 B도매유통사에게 4%의 유통마진을 남기고 팔았고 B사는 C도매유통사에게 a약품을 3%의 유통마진율로 팔았다고 가정하면, 경쟁에 의해 하락하지 않고도 a의약품에 대한 A사 유통마진율은 4%(10-6), B사는 3%(6-3), C사는 3%로 자연스럽게 하락하게 된다. 제약사가 내놓은 a제품 10%의 유통마진율을 3곳의 A, B, C 도매유통사들이 나눠 취했기 때문이다.

의약품 도매유통 시장에 도ㆍ도매 거래가 성행하고 있다. 이러한 사태가 언젠가 도매 무용론과 저마진율 원인 그리고 반품 요인으로 불붙을 수 있음을 의약품 도매유통업계는 유념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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